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3년부터 지금까지 6대를 이어오며 최고의 명품 샴페인을 만드는 가문, 크뤼그(Krug).와인 붐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정식으로 수입하는 사람이 없는, 그래서 그 화려한 명성을 확인 할 길이 없는 샴페인. 그때문인지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늘 동경의 대상이 되고있는 샴페인이기도 하다.작년 가을, 이 가문의 6대손인 앙리 크퀴그(Henri Krug)을 만나 가문의 이야기와 전설적인 명품에 얽힌 비밀을 들을 기회가 주어졌다.
크뤼그 성으로의 초대
하나의 설레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 중에 명품으로 손꼽는 크뤼그 샴페인의 모든 것을 보러 떠나는 날, 내게는 어린 시절 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작은 숲 속의 내부를 직접 보기위해 모험을 따나는 기분이었다.많은 상상을 하지만 살제와는 거리가 먼,그래서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 보면 상상 속에 머물러 있을 때 오히려 더둑 가치있었다는 후회를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데는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존재할 거라는 확신이 나를 떠밀었다.어쩌면 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크뤼그 샴페인을 시음할 수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저녁 나절 렝스(Reims)역에 도착하자 수다스럽고 친절한 젊은 기사 한 명이 크뤼그 라벨을 들고 서 있었다.그의 약간은 과장된, 그러나 밉지않은 와인 철학을 들으며 호텔에 도착하자 품위있는 가방에 크뤼그의 모든 홍보 서류들과 그토록 시음해 보고 싶었던 크뤼그 샴페인 한 병이 들어있었다.
크뤼그가는 샴페인을 6대째 만들어 오고 있는 샴페인 장인 집안이다.1843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세계가 공인하는 최상급의 샴페인만을 고집하며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한 열정과 고집을 가문 대대로 이어온 사람들이 만든 샴페인. 나는 천천히 서류들을 살펴보며 조금씩 그들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호텔로 크뤼그 홍보담당 이사인 파스칼 루소(Psacale Rousseau)여사가 찾아왔다.파리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품위있는 말씨와 커리어 우먼의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우리는 바로 본사로 들어가 크뤼그의 모든 비밀을 알아보기로 했다.그녀가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작은 오크통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저장고였다.
보통 크뤼그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샴페인이라기 보다는 와인에 가깝지만, 완전히 와인이라 볼수도 없다.'는 애매한 표현을 많이 쓴다.그리고 항상 직접 시음해 보아야만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있다고 했다.바로 이 같은 오묘한 맛의 근원은 이 저장고에서부터 시작되고있었다.와인을 숙성하듯 크뤼그는 이 작은 오크통에서 최초 숙성작업을 거쳐 다른 샴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다.이 작은 오크통들은 20년 이상씩 사용하는데,전문 수리공이 있어 매번 정교하게 수리를 해서 다시 사용한다고 한다.5층 정도의 높이로 층층이 쌓여있는 오크통들을 보며 이미 크뤼그 가문의 역사를 반 이상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저장고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지하 저장고는 어두운게 당연했지만 이곳은 특히 더 어두웠다.그래서 사진을 찍기위해 하 수없이 플래쉬를 사용해야만 했는데,번쩍이는 불빛넘어로 먼지가 켜켜히 쌓여있는 크뤼그 병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지하 저장고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그곳에 서면 샴페인 가문마다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그래서 나는 그 소리들을 좀 더 오랫동안 느껴보고 싶어 천천히 구석구석을 배회하며 내 자신에게 들려오는 작은 파동들을 감지하려고 노력한다.
크뤼그 가문의 긴 시간의 터널이 느껴지는 지하 저장고에서 나와 크뤼그 화장과 만나기 위해 작고 아담한 살롱으로 자리를 옯겼다.
앙리 크뤼그(Henri Krug)회장과의 만남
크뤼그 회장을 기다리는 작은 방에는 6대를 이어온 가문의 사진들과 오늘 시음할 크뤼그 샴페인들이 놓여있었다. 루소 여사는 잠시 내게 기다리라며 문 밖으로 나갔는데,그와 동시에 크뤼그 회장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크뤼그 화장은 두꺼운 안경을 쓴 연세가 지긋한 노인이었는데,평범한 한 가문의 가장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드디어 시음의 기회가 왔다.크뤼그 회장은 내게 자신들이 생산하는 4종류의 샴페인 중 3종류를 시음할 수있는 기회를 주었다. 내가 처음으로 크뤼그를 맛보는 순간이라고 하자,그는 미소를 지으며 첫인상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시음은 우선 크뤼그 그랑 뀌베(krug grande cuvee)로 시작했는데 이 샴페인은,여러 연도의 와인들을 블렌딩란 것으로 샴페인 지역의 3종의 포도, 즉 길고도 깊은 맛과 향을 지니고있는 피노누아(pinot noir)와 과일향기가 일품인 피노 메니에,그리고 섬세하면서 동시에 우아한 샤르도네의 결합이었다.크뤼그 샴페인에서 느낀 첫인상은 놀라움이었다. 입 속에서 미세한 향기가 동시에 퍼지면서 어느 순간 입안 가득 그들의 향기와 맛으로 모두를 점령당하는 느낌이었다.복잡하고 우아한 맛은 기본이고 그 위에 시간과 더불어 그 향기와 맛은 천차만별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의 놀라는 표정을 크뤼그 회장이 보더니 첫번째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밀레짐 1988년을 따라주었다. 처음 것과 시간을 두고 비교하라는 배려였다.1988년산은 50%가 피노누아로 만들어져 32%의 샤르도네와 어루러져 보다 깊고 우아한 맛을 내고있었다.그는 크뤼그 가문의 샴페인 철학은 '기다림과 완벽함의 추구'라고 했다.그리고 다른 샴페인 회사처럼 3종류의 포도를 결합해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샴페인을 만들지만 이들만의 독특한 맛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인데,그 비결은 작은 오크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이 같은 과정은 초창기 샴페인 지역에서 모든 가문들이 사용하던 방법이었지만 인력과 경비가 너무 많이들어 모두 대형화를 추진하게 되었다.그러나 크뤼그만은 그 당시의 전통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오고 있다.작은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샴페인들은 일반 샴페인보다 더욱 섬세한 맛과 향을 지니며 몸 속에 저장하고 있는 복잡히면서도 오묘한 맛의 힘은 다른 샴페인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세계로 이끌고 있다.결국 이 같은 숙성의 차이는 6대에 걸쳐 그들만의 맛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샴페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이우라고 크뤼그회장은 설명해주었다.시간과 더불어 그 빛을 더하는 크뤼그 샴페인이 탄생하려면 최소 6년에서 8년을 기다려야한다.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천천히,그렇지만 확고하게 그들만의 유일성으로 숙성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음이 거의 끝나자 크뤼그회장이 세번째 샴페인은 점심식사와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그리고 데려간 곳이 미셰란 별 하나 레스토랑인 '샤또 드라 뮤이르(chateau de la muire), 요리장인 아르노와 장피에르 랄르멍 부자와 오래전부터 잘아는 사이라고 했다. 작은 성의 내부를 고급스럽고 현대적으로 아주 잘 조화시킨 품위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크뤼그 로제(krug rose)한 병과 해산물 애피타이저 그리고 특별하게 조리한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았다.크뤼그 로제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83년, 무려 1백40년동안 크뤼그 가문에서 아주 특별히 한정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때문에 가문에서는 크뤼그 샴페인보다 서정적으로 만든 장본인이 로제이며,그래서 '크뤼그 가문의 오페라'라고 부르고 있다.이 역시 작은 오크통을 사용했는데,일반적인 로제를 만드는 과정대신 크뤼그만의 독특함으로 태어난 샴페인이다.맛은 보다 부드러우며 매혹적이었다.우리는 점심으로 로제 한 병을 남김없이 다 마셨고,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코끝으로 그 향기가 맴도는 느낌이다.그래서 명품이 좋은지 모르겠다.하나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깊게 각인 시켜주는 것,설사 그것이 한순간 마셔버리는 샴페인이라도 말이다.어쨌든 내게는 두번째 와인 기행의 테마를 확실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오크통에 담긴 샴페인의 전설
한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샴페인에 관한 전설이 있다.이것을 만들어가는데는 무엇이 필요할까?비밀스러우면서도 놀라움을 주는 것들,깊숙한 꺄브 속에 마치 잠자듯이 놓여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세월과 더불어 전설이 되고.... 이들은 단지 맛과 향기만으로 그들의 시간 속에 묻혀버린 전설이된 그들의 샴페인 이야기를 들추어 보란다. 작은 오크통속의 비밀,수십 년 동안 사용해 낡디 낡은 오크통들은 전문가에 의해 다시 태어나지만,그 속에 축적되어 있는 세월과 가문의 향기는 지속된다.
크뤼그 가문은 조안 조셉 크뤼그(Johann-Joseph Krug)가 1843년 세웠다.그의 꿈은 샴페인 지역에 그의 이름을 하나의 유일성으로 남기는 것이었는데,그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만의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그들 가문만의 엄격한 제조 과정과 비법, 이것은 곧 자신들의 샴페인을 보다 차별화하는 힘이 되었다. 최고중의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적용한 규정은 최상급의 포도즙을 얻는 것.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다시 최고의 품질을 선택해 샴페인을 만들게 되었다.그 결과 일반적으로 4천 킬로그램의 포도로부터 얻을 수있는 2천 50리터의 부드러운 포도즙들만을 얻게 되었다.결국 이들이 만들어낸 것은 가장 섬세한 최고급 와인들,그리고 이들은 다시 작은 오크통으로 옮겨져 그들 가문만의 전설을 몸속에 은닉하게 되었다.
그럼 작은 오크통속에서 첫번째 숙성 관정을 거치는 동안 무엇이 만들어질까?이들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섬세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향기와 맛은 그만의 독특한 구조로 연결되며,부드러움과 복잡 미묘함이 입 안에서 동시에 느껴지며 이것은 결국 크뤼그를 맛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아함과 풍부함,그리고 특별함으로 자연스럽게 몰아가게 된다.이 것은 중독과도 같은 것,그래서 크뤼그를 마셔본 사람들은 그들이 유혹하는 맛의 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이끌리고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든 과정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이루어짐으로써 그 가치가 최고의 것으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크뤼그 가족들은 그들만이 만들어낸 샴페인을 유일한 맛을 지닌 '기적'이라고 이야기한다.이 같은 맛의 세계는 단지 작은 오크통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그 비결은 샴페인 맛의 근원이 되는 '블렌딩의 마술'에 있다.각각의 맛의 세계를 달리하는 피노누아.피노 메니에와 샤르도네, 이 3개 품종으로부터 얻은 각각의 특성들을 최대한 살려 가문의 비밀스러운 배합을 통해 '천사들의 요리'가 시작돠었다.
마지막으로 식탁에 올려지는 크뤼그 샴페인.바로 이 같은 일이 6대를 이어 크뤼그 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문에서 6대를 순수 혈통을 유지하며 내려오기란 사실 쉽지않은 일이다.그리고 그들이 모두 샴페인 제조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가문을 이끌어 가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이런 가문의 지속적인 유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샴페인에는 그 시간의 향기만 해도 이미 우리들의 가슴을 충분히 벅차게하고도 남았다.이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하나의 명품을 만들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최소한 그들의 저장고에서 6년 이상을 가둔다.이것은 경제적으로보면 큰 손해인듯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명품 샴페인들이 가져다 줄 가치는 분명 경제의 가치와 더불어 명예와 예술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 것이다.이것이 크뤼그가 추구하는 가문의 원칙중의 하나였다.그래서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있는 그 많은 시간동안 하나의 샴페인 전설로 존재할수 있게 된것은 아닐지.
끌로 듀 메닐(Clos du Menil)의 포도밭
크뤼그 회장과 점심이 길어져 포도밭을 방문하는 계획이 오후 늦게서야 이루어졌다.아침에 나를 안내했던 루소 여사와 크뤼그 샴페인의 결정체인 메닐(Menil)마을의 포도밭을 방문하기로 했다.이곳의 포도밭은 끌로 듀 메닐,신기하게도 마을의 집들로 둘러싸여 있어 언덕에 올라가야만 그 모습을 정확히 볼수있다.이곳에서 생산되는 크뤼그는 다른 어느 지역과도 섞이지 않으며 샤르도네 한 종류만으로 만들어지는 블랑드블랑 샴페인이다.또한 이곳의 크뤼그는 밀레짐만을 생산하는데.포도의 품질이 좋지 않아 수확이 불가능한 해에는 그랑크뤼 크뤼그 샴페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완벽하게 고립된 작은 가족 농장에서 그들만의 제조원착을 이 샴페인에서는 느낄수 있을것 같았는데,생산량이 너무 적어 아쉽지만 시음 할 수 없었다.가장 최근에 병입되어 나온 연도가 1988년이다.면적이 1.85헥타임을 감안하면 그 희소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도착했을땐 굵은 빗줄기 때문에 언덕 위로 올라갔었지만 아쉽게도 선명한 모습은 볼 수없었다.그러나 벽으로 둘러싸인 매혹적인 포도밭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오염되지않는 순수함을 느낄 수있었다.다양한 품종들의 블렌딩을 통해 최고의 맛을 낼수도 있지만,하나만을 고집하는 그 순수성을 유지하며 유일성을 얻으려는 생각,이러한 가치를 이 포도밭은 보여주고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아마도 누군가의 열정이 있어야하지 않았을까?인간과 와인이 닮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크뤼그 샴페인 창조자의 고집스런 원칙을 통해서 보다 근본적으로 동의할수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같은 고지식함은 창조자의 모습을 전설적어로 만들며 샴페인 또한 심오한 명품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루소 부인과 나는 비가 많이 내리는 샹파뉴의 포도밭 길을 걸으며 에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누군가가 크뤼그 가문을 방문하고 싶어한다면,고립되었지만 크뤼그의 유일성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이 포도밭을 꼭 방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명가의 가치를 느끼게하는 곳,그것은 아주 작은 규모에 지나지 않는,그러나 순수성이 살아있는 끌로 듀 메닐 포도밭이었다.
크뤼그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늦은 오후 샴페인 도시를 혼자 산책하면서 크뤼그를 방문했던 오늘의 기억들이 내 주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회장은 이제 나이가 들어 그의 후손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사라져 가겠지만 크뤼그의 향기는 늘 애호가들 곁에 언제나 그렇게 머물러 있을 것이다.항상 그렇게 사람들 속에 그들만의 향기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그것은 분명 명품의 향기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