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힘
안녕(安寧)하십니까? 라는 인사말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평안(平安)하십니까? 라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을 곱씹어보면 세상만사 건강하고 마음이 평안(平安)할 때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마음의 쉼인 평안은 모든 이의 염원이다. 이것이 없으면 인생에서 삶의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녕이란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사말로 사용한 듯하다. 지구상의 자연재해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일어나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가정문제로 인간의 삶이 마음의 평안을 흔들어 놓는다.
마음의 평안이 없어서 대한민국이 OECD국가 중 자살 율 1위다. 마음의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를 떨쳐 버리기 위해서,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술, 담배, 마약, 안정제 등에 중독되어 폐인이 된 사람들이 넘쳐난다. 유명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명예와 부와 인기가 결코 인간의 마음에 평안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마음의 평안! 마음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것이며 마음을 어떻게 하면 평안하게 할 수 있을까? 심리학과 두뇌과학이 인간의 도덕성을 회복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종교 또한 그 본래의 목적인 인간의 도덕성 회복에 한계를 만났다. 인간의 교육은 경쟁심을 부추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도덕성의 회복에는 실패했다. 각 시대마다 이 문제는 답이 없는 숙제로 남아있다. 죄책감과 억울함, 분노와 근심은 마음의 쉼인 평안을 빼앗아간다. 인간은 자존감이 상할 때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이 자랑하므로 만족하고, 자신을 비하함으로 실망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자랑할 만한 성공이 도덕적 상실로 마음이 상할 때 평안은 사라지고 존재감을 상실한다.
가족의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다. 어머니가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지키는 위대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음식의 맛은 혀가 느끼고, 속 쓰림은 위장에서 느낀다. 마음의 고통은 어디에서 느끼는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마음과 가슴은 같은 뜻이다. ‘마음이 아프다’ ‘가슴을 앓다’ 할 때 그 느낌은 심장이 있는 가슴에서 느낀다.
이유는 음식의 맛을 느끼는 혀처럼 심장의 좌우 심방과 심실 및 관상 혈관에는 감각 수용기가 있어서 심장을 중심으로 흐르는 피의 상태를 감지하여 교감신경을 통하여 두뇌에 전달하는 것이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맛도 모르고 냄새도 없다. 피아노를 칠 때 제 음을 못 내면 소리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선을 조율한다. 피아노의 소리처럼 마음이란 무형이며 몸의 성향이다. 그래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심장은 피의 흐름의 중심이다. 피가 좋은 음식과 공기, 휴식을 통해 항상성이 유지되고 그 상태가 두뇌에 전달되면 마음은 평안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성격이 삐뚤어진 사람에게 심보(心褓)를 바꾸라고 한다. 심장 속의 피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자지간에 같은 행동이 나타나면 피는 못 속인다. 라고 한다. 또 심장을 염통(念桶)이라고도 한다. 피의 생각을 알리는 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좋은 음악을 듣고 감동받을 때 심금(心琴)을 울린다고 한다.
심장은 피의 감동을 전해주는 거문고라는 뜻이다.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 옥수수를 심고 가꿀 수는 있지만 인간의 과학이 그 씨앗을 만들 수 없듯이, 피라는 생명물질은 인간의 과학이 다 풀 수 없는 경험되는 신비에 속한다.
술을 마셨을 때 몸만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혼란스럽다. 인간의 도덕성의 타락과 살인은 술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탄가스나 본드를 흡입했을 때 환각을 느끼는 것, 여성이 생리 때 핏속의 호르몬의 부조화로 신경이 예민해 지는 것, 마약을 했을 때 환각을 느끼는 것, 마음이 돌아버린 환자에게 의사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핏속에 안정제를 주사하는 것 등 이러한 경험적 사실들이 피의 상태가 곧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마음은 육체와 분리된 독립된 초자연적 개체로 육체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몸의 상태와 관계없이 독립된 개체로 존재한다면 술을 마시든 마약을 하든지 정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생명 되는 피의 상태에 따라 마음이 영향을 받는다면 답은 찾은 것이다. 나무에 흐르는 수액이 나무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실체이듯이, 피는 몸과 정신과 마음 모두를 주관하는 생명의 흐름이다.
음식이 피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안다. 가정의 여왕인 어머니가 요리하는 주방이 어떤 음식들로 채워지고 요리 되는가가 그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기초가 된다. 누에가 뽕잎 하나로 만족하듯 인체 소화 생리에 맞아서 변이 가장 좋은 음식인 통곡 류 중심의 볶은곡식과 떡, 아침(7시) 과 점심(1시)만 먹는 두 끼 식사, 그리고 저녁을 굶고 환기가 잘되는 방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생활의 사소한 것이 마음의 실체인 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할 수 있다. 어두움이 사라지고 아침이 밝아오듯, 점차 두려움과 무기력과 우울 감 대신 평안, 감사, 행복의 태양이 떠오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질병과 고통은 대부분 생활습관이 바르지 못해서이다. 어머니 자신과 가족의 질병과 자녀들의 불행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하지만, 올바른 음식을 알지 못한 어머니의 잔인한 친절의 결과일 때가 많다. 음식을 위장에 넣어 피로 변하게 하여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어머니는 가장 중요하고 고상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인한 인간 생명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인체의 생리적 요구를 배우고 익혀서 생활습관을 개혁하여 가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의 여왕 어머니의 힘에 달려있다.
홍영선 볶은곡식연구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