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경영주 혹은 창업예정자들과 아이템 상담을 할 때 필자가 개인적으로 창업과 업종전환을 반대하는 메뉴가 있다. 다름 아닌 해물탕이나 해물찜이다. 특히 해물탕은 20년 전만해도 자주 먹었던 음식인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거의 구매를 안 한다.
수십 년 업력의 유명한 충남 소재 모 해물탕 집도 매출 부진을 겪다가 2년 전 다른 아이템으로 업종전환 후 지금은 영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업주에게 직접 들었다. 물론 전국의 해물탕과 해물찜 집들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일부 해물탕 전문점은 영업이 잘 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해물탕이나 해물찜을 외면하는 이유는 기호나 선호도가 아닌 가격 때문이다.
해물탕은 전문점에서 주문하려면 두 명이 약 4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할 정도로 가격이 부담스럽다. 해물탕 전문점 업주에게 사정을 물어보면 해산물 가격이 지금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라고 한다. 게장과 게 무침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던 한 식당 경영주가 최근 원가 부담 때문에 업종을 바꾼 것을 목격한 바도 있다.
필자도 해물탕, 해물찜을 가끔 먹고 싶지만 우선 전문점들이 거의 안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가격 부담 때문에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중·장년의 소비자들은 맛과 기호를 떠나 건강에 이로운 해물 음식을 좀 더 먹고 싶은 니즈도 아울러 존재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부산으로 맛 기행을 다녀왔다. 그 중 한 곳이 해물을 기본으로 하는 칼국수 집이었다. 참가한 지인 중 한 명이 이 칼국수 집 업주와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칼국수 집 업주는 식당 경영 마인드가 건전하고 적극적인 성향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성향의 업주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해 궁금해서 방문해보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네 명이었다.
이 집은 칼국수, 밀면, 만두까지 직접 손으로 만드는 홈메이드형 식당이다. 이 식당에서 육전 밀면도 먹고 육전도 먹었지만 마지막으로 이 식당의 주력 메뉴인 해물칼국수를 주문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메뉴명만 해물칼국수지 사실은 맑은 해물탕이다. 1인당 8000원으로 서울 기준으로는 약간 비싼 칼국수 가격이다.
해물칼국수가 나오기 전 열무를 넣은 보리밥을 제공한다. 보리밥으로 입가심을 하고 해물을 기대했는데 주인장이 직접 서빙을 해준다.
겨우 8000원에 푸짐한 해물과 보리밥에 칼국수까지
커다란 냄비에 육수를 붓고 해물을 넣었다. 해물은 가리비, 꽃게, 문어, 낙지, 오징어, 바지락, 홍합, 동죽, 주꾸미 등 다양하다. 보기에도 푸짐했다. 업주의 ‘퍼주기 성향’ 때문에 이 해물이 모두 냉장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일부는 냉장한 것이고 일부는 냉동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필자의 우문이다. 1인당 8000원에 언강생심 어떻게 냉장해물로만 끓인 해물탕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해물은 신선해 보였다. 요즘은 동죽 시즌이다. 역시 동죽을 먹었더니 제법 신선했다. 동죽은 집에서도 자주 먹는데 국물을 낼 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가리비를 좋아하는 필자의 젓가락이 자동으로 가리비 쪽으로 갔다. 달큰한 가리비는 주로 남해 쪽에서 많이 생산되는 걸로 알고 있다. 쫄깃한 맛이 좋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안 질릴 것 같다. 다른 식당 방문 계획만 없었다면 아마도 가리비를 추가로 주문해서 더 먹었을 것이다.
오징어도 크기가 적당하고 먹기에도 좋다. 매운 양념이 아닌 순한 국물의 해물탕은 원재료 맛을 그대로 살렸다. 꽃게와 낙지 등도 알뜰하게 발라서 먹었다. 특히 새우 맛이 발군이었다. 업주가 무슨 새우라고 알려줬는데 먹는데 정신이 없어서 까먹었다, 같은 새우라도 품종이나 시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소주 생각이 절로 났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해물삼매경에 스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필자가 계산해보니 이 해물칼국수, 아니 해물탕은 어림잡아 식재료 원가가 50% 이상은 나온다. 이 식당이 어떻게 수익을 낼지 쓸데없는 걱정도 해봤다. 이 식당의 상호가 ‘해물왕창칼국수’인데 그 상호에 걸맞은 메뉴임에는 틀림없다.
해물을 다 먹고 나면 직접 제면한 칼국수 면을 넣어주는데 납작한 면발이 수준급이다. 다만 해물 육수라 당기는 맛보다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면발 역시 우리가 다른 식당만 가지 않았더라면 더 앉아서 먹고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 가끔 이 기사를 쓰면서 드는 생각이 이런 가성비 만점의 실비형 식당이 우리가 거주하는 집이나 사무실 인근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아마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콘셉트일 것이다. 지출 기준(4인) 8000원 X 4인 = 3만2000원 부산시 사상구 사상로 316 050-7140-12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