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 보식의 언론"에 3.17일자에 업로드 된 이 양승 논객의 짤막한 컬럼입니다.一讀할 가치가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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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에서 두 경기자들은 교섭력이 같아야 한다.
지금 두 경기자들은 교섭력이 같을 수 없다.
한쪽은 권력을 내려놓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그 권력을 움켜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 보면 ‘치킨 게임’이 있다. 미국 속어로 '치킨'은 겁쟁이를 뜻한다. 즉, 누가 진짜 겁쟁이냐를 가리는 게임이다.
경기 방식은 쉽다. 경기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차를 몰며 서로에게 비키라고 하는 것이다. 짧게 말하면, 서로에게 양보를 강요한다.
황당하다. 문재인과 윤석열 만남이 취소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에게 양보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모습은 ‘치킨 게임’을 닮았다. 하지만 잘 파악해보면 치킨 게임이 아니다.
치킨 게임에서 두 경기자들은 교섭력이 같아야 한다. 지금 두 경기자들은 교섭력이 같을 수 없다. 한쪽은 권력을 내려놓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그 권력을 움켜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판은 국민의힘이 선도자(first-mover)이고, 만주당이 후발자(second-mover)이다. 선도자는 후발자에 비해 전략적 우위에 선다. 선택 가능한 전략들이 더 많다.
채권자와 채무자를 떠올리면 쉽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돈을 받고 싶을 때 받으면 된다. 채권자가 돈을 받아내는 게 귄리이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무자는 돈을 갚을 의무가 있다. 채권자는 선도자 채무자는 후발자다.
게임이론이 국내에 도입되고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 선도자를 짧게 '갑' 그리고 후발자를 '을'이라고 칭했다. 그래서 ‘갑을 관계’이다. 갑은 을보다 전략적으로 우위에 선다. 게임을 이끄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인수하는 국민의힘이 게임을 이끄는 입장이 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당선자가 정권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자기 측과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자, 청와대가 불편해하며 5월 9일까지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강조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인사 참사(慘事)가 아닐 수 없다. 낙하산의 ‘끝판왕’이다. 밀튼 프리드먼이 들으면 통곡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국민들 세금을 걷어 연봉도 주고 업무추진비도 줘야 하는데 전문성은 고사하고, 유시민 표현을 빌면 '도척의 개'들을 기관장으로 임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놓고 물러나는 마당에 무슨 미련이 남는지 의문이지만...문재인과 민주당은 어리석다. ‘갑을 게임’을 ‘치킨 게임’으로 이해하고 있어서다. 지금 그들이 꾀하는 행동은 전략이 될 수 없다. 그냥 '몽니'다. 버티기다.
그들에게 상황도 불리하다. 스스로도 그와 같은 방법이 어리석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럼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을 굳이 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하나다. 갑을 게임을 치킨 게임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허구적 위협을 하려는 것이다. 그 위협에 대대적인 선동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 위협은 허구적이다. 무능한 정치인은 인기에 집착한다. 그렇기에 허구적 위협에 넘어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인기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사실을 추구하면 된다.
치킨게임에 임하는 경기자들 중에 전략적 우위에 있는 쪽의 전략 선택은 간단하다. 즉, 상대의 위협이 허구적'이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 짧게 말하면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그럼 상대는 물러난다.
또 다른 허구적 위협을 들고나올 뿐이다. 계속 끝까지 밀어붙이면 상대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안 물러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어리석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