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부모, 외할머니
- 문하 정영인 -
외손녀가 태어났다. 친할머니가 키웠지만 이 녀석이 자랄 동안 예닐곱 명이 매달렸다. 외손녀는 엄마·아빠, 친할아버지·친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커갔다.
이처럼 유인원 중에서 인간은 모든 유인원 중에서 가장 크고, 천천히 자라며. 가장 비용이 든다고 한다.더구나 딸아이는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할머니·할아버지가 대행부모 역할을하며 돌봄을 공유하였다.
이처럼 대개의 아이들은 할머니, 이모, 손위 누이 같은 대행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났다. 친할머니가 키워서 그런지 외손녀는 친할머니, 외할머니를 어떤 때는 섭섭할 정도로 구분해서 부른다.
보릿고개 시절, 외할머니와 산 아이들은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가난한 외할머니는 젖이 부족해서 보채는 손주를 보면 쭈그렁 젖을 빨려가며 아이들 정성껏 키우기 때문이다.
이렇듯 외할머니는 대행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대행부모의 으뜸은 외할머니라 한다. 보릿고개 시절, 할머니의 존재는 아이들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진화적으로 옳은 이야기라 한다.
지금의 한국의 낮은 출산율의 이유 중애 하나가 육아를 돌봐줄 사람이 적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했어도 출산하지 않고 미루는 경우가 많다.
대개의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외할머니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딸이나 사위는 친가보다는 장모님 쪽이
훨씬 편해서 그런 것 같다. ‘처갓집과 변소는 멀수록 좋다’ 라는 속담이 ‘처갓집과 변소는 가까울수록 좋다’라는 속담으로 바뀌고 있으니 말이다.
맞벌이하는 현실적인 젊은 부부들은 아예 처갓집 근처에다 살 집을 마련한다. 이렇듯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는 여성이 이기적이라기보다 혼자서는 도저히 키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자식 상팔자라 하듯 아예 자식이 없거나 1~2명이 고작이다. 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친가, 외가, 이모·고모까지 매달린다. 거기다가 이모나 고모가 결혼을 안하고 살면 더욱 그렇다. 즉 대행부모(代行父母)가 있게 한다는 것이다.
손주보는 할머니는 생식 연령이나 능력이 지났지만 인구 집단에서 아동의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류 번영의 에이스 카드는 외할머니라는 것이다.
한 아이가 커 간다는 것은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 때문에 커간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는 오랜 기간 동안 대행부모 곁에서 커야 한다. 아이는 오랜 기간 동안 기고, 걷고 자라듯이 망아지처럼 태어나자마자 걷지 못한다.
지금은 그렇게 하면 며느리들은 칠색팔색하지만 외할머니는 밥을 자기 입으로 씹어서 손주를 먹여 키웠다. 설사 당신은 배를 곯더라도……. 그런 외할머니를 나는 뵙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저 가끔 이모 한 분만 봤을 뿐이다. 그런 걸 보면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단 하나뿐인 외손녀는 근 10년을 친가에서 키워주었다.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서울에 가서 대행부모 역할을 했다. 근 10여년을……. 한글을 떼어주고, 한자 가르치고, 수학 공부시키기 등을 했으니 말이다. 하기야 맞벌이인 딸은 대행부모인 친가와 외가에 육아를 부탁을 했다. 한 3개월 동안 친가와 외가의 육아에 대한 줄다리기를 했다.
시댁은 서울, 우리는 인천에서 살았다. 우리 부부는 딸 가진 죄라고 종내에는 우리가 외손녀 육아를 맡기로 내심으로 결심을 했다. 딸아이 출산휴가 한 달 전에 친가에서 대행부모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를 봐주면 골병든다고 한다.
지인 부부가 중에 쌍둥이 외손주를 봐주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인구 대국 중국이 한 자녀 출산 인구 정책이 이제는 2명까지 낳으라는 인구 정책 으로 바뀌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우리나라 지자체도 인구 감소로 소멸될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 한국 출산율은 국가 흥망성쇠의 열쇠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나저나 1인 가구가 갈수록 는다고 하니, 보통 7~8 남매를 키웠던 우리네 부모들은 어떻게 그 많은 자식들을 키웠을까? 그 당는 유아원도 유치원도 없던 시절이다.
‘제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 라고 하는 옛 어른의 말은 고릿적 이야기일 뿐인가?
그 외손녀가 벌써 고1이 된다니…. 부모는 자식에 이어 손주까지 A/S를 해야 하니 끝난 것이 끝난 것이 아닌가 보다.
옛날의 외할머니는 시집 간 딸과 손주가 보고 싶어 반보기를 했다.
출가외인의 굴레 속에서…….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