-소설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라는 단어가 매우 포괄적이기는 하나, 좀더 예술성이 부여되고 인간의 욕구를 강하게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야기가 곧 소설이 아닐까.
우리는 소설의 허구성, 현실 반영 등에 늘 집중하긴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몇 마디의 학술적 용어로만 소설을 정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소설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소설에 대해 좀더 넓고 깊은 이해가 요구될 것이다.
<韓國古小說論>(아세아문화사, 1998)에서는 소설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소설은 일정한 문학 형식 일정한 쟝르로 머물러 있기를 달가와 하지 않음으로써 존립하고 발전해 온 문학이다. 한 때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엄격히 소설을 규정하는 논의도 없지 않았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한없이 자유롭도록 저주된 문학'이라고 할 만큼 극도로 자율성이 허락되지 않아서는 안되는 문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설의 音域은 한없이 넓다. 실제로 소설은 '小說的'인 것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非小說的'인 것까지도 얼마든지 수용한다. 주제는 말할 것도 없고, 소재와 문체면에서도 그렇다"
위의 내용을 참고로 하자면, 소설의 자유로운 성격에 주목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소설의 자율성과 독특한 개성에 대해 큰 의문을 품지는 않을 것이지만, 소설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그 발전 과정은 어떠한가를 따져가며 소설의 성격을 탐구해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뒤에서 고전소설의 흐름에 대해 논하겠지만, 간략히 소설의 옛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을 당시의 '소설'이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소설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었다. 지금의 소설과 같은 개념을 정립하기 시작한 시기가 19세기 개화기 전후로서 사실 그 역사는 매우 짧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참고한 <韓國古小說論>에 의하면 개화기 이전의 '소설'은, "보다 광범한 범위에서 잡다한 문장까지 통털어서 일컬었다"고 하였으며, 식자층에게 소설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무엇보다도 '소설'의 오랜 관습이 되다시피 한 '禁忌의 破棄'는 전통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거부감을 자초하기에 족했다. 傳統化된 社會的 禁忌-이를터이면 남녀관계나 신분과 관련된 전통적 규범이나 모랄에 대한 비난이나 파괴는 소설문학이 즐겨다루는 소재요, 소설 문학을 성장케 한 糧食이기도 했다.(중략)만약에 소설이 부단한 자기 갱신을 할 수 없었고, 또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벌써 전에 독자에게 버림받아 해체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정도로 소설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이 많지만, 기존 참고서에서 설명해온 단순한 소설의 정의의 틀을 벗어나 좀더 넓은 안목으로 소설을 생각해보게끔 이끌어준다면 다양한 소설 작품을 접하는 과정에서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덜 느끼고 좀더 빨리, 그리고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 고전 소설의 흐름
-고전소설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는 조선조 후기 영·정조대를 지나면서부터로 모든 문학 장르들이 일정 정도 산문화되는 경향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고전소설의 성립은 이미 조선 초기에 김시습의 <금오신화>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소설이란 장르는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장르들과의 연관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설의 기원적 형태는 설화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중 신화는 소설의 원형이 된다.(단군신화, 주몽신화 등) 그리고 삼국 통일신라 시대의 여러 설화 역시 소설의 전사가 된다.(구토지설->수궁가, 도미설화->춘향전)
고려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러 변모가 생기는데, 특히 가전의 등장은 고려시대 서사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소설과 상당 부분에서 근접한 경향을 보인다.(국순전, 공방전, 국선생전, 청강사자현부전, 죽부인전, 정시자전, 저생전, 죽존자전, 빙도자전, 무장공자전 등)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훈민정음의 창제에 이은 국문문학의 창작이 이루어져 서사문학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 조선 초기 두드러진 특징은 ①소화집의 편찬과 유행②불교계 소설의 창작③몽유록의 창작 이다. 특히 불교계 소설과 몽유록의 창작은 소설의 발생과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격적 소설시대를 예고하는 조선조 후기에는 최초의 국문 소설인 <홍길동전>이 있다. 국문소설로서 대다수의 독자층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의의 뿐 아니라, 여타의 소설군이 보여주는 신성소설적 범주를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이 작품은 영웅소설의 전형을 최초로 확립한 작품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는 세속소설(춘향전, 흥부전, 양반전, 허생전 등)이 창작되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인간을 억압하는 기존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을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편 조선 후기에는 연작형 대하소설이 창작되기도 했다.(명주보월빙 연작, 완월회맹연, 현씨양웅쌍린기 등)
이처럼 고전소설의 흐름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았는데, 문학사의 문제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이들은 무조건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게 되는데, 국어라는 과목의 특성상 무조건 암기하는 방식은 역시 권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교육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텍스트 안에서만 전달하려하는 마음을 넘어, 역사와 텍스트의 만남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문학사는 곧 인류의 역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느 시대는 뭐가 유행했고, 어느 시대에는 무엇이 발생했고...하는 식의 단순주입이 아닌, 그 당시에는 이러저러한 상황이었기에 이런 문학이 발생하고 유행할 수 있었다 라는 식의 좀더 폭넓은 교육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실제 작품을 아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다. 문학은 외워서 되는 공부가 아니지 않는가. 그러고보면 우리 교육현장에 주어진 문학 수업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