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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김재성 교수 인터뷰
천련화:
교수님 반갑습니다. 미주현대불교 독자들을 위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김재성:
예, 안녕하십니까?. 미주현대불교 독자님들과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천련화:
먼저교수님의 근황부터 소개를 해주시지요?
김재성:
지난 해 말, 삼청동 칠보사 근처의 2층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어느 불자님과의 인연으로 얻게 된 집인데, 1층에서 생활을 하고 2층은 20여명이 명상이나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7월부터 진행해오던 <자애명상과 마음챙김명상에 근거한 자기치유 8주과정>을 2012년 1월부터는 이곳 삼청동 자애명상의 집에서 8기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간반과 저녁반 합해서 참가자가 20여명 되는데, 모두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좋아하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를 알고부터 원하는 일은 불교의 이론적 공부와 실천을 겸비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이해하고 경험한 것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서 전임으로 재직하면서 불교와 심리, 명상과 심리치료 등을 연구하고 지도하고 있고, 서울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불교철학을 학부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불교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서 제시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경희대 비폭력연구소(소장 허우성교수)의 교수님들과 함께 중고등학생을 위한 인문강좌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청소년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불교적 지혜와 명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천련화:
교수님께서는 언제 어떤 계기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불자로서 사시게 되었는지요?
김재성:
제가 처음 불교를 만난 것은 고교1년생 때입니다. 당시 사찰의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던 상급반의 선배(현재 열린선원 선원장이신 법현스님)의 권유로 절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평택의 명법사 불교학생회에 나가게 된 것이 불교와의 인연이 되었습니다. 처음 1년은 그다지 열심히 다니지 않다가, 2학년 때, 학생회 회장을 맡게 되면서 더 열심히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김어수 법사님, 김래동 법사님에 평택에 오셔서 법문하는 것을 들었고, 여름방학에는 김래동 법사님의 권유로 서울의 학생들과 월정사에서 7박8일의 수련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참가한 학생 중 누군가가 조금만 잘못하면 108배를 하였는데, 하루에 최소한 5-6회 정도 108배를 하고, 의미도 모르는 금강경을 독경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탄허스님께서 해주신 특강도 들었습니다. 이 수련회를 마칠 때, 묘한 법열을 느꼈고, 그 후 2달이 지난 10월에 출가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이듬해인 고3 10월 불현 듯 마음이 일어나 송광사로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1981년 10월이니 당시 18세였습니다. 이렇게 불교에 인연이 되어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수행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련화:
그 동안 불교수행은 어떻게 해오셨는지 <자애명상의 집>에서는 어떤 명상을 지도하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재성:
제 수행 경험은 1991년 7월을 전후로 나누어집니다. 불교를 만난 1970년대 후반에서 1991년 전반기 까지는 한국불교에서 전해지고 있는 수행을 했습니다. 예불, 기도, 염불, 절, 독경, 참선을 해왔습니다. 참선이라 해도 큰 스님 법문을 듣고 혼자서 화두를 들려고 한 정도이지, 집중적인 수련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대 대학원 석사논문을 초기불교에 대해서 쓰면서, 초기불교에 입각한 수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당시 한국에서 위빠사나를 소개하고 계시던 거해스님을 찾아뵙고 미얀마에 가서 수행하고자하니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때 소개받은 곳이 양곤에 있는 빤디따라마였습니다. 그곳에서 마하시 사야도(큰스님)의 수제자이신 우 빤디따 사야도의 지도를 받으며 3개월 우안거를 지낸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 위빠사나 수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95년부터 한국에서 여름마다 수행지도를 요청받고 위빠사나 수련을 지도해오고 있었는데, 2003년 마하시 사야도의 또 다른 제자이신 우 자나카 사야도께서 지도하시는 20일간의 집중수련의 통역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 우 자나카 스님께서는 자애명상에 근거한 위빠사나를 지도해 주셨습니다. 자애명상을 체계적으로 접해본 이 수련회 이후로 제 자신도 자애명상을 하게 되었고, 이후 수련을 지도할 때마다 자애명상과 위빠사나를 함께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천련화 :
자애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며, 위빠사나와 접목시킬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현재 자애명상의 집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김재성:
자애명상은 자애심을 체계적으로 기르는 명상입니다. 자애심이란 모든 생명있는 존재(중생)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좋은 의지를 말합니다. 자애란,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 또는 사범주(四梵住) 가운데 첫 번째 덕목을 말합니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慈, mett?),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연민인 비(悲, karun?), 타인이 잘되고 행복해진 것을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인 희(喜, mudit?), 평정한 마음인 사(捨, upekkh?)가 사무량심이다. 이 가운데 자애명상은 마음속의 악의나 분노를 다스리는 수행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자애명상은 최근 서양 심리학계에서 보통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다루는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에서 연구하는 긍정적 정서(행복, 주관적 안녕감 등)와 긍정적 특질(강점)을 기르고, 그리고 긍정적 조직을 형성하게 해주는 실제적인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자애를 닦으면 11가지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1. 편히 잠든다. 2. 편히 잠에서 깨어난다. 3. 악몽에 시달리지 않는다. 4. 사람들이 사랑하게 된다. 5. 사람 아닌 천신들과 동물들이 사랑하게 된다. 6. 천신들이 보호한다. 7. 독극물, 무기, 불 등의 외적인 위험에 의해 해를 받지 않는다. 8. 용모가 단정해진다. 9. 마음이 빨리 집중된다. 10. 죽을 때 혼란되지 않는다. 11. 아라한이 되지 못하고 죽으면 범천(梵天)이라는 행복한 천상 세계에 태어난다. 이러한 유익함을 자애명상을 자주 연습하면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자애명상을 통해서 남에게 입은 상처에 의해 마음에 남아있는 증오, 원한 등의 감정을 다스려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경험하게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늘 생기는 부정적 정서도 많이 가라앉게 되고,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애명상을 먼저 실습하고 위빠사나를 하게 되면, 안정된 마음에서 자신의 몸고 마음을 관찰하게 되니 위빠사나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됩니다.
불교명상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사마타(止: 자애명상, 호흡명상 등)와 위빠사나(觀: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사마타란, 집중, 평온, 고요함을 의미합니다. 마음이 수행의 대상에 깊게 집중되었을 때, 마음은 평온해지고 고요해집니다. 사마타의 목적은 하나의 대상에 깊은 마음의 집중을 얻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마타의 결과는 깊은 마음집중(삼매 또는 定)을 얻는 것입니다. 마음이 수행의 대상에 깊게 집중되어 있을 때, 욕정, 탐욕, 분노, 자만 등과 같은 번뇌들은, 대상에 몰입해 있는 마음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마음이 모든 번뇌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게 될 때, 평온함, 고요함, 행복,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따라서 사마타의 결과는, 깊은 마음집중(삼매 또는 定)을 얻음을 통한 어느 정도의 행복감입니다. 하지만 사마타로는 우리의 마음과 몸의 진정한 본질을 깨달을 수는 없습니다. 오직 위빠사나를 통해서만 몸과 마음의 현상이 끊임없이 변하고(無常), 안정되어 있지 못하며(苦),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無我)는 보편적인 특징을 깨달을 수 있고, 번뇌를 뿌리 채 뽑아버릴 수 있습니다. 원인인 번뇌가 없어지면 결과인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위빠사나로 마음의 번뇌를 없애면 괴로움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의 차이를 알면,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애명상이라는 사마타 수행은 그 자체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마음챙김 명상을 위한 심리적, 정서적인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자애명상을 제대로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서로 상보적으로 닦아갈 수 있습니다.
빨리어 위빠사나(vipassan?)에서 접두사 ‘위(vi)’는, 마음과 몸의 세 가지 특성인 무상, 불만족 또는 괴로움, 무영혼, 무아 또는 에고가 없음을 말합니다. ‘빠사나(passan?)’는, 바른 이해 또는 관찰을 의미합니다. 마음(名; n?ma)과 몸(色; r?pa)의 세 가지 특성에 대한 바른 이해, 통찰을 의미합니다. 위빠사나 또는 마음챙김 수행을 할 때, 그 목적은 우리가 경험하는 자신과 세계의 세 가지 보편적인 특성인 무상, 고, 무아를 깨닫는 것입니다.
위빠사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세심하게 알아차려야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마음챙겨 알아차리고, 관찰하는 것이 바로 위빠사나입니다. 위빠사나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위빠사나의 원칙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경험은 그 무엇이던지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마음챙겨서(be mindful), 알아차리고(be aware), 관찰하는(observe) 것입니다. 위빠사나는 마음챙김 명상이라고도 합니다. 마음챙김을 지닐 때 위빠사나 지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위빠사나 지혜는 육체와 정신의 진정한 특성 즉,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에 대한 이해입니다.
이처럼 저는 현재 자애명상의 집에서 8주 과정으로 자애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에 근거한 자기치유 8주과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처음 4주간은 자애명상을 연습하고, 다음 4주간은 자애명상에 근거한 위빠사나를 연습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다음카페<자애명상센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천련화:
얼마 전에 미국의 불자님들께 불교교리 특강과 명상지도를 하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재성:
제 기억으로 2010년 3월 카멜 삼보사 대석스님의 초청으로 산호세에서 6일간 초기불교 강좌를 하고, 2박3일간 삼보사에서 자애명상-위빠사나를 지도한 적도 있습니다. 그후 범휴스님의 요청으로 달라스 보현사에 가서 초기불교 강좌와 자애명상-위빠사나를 며칠 동안 함께 나눈 적이 있습니다.
천련화:
교수님, 좀 묘한 질문이긴 하지만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예언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할텐데요 어떤 이들은 금년 2012년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삶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상황에 힘이 될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불교는 무상, 고, 무아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어떤이들은 인생무상을 회한적 이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변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희망적이고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병에 걸렸을 때, 변하지 않는다면 나을 수 없을 것이나, 치료하면 낳는 것이 인생의 또 다른 모습이니까요. 이런 면에서 제행무상, 일체개고, 제법무아라는 삼법인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시 바랍니다.
김재성:
불교에서는 생명과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환경세계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중생세간(衆生世間)과 기세간(器世間)의 상호의존관계를 말합니다. 만약 인간과 다른 생명이 살고 있는 지구가 종말이 온다면, 그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의 전체적인 행위[業]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종말이 생명의 종말은 아니라고 합니다. 업이 남아 있는 생명은 다시 그 업에 따라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디가 니까야)27경인 (세상의 기원경)에는 세상이 수축할 때, 대부분의 중생들은 광음천이라는 천상에 태어나고, 세상이 팽창할 때, 다시 광음천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합니다. 따라서 세상의 종말이 오는 순간에라도 좋은 업을 지어야 다음 생의 삶이 행복해집니다.
인간의 삶은 길어야 100년 정도입니다. 100년 동안 산다 해도 온갖 고난과 역경을 맞이하게 되며 잠시 동안 얻은 안정과 행복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 인생입니다. 인간의 삶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5가지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늙는 것, 병드는 것, 죽는 것, 부서지는 것, 사라지는 것입니다. 조건에 의해 생겨난 모든 것들은 변해가고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인생을 변하지 않기를 바라거나, 영원한 부와 권세를 누리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생의 변화는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다행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5가지 일을 고민하기 보다는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자신과 남을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이 불확실한 인생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길입니다.
조건에 의해 생겨난 것들을 유위법이라고 합니다. 이 유위법은 무상하고 안정되어 있지 못합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진리입니다. 일체개고의 일체는 제행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조건에 의존된 모든 현상을 제행이라고 합니다. 연기(緣起)되었기 때문에 변하고, 불만족스럽다고 이해한다면 무상과 고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법무아, 모든 법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진리는 고정불변의 실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무아(無我)라고 해도 지금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몸과 마음 즉 오온(五蘊)에는 영원한 실체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무아(無我) 또는 공(空)을 잘못이해하면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불교는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놓고, 인간이 자신의 노력으로 최상의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거대한 행복 프로젝트가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탐욕, 분노, 무지에 휩싸여 산다면 현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괴로울 것이고, 탐욕이 없고, 분노가 없으며, 무지가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점점 밝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현생에서도 행복하고 다음 생에서도 행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최상의 행복인 열반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천련화:
현대 사회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우주선으로 화성탐사를 하고 인터넷이나 인공위성 등 발단한 통신망으로 세상을 손바닥에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대사회에서 많이 이들이 불행한가요? 가진 것이 많아지고, 생활은 더욱 편리해 졌는데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불행하다고 느낄까요?
김재성: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외적인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오히려 현대인은 풍요 속에서 더욱 빈곤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부는 편중되어 사회적인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문제는 마땅히 서로 지혜를 모아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황금이 소나기처럼 내려도 한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부처님 말씀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인간이 감각적인 욕망을 채워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그 끝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각적 쾌락은 시간이 지나면서 반감되며, 더욱 강한 자극을 구하다가 결국 몸이 망가지게 됩니다. 나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직업을 통해서 정당하게 얻은 재물로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의 감각을 만족시키되 지나치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내면의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인간은 불행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향유하고, 보다 안정된 삶의 기반위에서 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생의 토대는 불안전하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피난처는 법에 의해 잘 다스려진 자신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명심해야 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련화:
지난 2년 동안 서울대학교 교양과목으로 학부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강의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강의가 인기 강좌가 되어 수강신청이 5분도 안되어 마감된다고 들었는데, 인기 강좌가 된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김재성:
매주 금요일 오전10시에서 3시간 수업을 진행하는데, 먼저 이론적인 불교철학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20분정도 명상을 합니다. 호흡명상, 자애명상, 죽음명상, 위빠사나 명상 등 불교의 다양한 명상을 천천히 안내하면서 함께 합니다. 사실 100명 정도 되는 수강생의 반 정도는 명상이 좋아서 수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공부에 지친 심신이 명상을 통해 이완되고 안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명상에 이어서 초기불교의 핵심 가르침과 부파불교,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을 13주 동안 강의하는데,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면서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매주 강의 소감문과 질문을 정해지 A4 양식에 적어내게 합니다. 다음 시간에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서 학생들에게 다시 나누어주면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일방적인 강의 보다는 서면으로라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강의 방식이 인기강좌가 되게 한 것같습니다.
천련화:
학기 중에 템플라이프와 같은 사찰 체험을 한다는데 반응은 어떻지요?
김재성:
불교를 강의실에서만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자율적인 참가를 전제로 한 1박2일 또는 1일 사찰체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법정스님과 인연이 있는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명상을 지도하고, 스님들께서 사찰예절이나 대화의 시간을 나누고, 예불에 참석하는데,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천련화:
지금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재직하시면서 불교상담전공주임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불교상담이란 무엇이며, 부처님은 마음치유의 선구자 역할을 하셨는데, 서양심리학의 역할과 불교적 치유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김재성:
불교상담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상담과 접목시키려는 시도인데, 불교의 세계관, 인간관, 실천론에 입각해서 인간의 정서적인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탐구하는 영역입니다. 저는 불교를 20여년 가까이 공부해오고 있는 불교학자이자 명상실천자입니다. 그리고 현대심리학에도 관심이 있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심리학/상담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불교심리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였고, 2007년도에는 불교학자, 심리학자, 정신과의사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를 만들어 불교와 심리치료의 만남, 불교적 상담의 방법을 모색해 오고 있습니다.
불교상담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담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라고 했는데, 사실 불교공부도 상담공부도 오랜 시간 동안 이론과 실천을 겸비해야 하는 공부분야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한국에서는 불교상담전문가가 별로 없습니다. 불교전문가가 심리학, 상담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가 하면, 심리학/상담/정신의학 전문가가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스승이나 선지식의 도움을 받아 탐진치라는 번뇌를 제거하는 자기 내면의 실천체계라고 한다면, 심리학/상담은 인간의 행위, 정서, 인지를 연구하여 사회에 부적응적인 면을 개선시켜주는 학문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2600년 동안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 탐진치에 의한 괴로움의 문제를 해결하여 자유와 행복을 얻게 해준 가르침이라고 한다면, 심리학/상담학은 인간의 신경증적인 문제, 잘못된 인지와 왜곡된 정서를 치유해주려는 과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 현대학문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에 근거해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학문이라면, 불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과 마음의 경험을 직접 관찰하여 이해하고 그 문제를 치유하고자 하는 가르침입니다. 이 두 분야의 접근법을 3인칭적 접근법(심리학)과 1인칭적 접근법(불교)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 두 접근법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서양의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되어 왔습니다. 신경과학은 인간의 심리적 경험을 뇌파나 뇌영상 기술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적인 데이터나 이미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직 한계는 있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에 출판된 <붓다 브레인>이라는 책도 이러한 연구성과를 소개한 대중서에 속합니다.
불교의 지혜로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불교상담 또는 불교심리치료라고 할 수 있고, 그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 불교상담학입니다. 지난 호 <미주현대불교>에 소개한 영국의 데이빗 브레이저 David Brazier 박사는 치료적 불교심리학의 선구자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공부와 상담을 40년 가까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통합을 추구한 결실이 <타자중심치료 Other-centered Therapy>라고 합니다. 불교의 연기설에 입각해서 내담자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불교심리치료의 전통은 콜로라고 볼더에 있는 나로파 대학의 관조적 심리학 contemplative psychology입니다. 불교의 이론과 명상을 심리치료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30년 이상 연구하고 지도해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의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를 근거로 한 위빠사나 운동도 심리학자와 정신보건 전문가 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 가운데 존 카밧진 박사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은 불교명상이 의료현장과 일상생활에 정착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봅니다.
현대는 마음의 시대, 영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인간의 건강을 신체, 정서, 마음, 영성의 차원으로 정의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불교의 풍부한 지혜와 실천은 현대인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공부하고, 명상하고, 함께 나누며 살려고 합니다.
천련화:
오랜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경제적 위기에서 구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불교적 지혜로써 격려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김재성:
개인적인 역량을 기르는 일에 먼저 충실하면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에서처럼, 그리고 긍정심리학의 24가지 미덕 가운데 나에게는 어떤 지능이나 미덕이 있는지 발견하고 그 지능과 미덕을 길러내는 작업을 충실하게 준비한다면, 어둡게만 보이는 앞날이 점차 밝아지는 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봄이 오기 전이 가장 춥고,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지만, 이러한 시련이나 어려움도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살아볼만 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김재성(金宰晟) Kim, Jae Sung
-법명 : 정원(正圓)
-이메일 : metta4u@empal.com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석사) (1988)
-일본 동경대학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전공 석사 및 박사 수료 (2000)
▶ 현재 활동 상황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불교상담전공 주임
(2005. 09 -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불교철학 강사(2010. 03 -)
-대한불교조계종 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선임연구원
(2008. 10 -)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2007. 05 - )
-불교학연구회 상임이사(2002- )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평의원 (2000- )
-대한불교조계종 종교교류위원 (2010.06- )
-위빠사나 명상센터 천안호두마을 지도법사 등 위빠사나 수행지도(1995 ~ )
-자애명상센터(자애명상의 집) 지도법사 (2010. 07 - )
▶ 주요저서:
초기불교산책 1,2(2010, 한언),『불교의 이해』(2006, 공저, 무수),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2006, 공저, 조계종출판부) 『위빠사나 입문』(1997, 길상사)
▶ 역서:
붓다의 러브레터(2005, 정신세계사), 붓다의 말씀(2002, 2009, 고요한소리), 위빠사나 수행(2003, 불광출판사), 마음챙김과 심리치료(2009, 무우수), 명상의 정신의학(2009, 민족사),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2009, 공역, 학지사)
▶ 주요논문:
초기불교의 분노와 치유(2010, 비폭력연구 4호), 초기불교의 번뇌(2010, 인도철학), 현대의 위빠사나 위상(2010, 한국선학), 초기불교 및 상좌불교의 죽음의 명상(2007, 불교학연구), 초기불교의 오정심관의 위치(2006, 불교학연구), 순관에 대하여(2002, 불교학연구), 심리치료로서의 불교(2006, 불교와심리), 불교와 심리치료 접목의 역사와 현황(2007,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명상연구의 역사와 현황(2009,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초기불교와 심리치료의 마음챙김(2010,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등
▶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카페 지기 :
위빠사나 수행가이드 cafe.daum.net/vipassana
자애명상센터 cafe.daum.net/mett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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