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 팔봉산 산행기
-언제:2014.05.31
-산행코스:주차장->팔봉교->1봉->2봉->3봉->해산굴->4봉->
5,6,7봉->8봉->팔봉교->주차장 (4km, 약 3시간)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자리잡고 있는
팔봉산(八峰山)은 암릉미가 빼어난 산행지입니다.
양평군 청운면 소재 전원주택지로 나온 물건에 대한 현장 조사와
임장활동을 마치고 오후 3시쯤 인근에 있는 그 산을 올랐습니다.
해발 327.4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뒷모습을 살포시 감춘 채
북한강의 지류인 홍천강에 산의 삼면을 내맡긴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려한 호반 위에 놓여져 있는 아름다운 수석을 보는 듯한
수려한 모습이었습니다.
왜 산림청에서 한국의 100대 명산에 이 산을 선정했는지
직접 올라보니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여덟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으로
여덟 봉우리마다 저마다의 기암괴석과 비경을 감추고 있었으며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맑고 깨끗한 홍천강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은 절경을 선사했습니다.
홍천 팔봉산 등산 안내도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폐지되었지만
이 산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성인 1인 1천5백원
녹음이 짙어가는 숲은 이제 완연한 여름입니다.
꽃피는 한 시절을 탕진하고 나서야
그 어떤 꽃나무라도
제 몸에 없는 꽃은 피우지 못한다는 걸
고개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었다
고개를 가로젖고 말 일이 아닌 것이
꽃피는 한 시절이 쭈글쭈글해지고 나서야
여자라면 그 누구에게나
봉곳한 젖가슴이 주어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 밖으로 나올 때 몸이 더 차갑게 느껴지듯
꽃피는 한 시절이 지나가고 나서야
제 몸 어쩌지 못해 몸을 망친
5월의 아가씨도 많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오정국,<꽃 피는 한 시절이>중
1봉으로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급경사입니다.
암벽등반 난이도를 방불케하는 가파른 암릉길에 로프를 설치하여 놓았습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
1봉 정상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오르니 발아래 수려한 홍천강이 펼져집니다.
팔봉산은 산허리를 휘돌아 홍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는데
녹음이 짙어가는 숲과 어우러져 청량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잔돌들을 쌓아둔 돌탑뒤로 보이는 홍천군 서면 팔봉리 마을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들 중 제1봉에 오릅니다.
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표지석도 귀엽게 세웠습니다.
각 봉우리들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봉우리들을 넘나드는 암릉길은 철계단을 설치할 정도로
산의 크기에 비해 매우 가파르고 험준했습니다.
팔봉산은 초입에서부터 능선까지 가파른 암릉길로 이어지는데
산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사방으로 수려한 조망이
인상적인 산이었습니다.
2봉으로 오르면서 내려다본 1봉 암릉의 소나무와
그 아래 홍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녹음이 짙어가는 숲은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립니다.
그대는 한참동안이나 내 뒤에 서 있는 나무였거나
나무의 뒤에 숨어, 울고 있는 숲이었다
빽빽이, 언덕을 덮으며 날들과 함께 슬픔이 자라고
한 잎의 흔들림이 한 숲을 안개로 묻을 때까지
나는 물방울 하나로 맺혀서 물방울 하나만큼의 무게로
아픔 속을 공기처럼 떠돌았다. 생애 전부가
숲에 묻히고, 숲 하나가 한 하늘을 이룰 때까지
얼마나 많은 물방울과 흙들이 뿌리 속에서 남 몰래
뭉쳤다 풀어져야 하는지.
기억이 닿지 않는 어느 선상의 시간에 이르러
씨앗 속에 갇힌 내 몸을 흔들던 바람은
지금 어느 나무가지에서 발생한 중력들로 이루어져,
온 숲을 태양의 입김으로 펄럭이게 할
태풍의 눈으로 자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인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밖에서 땅 위를 걷던 나무들이
아무 산등성이에서나 멈춰 자라나고, 그 나무 끝에서 자라난
아주 투명한 햇살의 한 줄기가 세월과 함께
공기 속을 마음대로 물들이고, 길가 돌들이 일제히 눈떠
내게로 걸어 올 때. 나무의 아들인 나와 풀의 딸인 그대가 만나
한 세상 이루지 못하면 이 땅 그 무엇이 한 하늘을 이룰 것인가
-박기영,<숲에 대한 응시1>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자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같이 덜그럭거리며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팔고 있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늘 내가 되어 주던
산을 나는 잃어버렸다
내가 들르는 술집 어디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이근배,<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시집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문학세계사)에서.
팔봉산 2봉 정상입니다.
매표소에서 나눠주는 산행 안내 책자에는
팔봉 중 제2봉이 제일 높다고 나와있는데
육안으로 보기엔 바로 옆 3봉이 더 높아보였습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소나무와 암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산허리를 감싸고 흐르는 맑고 깨끗한 홍천강 물과 넓게 펼쳐진 백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 한 수려한 절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삶은 얼마나 깊숙했던가!
길은 왜 그리 멀고 거칠었으며 물결은 또 얼마나 출렁였는지,
힘에 버겁던 산 길,깔딱 고개 하나 넘었다 싶은 순간,
돌아보면 언제나 햇살이 반짝이고 있지 않던가!
길은 언제나 출발지이자 도착지입니다.
내가 하나의 풍경이 되어 누군가의 길목에 서 있는 것!
일상의 잡다하고 사소한 것들을 털어내고
녹음 짙어가는 숲속에서 두팔 벌리고 서 있는 것!
그렇게 하나의 길이 되는 것!!
2봉에서 3봉으로 가는 암릉길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이 눈길을 끕니다.
해발 1000m 이상의 거대한 육산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만 빠졌을 뿐
등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암릉과 숲길등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팔봉산은 홍천9경 중 단연 1경(景)으로 꼽히는 산으로
이곳과 인접한 백두대간에 비해 그 규모가 보잘것없지만
연중 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정표 앞에 서서 망설이고 서성거리다 결국,
푯맛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게 우리 삶의
또다른 모습은 아닌지...!
3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본 2봉 정상에는
삼부인당이라는 당집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칠성각도 있는데 위패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옛날 며느리 셋이
산신령께 치성을 드려 다 죽어가는 시어머니를 살렸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 지역 사람들은 약 400여년 전부터 매년 3월과 9월 보름날에
굿이나 제를 올린다고 합니다.
자연에 직선이 없다는 건 얼마나 무한한 암시인지요.
아무리 멀어도 이내 닿을 듯
세상 어디라도 연결될 듯한 저 곡선의 흐름!
팔봉산의 주봉 역할을 하는 바로 이곳 제3봉은
가장 높은 봉우리답게 북서쪽으로 다섯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멋진 주변 경관을 활달하게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3봉에 오르자 발아래로 홍천강이 수려한 S라인의 자태로 반깁니다.
옛 선비들은 홍천강이 아홉 구비를 휘돌아 흐른다고 하여
'구곡강'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3봉을 거쳐 4봉에 이르는 길은 철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저 아래 구름다리가 설치되기 전에는
해산굴을 통과해야만 4봉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해산굴은 여러번 빠져 나가면 무병장수 한다고 하여 '장수굴'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4봉으로 오르는 관문 해산굴입니다.
바위굴 좁은틈을 몸을 비집고 꼬아야 겨우 통과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옆으로 우회로의 구름다리가 생겼지만 그 전에는
이 굴을 지나야만 나머지 봉우리들을 오를 수 있었기에
고통을 감내하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등산 초보자는 뒤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으로 잡아줘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을만큼 비좁았는데
마치 이런 모습이 산모가 아이를 낳는 형상과 비슷하여
산부인과 바위(해산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배나온 사람들이나 덩치가 큰 사람들은 빠져나오기가
무척 부담스러운 곳이었는데 이 때문에
'혼자서 빠져나오면 자연분만,위의 사람에게 끌려나오면 제왕절개'라는
우슷개 소리도 전해옵니다.
틈새,혹은 빈틈,이것 없는 존재가 있을까요.
틈이 있어야 존재일 것입니다.
바람이 지나는 틈새로 다른 많은 것들도 흐릅니다.
그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방금 나도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존재의 틈새를 확장하면 그게 바로 관계가 아닐까요!
틈새는 여백이며 존재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그리움 같은 것이 거기에 기거합니다.
이 구름다리가 설치 되기 전에는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해산굴을 통과하기 위해
긴 줄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야말로 해산의 고통없이^^제4봉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생긴셈입니다.
4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땀을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행복한 상태에서 사고는 휴식을 취한다.
사물이 만족을 느끼는 동안에
사고는 상황을 바꾸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앙드레 지드
"정말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아주 낯선 곳에서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차츰 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삶의 사막에서,
존재의 외곽에서,"
-윤대녕,'은어 낚시 통신',(문학동네 1994)에서
하늘을 찌를 듯 연이어 솟구쳐 있는 8개의 봉우리와
단애를 이루고 있는 기암절벽은
굽이치는 물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세미클라이밍 과정을 거치듯 힘겹게 오르내려야 하는 가파른 바윗길은
정상 정복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팔봉산 제4봉 표지석
5,6봉으로 향하는 암릉길
팔봉산,봉우리의 각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뛰어난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오음산, 두릉산, 용문산, 삼악산, 화악산 등 인근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홍천강의 푸른 물줄기는 청량감을 더해줍니다.
팔봉산 제5봉에서 바라보는
모내기를 마친 들녘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들판이 끝나는 곳에 마을이 있고,마을 뒤에 능선이 있고,
능선 너머에 우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들판은 쓸쓸한 곳이 아닙니다.
저 들판에는 무수한 경이가 숨쉬고 있습니다.
봉우리 정상 부근 바위틈에 어렵사리 뿌리 내린 노송은
암릉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배가시킵니다.
거친 암릉의 바위 봉우리들과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이
마치 설악산의 저 험준한 공룡능선의 축소판인듯 보였습니다.
각각의 봉우리들을 잇는 험준한 암릉길에는
어김없이 철계단이 설치되어 초보 산행하는 등산객들을 배려한 모습이었습니다.
팔봉산의 여섯번째 봉우리임을 알리는 표지석
6봉에서 7봉으로 가는 등산로 한가운데 초연한 모습으로 서있는 저 소나무는
숲의 불청객인 사람들을 위해 몸통의 가지가 잘려 나갔지만
여전히 의연한 모습으로 팔봉산의 숲의 한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내기를 마친 들녘입니다.
이 맘때면 누구나 가을 풍성한 수확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시기입니다.
올 한해 농사도 풍년들기를 기원하면서 7봉을 향합니다.
입하지나 하지를 앞둔 하루해가 어느새 서산으로 기울어갈 즈음
7봉에 도착합니다.
해가 기울어가니 마음도 급해집니다.
8봉을 향해 길을 재촉합니다.
1봉에서 7봉으로 가는 내내 발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은
수려한 경치와 청량함으로 땀을 씻어주었습니다.
7봉을 지나 보이기 시작하는 8봉의 위용입니다.
8봉으로 오르는 길은 직벽이 매우 험난한 코스로
산행 표지판에는 7봉에서 하산을 권유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쭉~ 거침없이 길을 가기로 합니다.
천천히,뚜벅뚜벅,
인생은 계속 가는 거야!
숨이 멎을 듯한 한낮의 태양
대지를 유린한다
거친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숲을 향하고...
숲은 여전히 사기가 높다
연둣빛 여린 잎새가 진녹의 갑옷을 두르고
위풍이 당당하다
......
어깨를 맞대고 머리를 흔드는 숲
그 숲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전호영,<숲의 의미>중
8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홍천강
드디어 도착한 팔봉산의 마지막 봉우리 제8봉
8봉에 오르면 성취감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이 지척에서 위로를 합니다.
'베틀바우(직조암)'와 '벽장바위','관모봉', '장군봉' 등 봉우리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지만 8봉에 올라 팔봉의 능선과 함께 이어지는
강과 산맥의 어울림을 만나야 비로소 팔봉을 돌아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8봉에서 홍천강변으로 하산하는 길은 깍아지른 가파른 길입니다.
하산길에 홍천강변의 전원주택 단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홍천강변의 수려한 전원주택 단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역시 최고의 건축은 자연과의 어울림입니다.
8봉에서 하산길은 홍천강변으로 내려섭니다.
물가의 저 작은 바위처럼
우리의 원래 이름도 자연이었습니다.
팔봉산의 여덟봉우리를 차례로 거쳐 하산해서
홍천강변을 따라 원점회귀합니다.
저기 보이는 다리는 팔봉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곳이 처음 올랐던 들머리입니다.
산을 내려와 홍천강변을 따라 원점으로 회귀하면서
왜 이곳 팔봉산을 세종실록지리지에서
'대단히 험하여 오르내리기가 어렵다'고 기록하고 있는지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팔봉산은 최고봉이 해발 327.4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1봉부터 8봉까지의 등산로는 암벽등반 코스 만큼이나 험준했으며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들을 감추고 있어서 흥미를 더해주었고
또한 아름다운 경관은 오르내리는 내내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쯤 가볼만한 매혹적인 산이었습니다.
끝-
사진,글:윤선한
자연에는 비약(飛躍)이 없다. -다윈
배경음악:Calm In My Spirit - Frederic Delarue & Hemi Sync
첫댓글 그리 높지 않구 작지만 아름다운 산 인것 같네요~ 좋은 경관과 좋은시 잘 감상하구 갑니다~^^
ㅋㅈㅋ
더워서 올라가기 싫어용
생각보다는 산행시간이 짧았어요
날씨가 더워서 조금 힘들었었지만 아기자기한 봉우리가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산행 초보자는 갈곳이 아닌 것 같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후덜덜 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