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수로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띈 몇 가지.
1. 신평배수문.
이미 동진강 하구에 가까이 내려온 하류구역이어서 물은 탁하고 양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답사 때 만났던 '신평천 크로스'(이름 없는 암거. 신등교 다리 부근에 있는.) 와 혼동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다른 곳입니다. 철책을 쳐놓은 이 물길도 간선수로가 아니라 폐수를 내보내는 수로입니다.
위 사진들은 이미 수명을 다하고 퇴역한 수문이고요,
아래 사진은 조금 더 하류쪽에 새로 지은 방수문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이 다리(수교)를 건너다가 발견하여 사진 찍으러 들어왔던 거죠.
역시 셔터가 일곱 개나 되던 옛 갑문이 더 위용 있어 보입니다.
2. 만경읍 - 만경향교.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고, 점심을 해결해야 했으므로 만경읍내로 차를 몰았습니다.
읍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을 언덕.
아마도 당산이었겠지요. 지금은 그냥 정자나무 쉼터, 정자나무 식당... 그런 이름으로만 불리지만요.
식당 아주머니는 오후 세 시가 다 된 시각에 혼자 점심 먹으러 들어온 여행자에게 엄청난 친절을 베풉니다.
가위가 필요하냐, 앞접시 갖다 드릴까? 반찬 뭐 모자라느냐, 밥을 더 드릴까?
급기야, 이웃에서 얻어온 포도라면서 한 접시 산더미처럼 담아다 내놓습니다.
이 식당, 강추.
나중에 만경에 가면 이 집에서 점심 드세요. 갈비탕 맛있습니다. ('가든 정자나무'. 두내산로 읍사무소 인근)
향교에 들러보았습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밖에서 사진만 몇 장 찍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만경향교 제전(제사비용을 마련하는 논밭)확장 기적비' 입니다. 글씨가 멋있어서 찍었습니다.)
공자기원 2512년, 즉 1961년에 세웠으니 60년 가까이 되는 비석이군요.
너무 큰 돌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비석 이름을 네 면에 뺑 돌려 새긴 것도 매우 특이한 아이디어입니다.
이렇듯, 큰 것만 좋아하거나 돈 많은 위세를 자랑하지 않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의
자랑스러운 덕목이었는데................ 쩝쩝.
유림들이 향교 담장을 고쳐 쌓은 공적을 꼼꼼히 기록한 비석도 있고...(바로 위 사진. '축장기적비'.)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이 매우 아름답고 새김도 비교적 깊어서 의외의 문화재가 될 것 같습니다.
3. 만경읍 - 능제와 능제 비석.
수로를 따라 북상하여 능제를 남쪽 둑에서 바라보다가 능제의 북쪽으로 돌아온 셈이 되었습니다.
만경초등학교가 능제 둑 건너편에 있고, 작은 공원처럼 되어 있는 이 곳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다소 폐허같습니다.
둑 가에 돌려놓은 나무데크도 많이 썩어 있어서 아예 출입을 금하는 곳도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능제를 축조할 때의 경위를 새긴 비석인데 너무 오래된 데다가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글자는 거의 다 마모되었다는 것.
뿌리 쪽에 몇 글자만 겨우 보이는데 모두 치수와 관계된 글자들이군요.
이상입니다.
이제 정말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