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일이 있어서 추석을 쇠러 가지 못했다. 이번엔 못가더라도 형들이 가실꺼닌까 하면서...
6남매를 낳아서 두주먹 불끈 쥐고 키우셨건만, 끝내...
이놈은 이핑게 저놈은 저핑게로 아무도 내려오지 않고
늙으신 영감할멈(아버지와 어머니) 둘이서 추석을 쇠셨단다.
늦었지만 연휴 끝나는 날 마음이 천근처럼 무겁다.
출장으로 인천공항에 새벽무렵에 도착해서 물먹은 솜처럼 몸이 까라 앉는다.
한숨 때릴까.. 사우나를 갈까.. 하지만.. 아무래도 않되겠다..엎치락뒤치락
아니야 영감할멈 놀래키는 재미도 놓칠수 없지 ㅎㅎ
그래! 고향앞으로 출발!!
(효심이 지극한 건 아니고 사실은 익산거래처에 볼일도 있으니 그참에 들른거다 ㅋ~)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날씨 죽이고,차도 한산하고...
오케이 바리..걍 밟어! 140-150-160킬로 ... 쭈욱 빠라바라밤~~~
아무래도 고향집에 일찍 드가자니 뭔가 서운하고 억울하다.
에이~ 영감할멈은 다 이해하실거야!! 왜? 부모닌까!!.
그래!! 닝기리. 올만에 갸들 불러내서 ㅋㅋㅋ 한잔하는거야.
정균이랑 목포에 사는 몇몇에게 전화했다(정균,상기,영환,향이. 사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는 이거뿐임).
"놀아조오!! 제발~~" 급조해서 만든 번개팅...성사. "오~ 예스 예스"
우선 하당의 한 고깃집에 소주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나는 어쩐지 자신이 없고 냄비가 서질 않는다. 이런적은 없었는데...
누구네 부모님 돌아가셨다네 체육대회한다네...연락받고서도 코빼기도 내밀지 않고
"으응..나 바뻐서.. 담엔 꼭 갈께"했던 내 모습인데...
갸들은 참 황당히 걸려온 전화였을거다. 지가 필요하닌까 갑자기 나타나 놀아달라는...
이넘들아. 오늘 잘 걸렸다.ㅋㅋㅋ
아놔! 그래도 내가 누군가, 원래 뭐낀넘이 성낸다지 않나!! 더 밀어부치는 거야!!
"야야 머해 먹어 임마~ 마셔!! 원샤앗~~"
"산다는게 참 글치?? 니들 목포동창회는 잘모인다며?? 어쩌구 저쩌구..." 하고
때론 분위기를 잡고 괜한 너스레를 떤다.
머잖아 해란이랑 병삼이가 들어서며 환하게 웃는다.
또 한참뒤 정균이랑 상기네 와이프가 구원병처럼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오모~~ 안녕하세여^^*"
'울 신랑 몸은 기필코 내가 보호할껴'하는 비장한 표정을 숨기고서...
니들 속셈 모를줄 알고... 내가 느그덜 시아부지다 ㅎㅎ
몇번은 화기애애하고 몇번은 진지한 대화들... 어느새 창밖으로 보름달이 기운다.
"야야 여긴 내가 낼께!!"하고 허풍을 떨고 일어서려니
어느새 향이가 먼저 나가서...마치 자기가 누나나 되는 것처럼... 수줍은 미소로 계산을 한다.
이대로 헤어지지기는 서운한 이심전심일까? 당연스레 가까운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맥주와 노가리를 안주삼아... 질겅질겅...벌컥벌컥...
울 와이프는 어떻고 니네 알라들은 어떻고.. 이러쿵..저러쿵...아쉽지만 11시가 훌쩍 넘었다.
"바쁘더라도 연락하고 살자!!". "내려오면 꼬옥 연락해!!"
"으응!! 잘살아라!! 느그 행님도 인자 정신 차릴란다."
멀어져 가는 친구들~~~ 뒷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상기는 어느새 내차를 꺼내와서 대리운전비를 계산하고 있다(지 와이프 손은 꼭 잡은채로).
혼자 뇌까려본다.
"고맙다 이 씨뱅이들아!! 이 원수는 잊지 않으마! 담에 내려오믄 꼭 불러낼께 ㅠㅠ"
"
제기랄 달은 왜이리 밝은거야!! 쓰벌!"
차가 어느새 임성으로 들어선다.
차 뒷자석에 앉아 몸을 깊숙이 누이고 영화배우처럼 담배 한개비를 찾아 불을 붙였다.
게으르고 무심한 성격, 앞만보고 내지르도록 강요당하는 사이 훌쩍 지나버린 40여 성상...제기랄 인생.
해서 친구들에게 도리를 다하지 못했고,늘 미안한 입장에 놓이면서도 그저 말뿐인 마흔의 자화상. 제기랄.
한참 깊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한숨과 함께 허공에 내뱉었다. "후~욱!!".
~~~~~~ "아저씨~ 저기 앞에서 좌회전".~~~~
밥차려놓고 자식을 기다리다 분노를 넘어 걱정으로...
가게모퉁이에 어머니가 돌부처처럼 서있었다.
첫댓글 부모님의 마음은 항상그러는데....그래도 그렇게나마 부모님 뵙고왔으니....다행....나도 엄마가 보고싶당~
겁나게 길게 써버렸네....읽느라 힘들었다..담에 또 시간나면 내려오시게..열씸히 살고만나세..^^*^^*
겁나게 오랜만에 내려왓서 만나서 기분이 최고조엿다 ! 부모님 마음은 다그렇제 나도 엄마산소들리고 왓다 오빠산소도같이 .. 오랜만에 가는산소 갈때는 슬퍼지만 돌아올때는 마음이 한곳이 가벼웠다 ^^*
다음날에야 향이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참석 못했는데 약간은 아쉽고 미안!!! 담에는 꼭 나가도록 노력해볼께.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