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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겨 유배길에 오른 단종, 단종의 할아버지 세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종복위를 꾀하다 사약을 받은 집현전 원로학자 성삼문. 그 성삼문은 죽기 전 단종을 그리는 애절한 시조 ‘단종(端宗)’을 애달프고 구슬프게 읊었다.
한 마리 원통한 새 궁중을 나와 / 외로운 몸 외짝 그림자 푸른 산중을 헤맨다 / 밤마다 잠을 청하니 잠은 이룰 수 없고 / 해마다 한을 다하고자 하나 한은 끝이 없네 / 자규 소리도 끊긴 새벽 묏부리 달빛만 희고 / 피 뿌린 듯 봄 골짜기 떨어진 꽃만 붉구나 / 하늘은 귀머거리라 슬픈 하소연 듣지 못하는데 / 어찌해서 수심 많은 내 귀만 홀로 듣는가.
정상은 해발 596m지만 몇 십 년 전까지 차도 다녀
길 중간쯤 다다르자, 뜻밖의 ‘자연휴식년제 출입통제’란 푯말이 나왔다. ‘이게 뭐냐’ 싶어 자세히 읽어 보니 길 옆 계곡에 많은 사람이 출입해서 훼손된 듯 계곡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길가엔 야생화가 만발했다. 올라갈수록 싸리나무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노란색의 자잘한 꽃이 활짝 핀 금마타리, 꽃 모양이 나비를 닮은 땅비싸리, 꽃향기가 좋은 사위질빵, 뿌리나 꽃에서 노루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노루오줌 등이 처음 온 내방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계곡에선 가끔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안내한 양한모 해설사는 “이 계곡엔 원체 물이 맑아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와 메기 등도 살고 있다”고 했다. 양 해설사는 홍수로 계곡물이 넘쳐도 고기들이 그대로 살아 남는 비결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