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거론된 이해찬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당에서 지난 대선 당시 충청 표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이해찬밖에 없다고 해서 세종시에서 지지유세를 벌이는 등 힘껏 도왔다”며 “당에서 (이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얘기하려면 책임 있게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평가위가 이 전 대표에게 우회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한 반발이다.
(중략)
친노 성향의 최민희 의원은 “(보고서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한상진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친노무현 세력에게 책임이 있다’는 설계도가 있었다”며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연구된 보고서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가설에 끼워 맞춘 보고서”라고 말했다. 친노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후보의 가장 큰 실수는 오히려 선대위 내의 주요 보직에 문재인과 다른 생각을 가진 세력의 사람들을 앉힌 것”이라며 “이는 선대위 내 지휘부가 없이 선거를 치렀다는 당내 여론조사의 결과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하략)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4092214075&code=910402
2. 김종엽, 한상진 지도교수에게 그렇게 배웠나? 데이터 분석한 보고서 내면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학계의 관행은 내 보고서의 객관성을 누구든 검증하라며 데이터를 공개하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공개하세요.
기이한 건 몇차례 한상진위원장에게 총선평가보고서에 관해 사실을 말해도 안듣는 것입니다. 보통은 여러 당사자 얘기를 듣고 판단하는데 한상진교수는 자기 생각과 다른 말 하면 짜증내고 내탓이오하라고 강요해요. 사실확인하자면 자세가 틀렸다며 비난하구요.
===============================================
“문재인을 버리라고?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
===============================================
‘유연한 보수’ 남재희 전 장관과 ‘원칙을 지키는 진보’ 신장식 전 진보신당 대변인이 만났다.
보수와 진보의 속 깊은 소통을 위해서였다. 지난 대선 평가부터, 진보 진영의 미래까지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윤여준·이상돈·표창원과 함께 ‘합리적 보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런저런 방식으로 선거에 관여한 다른 세 보수 인사와 달리 내내 ‘관찰자’ 위치를 지켰다. 그는 진보 탐구가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국회의원이 되고 김영삼 정권에서 장관을 했지만, 출입기자로 만난 죽산 조봉암부터 노회찬·심상정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넘게 한국 진보 세력을 세심하게 관찰해왔다.
진보 세력에 애정 어린 관심을 지닌 남 전 장관이 ‘유연한 보수’라면, 신장식 전 진보신당 대변인은 ‘원칙을 지키는 진보’다. 2000년부터 3회 연속 서울 관악을에 진보 정당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노회찬·심상정 등 진보신당 주역들이 탈당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할 때, 큰 틀에서는 합류에 찬성했지만 대의원들의 반대표가 많았다는 이유로 잔류했다.
보수와 진보의 속 깊은 소통을 위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흥미로운 점은 남재희 전 장관이 가장 아끼는 정치인이 신장식 전 대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데 모임 때마다 남 전 장관은 늘 신 전 대변인을 위해 책을 챙겨온다고 했다. 대담이 있던 날도 남 전 장관은 토크빌의 <구체제와 프랑스 혁명>을 챙겨와 선물했다. 프랑스 혁명부터 미국의 진보정치사를 거쳐 우리의 지난 대선에 이르기까지, ‘진보학 개론’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고재열(고):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보수 원로와 중견 진보가 어울리게 되었는지요?
남재희(남): 그거요? 내가 청주 출신인데, 청주라는 데가 굉장히 보수적인 지역이오. 그래서 진보 정당이 발을 못 붙여요. 아직까지도. 그런데 청주 출신인 신장식이라는 후배가 민주노동당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건 참 희귀종이구나 싶어, 이 양반이 민주노동당 후보로 관악에서 처음 출마할 때 호기심에 찾아갔지.
신장식(신): 제가 그럴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웃음). 청주 출신 어르신 중에 이렇게 진보적인 분이 계시다는 게 신기하고 든든했습니다. 저는 항상 소수파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가도 선생님이 계시면 마음이 든든했고요. 볼 때마다 책을 주시는데 한 번은 카트린 드뇌브가 딱 한 호 편집장을 한 <보그> 잡지를 주시더라고요.
남: <보그>는 미국과 프랑스를 거쳐서 만드는 잡지예요. 최고급 패션 잡지로서 장삿속이 있으니까 프랑스 최고 배우인 드뇌브에게 헌정해서 한 회 편집장을 맡긴 건데, 아주 좋아요. 그래서 내가 그걸 여러 부 구해서 사람들에게 줬지.
신: 자본주의를 정확하게 알아라,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와 있다, 이런 취지로 잡지를 주신 것 같더군요.
고: 지난 대선에서 윤여준·표창원 같은 진보로 전향하는 보수 인사가 있었습니다. 남 장관도 그런 인물로 꼽히는데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으셨더군요. 본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 나한테 정하라면 리버럴이지요. 리버럴이라는 개념이 참 애매한데, 미국에서는 리버럴을 대개 소셜 데모크라시로 분류합니다.
신: 진보 인사이신데, 원래(웃음). 선생님의 삶의 태도를 보면 실사구시를 하신단 말이죠. 그거야말로 저는 진보주의자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현실에 천착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진보가 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서 선생님만큼 여전히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보시고 현실을 그만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현실에 접근하는 태도에서 충분히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른바 사민주의에 대해서 선생님만큼 오랫동안 이렇게 일관되게 이야기한 사람이 없습니다. 사민주의 얘기 요즘 많이 하는데 원칙 없이 그때그때 정세적으로 얘기하면서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이에 비해 남 선생님은 본인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사민주의를 쭉 이야기해온 측면에서 진보적 스탠스와 삶의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 이번 대선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를 해주신다면?
남: 민주당, 이 이상한 사람들이 왜 안철수를 지지하고 그 캠프에서 일했던 한상진 교수를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임명했는지, 난 그것부터 의심해요. 대선을 완패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씨로 압축해서, 문재인씨에게 의원직 그만두고 은퇴하라는 거 아닌가? 그런 기담이 어디 있나 싶어요. 여러 가지를 본다면, 문재인 후보가 선전했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선거에서 48%를 얻었다는 것은, 지기는 졌지만 대국적인 안목에서는 비겼다고 봐야 하거든. 국민의 48%를 얻음으로써 우리 정치사에서 부동의 자본재로 축적이 된 겁니다. 그런데 아깝게 축적한 자본재를 버려라? 난센스야, 난센스.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본다고(웃음).
고: 한상진 교수의 대선 평가를 ‘파괴논법’이라고도 말씀하셨는데.
“민주당 가는 분들이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세력처럼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자·농민의 투표 블록을 가진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세력과 다르니까요.”
남: 선거운동에서는 문(재인)이 박(근혜)에게 이겼어요. 특히 토론에서. 박은 무슨 학생들 학예회 예행연습 같은 말만 했고, 문은 어른스러웠습니다. 대정치가의 역량을 보여준 셈이죠. 그래서 막말로 보수 진영에도 ‘아, 저 정도라면’ 하는 정도의 인식을 줬단 말이죠. 거부반응 가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온건하고 점잖고 잘했으니까. 지적으로 월등하게 박을 누를 수 있는데, 안 했다고요. 집권 후 타협과 협조의 길을 전부 열어두고 계속 여야 협조하자는 식으로 했으니까.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낸 5000만 동포의 48% 결정체를 말이야, 그걸 헌신짝처럼 버리라는 논리가 어떻게 나왔는지. 대학 교수를 했다는 사람이. 난 기가 막혀요.
신: 그런 분을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앉힌 세력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겠죠.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문재인 의원에게 정치 전면으로 나서 주십사 하는 삼고초려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남: 문은 쉬어도 괜찮아요. 다음 대선은 5년 후의 얘긴데. 지금은 좀 쉬어도 된다고.
신: 당장 지방선거에서부터 민주당이 못 쉬게 할 것 같은데요. 민주당이 전국 선거를 지휘할 수 있는 리더가 문재인 의원 말고는 없다는 것이죠. 당분간 그만한 득표력을 가진 야당 정치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조차도 그릇과 됨됨이를 인정하는 야당 정치인은 쉽게 등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민주당이 당을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문재인 의원에게 지방선거에서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고: 안철수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남: 안철수 후보가 새 정치를 얘기하는데 황당합니다. 정치 참모가 어떤 인간인지 머리가 참 나빠요.
아니, 중앙당 폐지하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러면 지방의 돈 많은 토건업자들이 국회의원 하는 거예요. 중앙당 컨트롤이 없으니까. 그리고 국회의원을 줄이면 특권화돼요. 우리는 500명 되어야 하거든. 그래야 노동자도 여성도 좀 들어가고 그러지. 안철수는 정치는 하겠지만, 대권은 글렀어요.
고: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남: 텔레비전 토론 보니까 소화된 얘기가 아니에요. 입력된 거지. 증세 안 하고 복지 하는 건 말이 안 돼. 예산 절약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증세를 말하지 않고 복지 하는 건 사기예요.
고: 아무튼 1971년 박정희-김대중 대결 이후 40년 만에 보수-진보 대회전을 치른 셈입니다.
남: 대선을 되돌아볼 때, 내 불만은 MB 정권이 엄청난 과오를 범했는데, 정권에 대한 총괄 백서도 못 낸 민주당은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냐 하는 거죠. 나는 민주당 원내 투쟁이 엉터리였다고 봅니다. 결정적인 것이 검찰에 발목 잡힌 원내 대표를 그대로 놔둔 거였고. 박지원을 그냥 놔두고 선거를 치러서 원내 투쟁이 엉터리였어요. 왜 MB를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MB 정권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어서 MB는 즐거웠겠지. 아무도 안 때리니까.
신: 집권 5년 동안 가장 한가하고 편안한 시간이 대선 기간이었을 겁니다. 텔레비전에도 안 나오고(웃음).
고: 진보 진영에게는 이번 대선이 어떤 대선이었나요?
신: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진보를 표방한 후보가 심상정·이정희·김순자·김소연까지 네 명이나 있었는데 누구도 제3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2002년 대선 때는 3.7% 득표를 했지만 정치적 무게는 10% 이상이었고 제3 후보의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눈물 나더라고요. 이정희나 심상정 같은 경우는 누구나 사퇴할 거라고 당연시했고, 민주당이 심상정에게는 뭘 주고 이정희에게는 뭘 줄 건가 이 정도가 관심사였죠. 진보 청년은 참 힘든 선거였습니다(웃음). 과연 제3 정치세력이 가능한 건지, 가능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고통스러운 질문입니다.
남: 먼저 노회찬-심상정 라인의 상습적인 탈당이 문제야(웃음). 탈당병인 것이, 이미 한 번 깼잖아요. 민노당을 깨고 진보신당으로. 또 통합을 했잖아. 그것도 탈당이었고. 그리고 또 깼어. 상습적인 탈당파란 말이에요. 세가 약하면 탈당해. 거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고: 진보 정치인 중 일부는 민주당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남: 문성현은 노동운동 본류인 금속노련 출신이에요. 금속은 뭐냐. 바늘부터 배까지 전부 금속이여(웃음). 어느 나라나 금속노련이 핵심이라. 그런데 금속노조 위원장을 하고 민노총 위원장을 하고 민노당 당수도 한 문성현이 민주당에 가기에 난 농담으로 ‘같은 문씨끼리 해처먹는다’고 했죠(웃음). 여하간 문성현 같은 정통 노동운동가가 미국 모델, 미국의 AFL-CIO(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 모델을 택한 겁니다. 영국 모델이나 독일 모델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당처럼 한국도 진보 세력이 민주당의 한 분파로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고 문성현이 택한 거 아닌가? 대부분이 민주당으로, 미국 모델로 갈 것 아닌가 싶은데, 심한 얘긴가?
신: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남: 미국 모델도 나쁜 게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진보 정당이 쇠퇴기니까. 일본도 그 강했던 사회당이 쇠퇴한 거고. 아마도 문성현이 상징하는 것이,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것 아닌가 싶어요.
고: 진보 세력의 문제가 무엇인가요?
남: 내가 <진보정치>를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구독하고 있어요. 거길 보면 옛날 해방 직후 쓰던 이데올로기적인 용어, 생경한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요. 제국주의, 계급투쟁, 반제… 많아요. 분위기가 완전 해방 직후 같아. 이 사람들은 그동안 진화를 멈췄나?(웃음) 그래서 일부 우익 진영에서 일부 진보 진영에게 주사파니, 종북이니 비난할 때, 100% 방어가 어려운 겁니다. 난 방어해주고 싶은데. <진보정치> 좀 갖다 보시라고.
신: 현대화되지 못해서 좌초한 면이 있죠.
남: 조봉암씨 망우리 묘소에 몇 년 전에 간 적이 있어요. 7월31일이 제삿날이거든. 아주 더울 때였는데, 내 누구라고는 말 안 할게요. 지금도 통진당의 최고 간부인 친구가 사람들 많은 데서 하는 말이 공산주의가 왜 나쁘냐고, 좋은 이론인데 왜 나쁘냐고 하는 거야. 조봉암씨가 공산당으로 몰려서 법살(法殺)을 당했는데 그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해요. 그렇게 순진무구하다고.
신: 저는 지금 상대적 포지션을 가지고 진보다 아니다 얘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MB나 박근혜랑 대척점에 있다든지, 민주당과 다른 진보적인 이야기를 정책적으로 한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가질 수 있느냐, 그런 질문을 하게 되고요.
남: 신형 얘기가 맞아요. 가는 사람도 있고 남는 사람도 있고. 양쪽 가치를 다 인정해줘야 할 거 같아. 진보 정당을 고수하는 세력도 있어야 하고 민주당 가서 노력해보는 세력도 있어야 하고.
신: 충분히 인정하는데 민주당 가는 분들이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세력처럼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자·농민의 투표 블록을 가진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세력과 달리 실제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요.
남: 밖에 진보 정당이 버티고 있을 때 민주당 들어가는 세력이 힘을 쓰는데 없으면 힘을 못 써요. 분열이 문제야. 분열만 안 되고 잘 나갔으면 조금씩 늘려나갈 수 있었을 텐데. 내분 나서 지리멸렬 되는 거지. 신장식씨도 탈당파 아닌가?
신: 전 지금도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사실 저도 통합을 주장했는데요. 그런데 대의원 대회 결과가 그렇게 나왔고, 그러면 대의원 대회 결과를 존중하는 게 맞겠다 싶었거든요.
고: 한국 진보 세력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보는지요?
신: 저의 관심사는 제3 정당이 가능한가부터 진보 정당 부활까지인데, 시간이 걸리겠죠. 2000년 창당해서 2004년 원내 진출해 10석을 차지하던, 이런 식의 압축 성장은 한동안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남: 진보에게 ‘너희들 뭐냐, 지향하는 게 뭐냐, 정책을 한번 따져보자’ 그러면 선택지가 넓지 않아요. 복지국가 모델이 역시 가까운 게 아니야. 전에 권영길이 차베스처럼 미국을 떨게 하겠다고 하기에, 우리나라에 석유가 나냐고 내가 그랬어요(웃음).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 석유가 나니까 큰소리친 거지. 흉내 내다 큰일 나죠. 오히려 룰라 흉내를 내야지. 대선을 통해서 복지국가의 이념이 일반화됐고, 또 경제민주화 이념이 일반화된 것은 하나의 큰 진전을 본 게 아닌가 생각해요.
신: 복지국가 이야기가 경제민주화처럼 일반화됐는데. 복지국가 같은 경우도 여러 형태가 있잖아요. 코포라티즘(협동조합주의), 미국식 자유주의 모델 등이 있는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건 노르딕(북유럽) 모델이죠.
남: 너무 개념이 없어도 안 되지만, 너무 개념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돼요. 이데올로기라는 게 뭐냐. 작업가설을 정하는 거거든. 없으면 지향하는 바가 없다는 얘기가 돼요.
신: 복지국가를 하기 위해 대안 체제가 뭐냐. 우리가 어떤 가치를 위해 어디로 향해 가고 있다는 걸 국민과 얘기할 수 있는, 합의된 방향과 깃발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 현재로서는 복지국가가 괜찮은 얘깁니다. 사실 지금 우리는 악순환 구조예요. 빈부격차가 심한데, 빈부격차가 점차 신분화되고 있거든요. 학력 때문에. 그러면 자칫하다가 봉건화되지.
신: 외고나 자사고, 국제중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돈만 많아서 되는 게 아니라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애들이 가기 때문에 계급이 됩니다. 서울대 가는 게 목표가 아니더군요. 다들 아이비리그 준비를 하더라고요.
고: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네요.
남: 대선 때 아는 사람이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남 의원 박통 때 부하 했잖습니까. 그럼 이번에 박근혜를 우리 대통령 만듭시다’라고. 그래서 그랬지요. ‘아니, 우리도 이북처럼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얘기요?’라고. 그랬더니 내빼더라고요(웃음).
신: 대를 이어 충성하는 사람이 지금 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고: 남북관계가 급박한데 박근혜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남: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말이죠, 통일원에서만 평생을 있었는데 최근에 은퇴했어요. 이 사람이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이임사로 ‘분단 질서가 녹슬어 푸석푸석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시퍼렇던 분단 대결은 무대 위에 올려진 소극이 되었고, 지금은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거 같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평생을 통일부에 있던 사람 얘기예요. 박근혜 정부가 역지사지해서 (북한이) 내뺄 구멍을 열어줘야 합니다. 미국이 지금 압박하고 있는, 독 안에 든 쥐니까. 얘기를 왜 못해! 몰아붙이면 파탄밖에 없어요.
신: 박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에 있어서는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설득할 수 없는 국민을 박근혜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핵 비확산도. 근데 더 강하게 정밀 타격하겠다고 나오니까….
남: 군을 안보 라인에 쫙 배치한 것도 잘못이에요. 한국 안보에서는 대중·대미 외교가 중요하지, 군 가지고는 못해요. 군이라는 건 견즉필살(見卽必殺)밖에 없는데, 그런 경직성으로 어떻게 외교를 합니까? 우리나라는 미·일·중과의 외교가 안보야. 미국에서도 안보 하면 누구인가? 키신저니, 라이스니 백악관 안보 책임자들은 다 외교 전문가들이야. 파월도 국무장관만 했지, 안보 책임자는 안 했어요.
신: 전쟁에서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쟁 안 나게 하는 게 능력이고 안보죠. 전쟁 나면 뭐가 남겠어요.
남재희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왼쪽). 10~13대 국회의원(민정당·민자당), 1993~1994년 제11대 노동부 장관.
신장식 : 2000년, 2004년 민주노동당 관악을 국회의원 후보, 2008년 진보신당 관악을 국회의원 후보, 2008~2009년 진보신당 대변인.
진행 고재열·정리 장일호 기자 | scoop@sisain.co.kr [289호] 2013.04.02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