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의회 본회의 장면
의장 부의장 선거시 서울시의회만 돈을 주고 받았을까? 단언하건데 아니다. 거의 모든 지방의회에서 의장단 선거가 시작되면 돈봉투가 오간다는 설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서울시의회 김귀환씨는 그 수법이 대담하고 광범위했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수표를 직접 건네다니... 수표 일련번호를 적어놓고 신고 못하게 관리라도 한 것일까? 한마디로 놀라울 뿐이다.
도대체 왜 지방의회에서는 돈선거 관행이 이처럼 강하게 남아있을까?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거는 지방의회 회의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 회의규칙은 국회법을 모델로 하고 있다. 국회법에서는 의장 부의장을 뽑을때 무기명 투표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자를 뽑도록 되어 있다. 다시말해서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거는 국회에서 의장을 뽑을 때처럼 무기명으로 재적의원 과반의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교황선출 방식인 것이다.
교황선출방식은 후보 등록이나 연설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 공약이나 포부 등을 밝혀서 내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의원이면 누구나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일단 규모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 경기도의회 등을 제외하면 의원의 숫자가 20명에서 30명 안밖이다. 맨투맨으로 접대해가면서 돈을 뿌려가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거래를 할 수 있다. 의원 정수가 20명이면 자신의 표를 제외하고 10명만 자신의 이름을 써주면 의장이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합리적 의장단 선거를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 대전 서구의 한진걸 의원은 벌써 올해 초부터 회의 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광주 시의회도 시민단체의 압력에 못이겨 회의규칙을 개정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적 뒷받침을 한다해도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이다. 의원들이 자성해야한다. 관행처럼 행하는 구태와 불법행위를 일소해야한다. 주민들은 돈 잘쓰는 의원들 뽑아주면 안된다. 이번에 문제된 서울시의회 의원 31명 전원 자진 사퇴해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반성할줄 모르는 의원들은 주민소환을 실시해서라도 본보기를 보여한다. 전원 사퇴시키고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선거와 관련해서 돈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이번에 명토박아 두어야 하겠다.
또한 지방선거 때는 진정으로 지역에 헌신할 수 있는 공복을 선출해야한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식의 지방선거에 임해서는 안된다. 얼마나 많은 훌륭한 일꾼들이 다 나가 떨어졌는지 지난 2006년 5.31선거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주민의 입장에서 비판,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가려 뽑아야한다.
지방자치제도는 너무나 소중하고 필요한 제도이다. 주민에게 크나큰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이다.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 지방자치제도까지 폄훼당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원 무용론으로 번져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득 전국에서 훌륭하게 일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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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의원 서윤기 원문보기 글쓴이: 서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