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호주에 와서, 아침마다 제 잠을 깨우는 녀석들의 소리들을 즐겁게 들어 줘왔답니다.
그런데, 집을 얻어 이사한 곳에서 새로운 녀석이 제 잠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녀석은 쩍 갈라진 큰 목소리로 울부짖습니다 “어 쩔 거 여~ “
나 참~. 그럴 때면‘ 그러게 말이다. 내가 어쩌려고 이곳에 와서 일을 벌이고 있단 말이냐!’ 침대에 누워 눈만 말똥거리며 ‘그러게 말이다….’는 말을 되 내이고 있을 때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는 ‘어쩌라고~’ 이렇게 들리데요. 그래서 ‘어쩌긴 뭘 어쩌니, 너 알아서 하라고~’하고 대꾸했답니다. 그러기를 며칠…. 하지만 그 후론 그 녀석은 더 이상 제 잠을 깨우지 못했답니다. 휴대폰 알람이 질세라 크게 울어댔기 때문이죠.
오늘 아침. 아무래도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는 날인가 봐요. 정말 온갖 악기들이 다 동원됐더군요. 높은 소리, 낮은 소리, 굵은 소리, 그리고 가는 소리……어떤 연주자는 거칠게, 어떤 연주자는 열정적으로, 또 다른 연주자는 부드럽게…… 너무나 훌륭한 연주에 귀를 있는 대로 크게 열고 감상했답니다.
프랑스의 작곡가 Olivier Messian이 새의 소리를 찾아 녹음하고 이를 음악으로 옮긴 것이, 새들의 합주를 들은 사람으로 얼마나 당연한 욕구였을지 이해가 되는 아침입니다.
메시앙은 1917년 처음 피아노 곡을 쓰기 시작한 후 많은 곡들을 썼는데, 새에 관련된 곡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 1951 검은 티티새 Le merle noir - Chamber -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 1953 새의 눈뜸 Réveil des oiseaux – 관현악,Piano solo, celeste, xylo, glock, 2perc
- 1955-56 이국의 새들 Oiseaux exotiques – 관현악, piano solo, glock, xylo, 5 perc)
- 1956-58 새의 카탈로그 Catalogue d'oiseaux - 피아노
- 1970 정원의 멧새 La fauvette des jardins – 피아노
- 1985 새들의 작은 스케치 Petites esquisses d'oiseaux – 피아노
연주악기들을 보면 피아노, 플루트, 첼레스타, 자일로폰, 글로켄슈필 그리고 타악기들이 있는데, 모두 새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악기들인 것 같습니다.
호주에 올 때 cd 한 장도 안 가져왔습니다. 생필품 목록에 밀린 것이기도 하지만, 가져오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남편에게 한꺼번에 부치라고 할 작정이었는데, 다음 주, 친정 부모님들 오시는 편에 일부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음악들이 올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너무 많은 음악들이 있기에 특별히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남편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착각?)해서 이기도 한데. 과연 잘 알고 있었는지 봐야 되겠습니다.^^ 또 남편이 좋아하는 곡들도 많이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곳의 생활이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또 여건이 안되어서 음악을 잘 듣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은 인터넷을 통해 듣고 싶은 곡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행복하네요. 잃어버린 것들을 찾은 기분입니다.
어떤 녀석들이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서 제방에 동그랗게 난 창을 통해 밖을 보니, 뜻밖의 하늘이 나타나 놀랐습니다. 해뜨기전의 하늘. 이 세상에 컬러라는 것은 없는듯한 무채색의 하늘이었습니다.(아마, 게으른 자의 뒤늦은 발견이겠지요.-늦어도 너무 늦었네요.^^) 그 하늘을 창을 통해 보고 있자니, 화가 마티스의 ‘The window’라는 그림이 생각나 인터넷을 뒤적여 한번 봐주고….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아침입니다.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하고 여유를 빼앗아 갑니다. 그렇지만 그런 삶에 밀려만 갈 수 없습니다. 스스로 여유를 찾아야 합니다. 기쁘게 살아야겠습니다. 앞으론 더 그래야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잠깐 새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황홀한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첫댓글 언니, 좋은 아침~!! 쓰신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언니의 건투를 빌며---^.^
친정부모님이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앞으로 음악 이야기도 많이 들려 주시길...
글게 마립니다. 스스로 여유를 찾아야 하는데.....그게 참............시방 저도 노력만 하고 있습니다.
메마른 이민생활에서도 음악을 찿을 정신적 여유를 가진 커피향기님이 부럽군요
역쉬 ~~~놀라운 능력이시네요.음악적 영감을~~~~부~ 럽~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