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과 살둔 월둔 탐승기
세월따라 변하는 것이 인심만은 아닌가 보다. 5월 염천(炎天)이란 말 어디 가당키나 하랴만, 올해는 때 이른 5월의 폭염이
연일 미증유의 기록을 세우며 일찍 기승을 부린다. 잔인했던 4월의 봄이, 광풍제월하던 5월 봄이 예 아니란 듯 여겨 일찍
쫓아 내기라도 하나 싶다. 벌써 여름이 온게다. 5월이 마지막 가는 날에 초립동 시절의 고우들이 모여 함께 야유회를 간다.
트레킹을 겸해 내린천 삼포로 간다. 바람부는 들길을 따라 삼포 가는 길은 궂이 대중가요 속의 삼포(三浦)나 소설 속의 삼
포 만이 전부가 아니다. 유산자의 삼포길은 산과 강, 호수가 삼포요, 산.호수. 바다가 있는 승지(勝地)를 찾는 것도 삼포길
이다. 감입곡류(嵌入曲流)흐르는 내린천엔 협곡(峽谷)과 옥계(玉溪), 곡진 구빗길(乙字山路)이 절묘하게 어우러졌으니 이
산촌3경이 또한 내마음 속 삼포다. 2014, 05, 31,일요일.12인승 승합차에 몸을 실은 일행은 인제 내천인 내린천(內麟川)을
찾아 간다. 일찌기 이땅의 예언자들이 전화(戰禍)도 비껴 간다는 한반도의 십승지(十勝池)로 지목한 "삼둔 사가리(三屯 四
耕谷) 중 내린천과 삼둔마을을 찾아간다.
백두대간 갈전곡봉에서 갈래쳐 나온 산줄기 하나가 방태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천봉(天峰)을 일으키고, 봉마다 그 품에
심계 옥천을 깃들였다. 산은 물길을 낳고 물길은 산과 산을 이었다.가칠봉 응복산 개인산 방태산이 북쪽에서 첩첩이고,오
대산 계방산은 동쪽에서 한강기맥 준령을 이룬 곳, 강원도 홍천군 내린천은 그렇게 말없는 청산을 감돌고 태없이 흐르면
서 내면 율전리에다 굽돌이 둔치인 살둔을 일구었다. 산이 높아 해는 늦고, 골이 깊어 해넘이 이르니 하루가 반일(半日)인
곳, 워낙 깊은 산중오지라서 은자(隱者)도 쉬이 서산자족(棲山自足) 어려워 기피하던 곳이다.
살둔산장 가는 길은 홍천과 인제간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군 주촌면 철정검문소에서 화양강 다리를 건너고,451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인제군 상남면 상남삼거리에서 다시 446번 지방도로를 타고 간다. 오랫만에 함께하는 나드릿 길이라 모두 마
음이 들떠 있는데, 아름다운 미산리 협곡을 찾아드니 내린천 수면에 부서지는 은빛 아침햇살이 눈에 부시고, 차창을 내리
니 녹향(祿香)이 콧등을 벌름거리게 한다. 홍천군 내면의 내린천 협곡길, 한구비 돌아들면 길은 물길을 쫓아 왔다가 물길
따라 사라지고, 물길은 다시 길따라 왔다 길따라 사라진다. 궁궁(弓弓)한 모퉁이 길은 첩첩이 돌아 들고, 을을(乙乙)한 내
린천은 첩첩길 감돌아 내린다. 협곡과 물길과 찻길의 하모니가 유산자의 넋을 놓게 한다. 비록 주마간산이기는 해도 이렇
듯 탈속한 경지의 승경인 사행천(巳行川)에서 세속을 잊어 봄은 분명 열락이다. 그렇게 돌고 돌아 살둔에 이른다. 그러나
트레킹 후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리라 스쳐지나며 월둔계곡을 우선 찾는다.
방태지맥을 종주하면서 보았던 가경들을 평소 등산을 못하는 벗들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주려 찾은 월둔계곡에서는 못내
아쉬움 남는다. 통제구간 입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희귀동식물 보호를 위해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보게되어 예
정된 트레킹을 취소하고 돌아서려니 그럴수 밖에-.
무심한 듯 흐르는 내린천은 티없이 맑고, 굽돌이 여울목을 돌아와서는 강폭을 넖혀 모래톱을 쌓는다. 잔잔한 강심은 하늘
과 푸른 산허리를 담고 평류로 흐른다. 천 변 모래톱에 여장을 풀고 시원한 내린천 품에 젖어드니 세상사 잊게 한다. 호붕
(好朋)이 함께하니 개울가 여울도 낙원이다. 한사발 탁두잔에 족발 안주는 다시 두잔(二盃)을 부르고, 라면에 김치반찬은
그 내음만으로도 취하게 해 군침을 삼킨다. 그 누가 맑은 물에 고기 못 산다고 했던가, 송사리 떼 물 속 내 하얀 발등 주위
를 맴돌며 내린천의 여름을 먼저 즐긴다. 물길 가장자리 거북등따라 찔레꽃 하얗게 피고, 산해당화 '생열귀나무 꽃'은 붉
게 피어 5월 녹천에 청(靑) 홍(紅) 백(白) 아름답다. 양 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네모를 만들고, 그 속으로 담아보니 내린천
이 그려낸 한폭의 수채화가 허공에 걸려있다.
다시 살둔산장을 찾는다. 은자의 별서(別墅)이나 오늘날은 사람들이 가장 살고싶은 100가(家) 중의 하나로 인구에 회자
되는 2층으로 된 귀틀집이다. 워낙 유명하여 예약을 않고 찾기들기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마당에 들기 바쁘게 관리인
이 다가와 목례하며 손사래 친다. 머무는 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란다. 간신히 짧은 포토타임을 얻어 기념촬영을 한 후 돌아
선다. 평일에 오면 2층 침풍루로 오르는 것도 허하겠다는 산장 관리인의 공손하고 친절한 말에 서운함은 커녕 아쉽지만 오
히려 감사를 표하며 돌아선다. 산골 인정이 청정 내린천의 하루를 살갑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 접하며 그 호불호의 상황에 따라 '머피의 법칙'을 들먹이며 자신을 비하하
기도,'셀리의 법칙'을 둘러대며 으쓱되기도 한다. 먼 길 가 찾은 월둔계곡에서의 무산된 트레킹은 내린천 물놀이로 오리려
즐거움 더하였고, 애써 찾은 살둔산장에서의 짧은 체류시간이 비록 아쉽기는 해도 관리인의 친절하고 예의비른 언행에서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섰는데, 귀경길에 다시 먹구름 헤집고 내리는 빛내림같은 신선한 충격을 맛본다. 하루가 온통 셀리
의 법칙 연속이다.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 국도변의 한 식당 앞에서 쉬어가길 청하며 커피를 시켰드니,손님 맞기 바쁜 와중
에 메뉴에도 없는 커피를 끓여주며 한사코 돈 받기를 사양한다. 길갓집이니 길손을 위해 그 정도의 봉사는 당연하단다. 주
인 할머니의 헤진 행주치마가 비단처럼 곱게 보이고 주름진 그 얼굴이 연화처럼 아름답게 보여진다. 종이컵의 커피 열잔으
로도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는 그 할머니의 적선에서 새삼 참 삶의 모습을 본다. "돈 보다 할매"다. 일행은 모두 그 식당이
부자되기를, 그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일어선다. 봄과 함께 5월 마지막 하루가 즐겁다.
▼ 살둔 고개에서 내려다 본 살둔과 산둔산장
방태산 구룡덕봉 / 2012, 10, 14일 촬영
- 월둔골을 통해 오르려던 계획을 접은 구룡덕봉이다-
- 홍천군 주촌면 철정리 화양강(홍천강 상류) 풍경
- 홍천군 내면 광원리 월둔골 풍경과 더덕밭
-홍천군 내면 율전리 골말앞 내린천 풍경
-강변 바위틈 돌단풍
- 아름다운 "생열귀나무 꽃" ./ 산해당화로도 불리는 장미과 낙엽관묵
- 찔레꽃.
-엉궝키
-속새(일명 절골초), 상록성 양치식물로 4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온 종이다.
-족제비 싸리
홍천군 내면 율전리 고갯길의 '살둔' 안내석
- 율전 고개에서 바라본 살둔(生屯) 풍경
- 살둔산장-1
- 살둔산장 - 2
-살둔산장-3
-살둔산장의 귀틀벽
◀ 귀틀집 ▶
통나무를 정자형(井字形)으로 양 귀를 맞추어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얹은 집을
이르며, 목채집 또는 투막집이라고도 한다.
-살둔산장 후원
-함께한 트레커(tracker) - 1
첫댓글 아이고 쥔장님 배 자랑~~~
좀 참으시징,,,!
죽마 고우들과 함께하신 주말 참 행복해 보여요.
물놀이 중에 그만 ---.
대산님사각펜티 입으셨네^/^ᆞ울대장님외 친구분들 넘 행복해보입니다ᆞᆢ이렇게좋은곳이있다니 피래미잡아 튀겨먹는 맛 ᆞ가고싶어지네요ᆞᆢ
네, 물론 유풍헌 식구들 함께 가게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