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관심의 다른 표현 - 건강가정지원센터 윤성은 센터장
김종필 / 느티나무의료사협 사무국장
뒷조사(?)^^ 결과 에너지와 활동력으로 이 분을 정의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만나본 결과 뒷조사가 적중했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답변들. 답변에서 다시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는 얘기들.
사실 인터뷰를 정리하는 데는 조금 애를 먹은 게 사실이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에너지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느티나무가 스물 두 번째로 구리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윤성은 센터장님을 만났다.
= 이전 인터뷰를 하신 구리종합사회복지관 최길수 관장님이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유로 센터장님을 추천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비결요? 그런 건 없어요. 그냥 그렇게 생겨 먹은 거예요.^^ 타고 난 거죠.
= 사회복지 분야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대학 전공은 교육학이었어요. 졸업하면서 청소년, 특히 처벌 받는 청소년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이 아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배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제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게 사회복지로 이어진 거죠. 근데 교육이나 복지나 사람이 중심인 건 마찬가진 거 같아요.
맨 가운데 의자에 앉은 이가 윤성은 센터장
= 건강가정지원센터(이하 ‘건강센터’)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정확하게 말하면 사회복지 시설은 아닙니다. 사회복지는 일이 터진 후에 사후관리 성격이 조금 더 강한 반면 건강센터는 예방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이름 그대로 가정이 건강할 수 있도록 상담, 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을 미리미리 하는 거죠.
= 건강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 특별히 자랑 또는 소개하고 싶은 게 있나요?
‘가족 품앗이’를 자랑하고 싶네요. 일종의 공동육아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심각한 건 누구나 알고 있고, 엄마들이 많이 불안해하죠. 나름 대안을 찾는 엄마들이 늘고 있지만 정보도 부족하고 방향을 잘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 품앗이’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이 품앗이를 만들어 신청하면 교육과 장소,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마디로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는 거죠.
이를 통해 자녀양육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웃과 교류하면서 자녀와 가족 모두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동네를 만들려는 모임이에요.
현재 미취학 1그룹, 취학 3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제도상으로는 2가정 이상 신청하면 1그룹을 만들 수 있는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4가정 이상은 모여야 재미있게 오래 굴러가는 것 같아요.
가족 품앗이 중 미술활동을 하는 모습
= 원진 산업 재해자 문제로 박사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다문화 문제를 다루려고 했는데 원진녹색병원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원진 산업 재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원진레이온 문제는 제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초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피해자로 남은 그들에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보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보상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들의 삶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월호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하늘로 간 아이들이 있지만 부모님, 형, 누나, 동생들, 이웃들은 여전히 남아있죠. 성숙한 사회는 이런 문제를 같이 감싸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아쉬운 순간이 있다면?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정말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없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열린 문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요, 나에게 열린 문은 일단 들어간다는 원칙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기회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일단 다 도전해요. 그렇다 보니 실패도 많죠. 하지만 이게 아쉬움으로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 향후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 느티나무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뢰성 있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이게 쉽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비교적 균질한 가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사소하게는 하나의 사업에 모든 조합원이 다 동의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신•구 리더십의 갈등도 생기고....
어떻게 신뢰 시스템을 만들지 끊임없는 고민을 부탁드립니다.
아...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아줌마들 계모임에 그 답이 있을 수도 있어요. 사실 아줌마들 계라는 게 아주 피곤한 거잖아요. 애들 자랑, 남편 자랑에 옷도 신경 써야지...^^ 하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잘 깨지지 않아요. 어쩌면 신뢰는 관심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