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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보정 베이스캠프에서 산악행군하는 일행들. |
오늘은 말을 타고 설보정 트레킹을 하는 날이라 그 기대감에서 일찍 눈이 뜨여졌다. 전날 등반팀이 간 길을 하루 늦게 따라가는 일정이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에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에게 “닌 하오”라는 인사말을 말을 붙여주니 기사가 웃는 얼굴로 무어라고 하는데 좋다는 인사말이 아니겠는가.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쑹판현 민쟝샹으로 이동하였다. 시골길을 달려 출발한지 2시간 정도 걸려 민쟝샹에 도착했다. 크기로 보아서는 시골의 면 같은 단위다. 이곳 민쟝샹은 설보정 만년설을 보러오거나 산행하는 사람들이 2박 3일정도 시간을 잡고 송판현에서 말을 타고서 미타사- 산분구 상납미촌- 마풍촌을 지나 베이스캠프로 간다.
하늘과 맞닿은 고산준령들이 에워싼 베이스캠프장 절경 4천200m 고지대로 호흡법 등 미리 익혀야 고산병 고생 덜해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개 일정상 2일로 하다보니 빵차를 이용해 곧장 상납미촌이나 마풍촌까지 행차해서 말을 타고 설보정 베이스캠프까지 가는데 시간이 단축되는 코스다.
민쟝샹에서 일행들은 다시 빵차로 갈아타고서 1시간 걸려 설보정을 오르는 제1캠프격인 마지막 마을, 마풍촌에 도착했다.
여기서 가이드가 설보정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마부와 말을 배정하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부 일은 일가족에게 맡겨지기도 하는데, 부부와 함께 아이들이 길 안내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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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풍촌 마을 마부집 앞에서 트레킹 일행들. |
잠시 말 배정을 하느라 휴식을 취하는 사이 필자는 이번 트레킹 지역인 설보정(쉐빠오딩) 대해 대략 스크린 해본다.
설보정은 중국 쓰촨성 성도 북부 쑹판현 민쟝샹 경내에 위치하고에 자리하고 있는 민산산맥(岷山山脈)의 주봉으로 해발 5천588m 높이에 있는 만년설산이다. 일년 내내 눈으로 덮여있고 멀리 보면 산봉우리에서 눈으로 덮힌 거인으로 보여 설보정이라고 불린다. 인근에 있는 황룽 관광풍치지역과 더불어 `쑹판 2경`으로 불리는 명소다. 한국인을 비롯해 지구촌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설보정 트레킹은 도보와 말을 타고 진행한다. 등산팀 일행들은 말과 마부를 배정받고 등산장비를 말에 옮겨 싣고 처음엔 말을 타고 산행을 시작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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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보정 산악구조훈련 중. |
몇몇은 말 타는 기본 요령과 승마자세를 배우고, 주의사항을 듣는다. 말 타는 기본자세는 머리와 몸통, 다리가 수직자세가 되어야 하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척추는 정면을 향한 상태를 유지해야하는데 승마에 대해선 필자는 익숙해진 상태다.
마풍촌에서 말을 타고서 텐트 숙박지인 설보정 베이스캠프까지 가야하는데 대략 시간은 약 4시간 가량 소요된다.
각자 배정된 말을 타고 출발을 한다. 필자에게 배정된 마부는 이름이 처우지에짜씨인 서른 일곱 살의 건장한 남성이다. 필자는 말을 쓰다듬어주고 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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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일행들이 말을 타는 모습. |
출발해서 설보정에 오르는 초입 길은 평탄한 계곡으로 이어진 코스다. 마을 어귀를 1.5km 정도 지나 숲속으로 난 길을 10여분 들어서면서부터 경사진 언덕이 계속된다.
8월의 날씨지만 여기서는 우리나라 가을 날씨 같다. 등반하기에 적합한 환경이고 딱 좋은 기후다. 얼마 오르니 숨이 조금씩 달아오른다.
오솔길을 따라 산림지역을 지나가다가 평지의 넓은 벌판에 도착해 말도 휴식 시킬 겸 점심식사를 했다. 일행들이 준비해온 삼겹살과 버섯을 이용해 구워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서 말에 올라가는데 계곡을 지나 산언덕 가파른 코스가 나오고 10여분 정도 올라서니 전망이 나타나는데 멀리서 사방으로 고봉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햇살에 반짝인다.
그렇게 행군을 하여 트레킹 팀 일행들은 설보정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는데, 둘러보니 설보정 정상 저 너머에서 하늘과 맞닿은 높고 낮은 산들이 캠프장을 에워싸고 있다 .
베이스켐프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잠시 쉬는 동안 하루 일찍 출발한 등반팀들이 5천m 구조훈련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하루동안 짧은 이별이지만 우리들은 반갑게 해후했다.
마부팀이 텐트를 새로 치고 조리팀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이에 필자는 갑자기 높은 산에 올라와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고 속이 더부룩한 게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2인1조로 배정된 텐트 안에서 누워있어도 머리가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일행 중 몇 명이 그런 증세를 느끼는데, 필자는 좀 심한 편인 것 같다.
취사팀에서 만든 밥과 돼지고기 볶음 등 맛있게 만들었지만 필자는 저녁식사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 고산병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4천200m나 되는 베이스캠프에 오르니 충분히 적응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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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보정 하늘아래 독도사랑 산악회를 알린다. |
오늘은 외국의 설산 가까이에서 바깥구경도 하고 어두운 설보정의 밤 하늘 별을 보면서 좋은 생각을 오래도록 할 작정이었으나 허사로 돌아갔다.
날씨도 추워져 오더니 밤 1시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필자는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한채 이것저것 생각했다. 자연은 공평하다. 그리고 함부로 자연을 대하는 자에게 응징을 한다,
필자가 국내에서 등산하면서 배웠고, 또 책에서 본 글 가운데 “자연은 교만한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 경우에 꼭 들어맞는 말 같다.
4천m가 넘는 고산지대에 올라가려면 사전에 호흡법도 숙지하면서 활동량을 줄이면서 조심조심 올라야 하지만 말을 타고 오면서 몸을 많이 쓴 게 탈이 된 게 아닌가 자책해본다.
밤을 새워 머리가 콕콕 쑤시며 조여오는 것처럼 아파서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니가 걱정이 돼서 밥 중에라도 마을에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도 아니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새벽녘에 비가 멈추었고, 서서히 어둠은 물러갔다. 일행들이 내게 건강상태를 물으면서 걱정을 한다. 잠시 바깥에 나와 이국의 신선한 새벽 공기를 나의 폐부 깊은 곳으로 들여 마시니 조금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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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캠프를 내려오던 중 구조협회 회장과 포항 삼일그룹 가족들. |
일행들은 아침식사 후에 부근에서 구조활동 연습과 주변경관을 살피고 아침 10시에 하산할 계획이지만 필자는 몸이 아픈 네댓 명과 아침 7시경에 하산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한참을 걸었는데 그동안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 그 증세가 말끔히 가셨다. 해발 3천미터 지점에 이르러서다.
조금 살 것 같아서 그곳에서 일행들과 가져온 버너에 누룽지를 끓어 간단히 요기를 했다. 엊저녁과 아침을 굶었으니 허기가 졌는데, 먹을 것을 찾으니 이젠 살만하다는 증거다.
한참을 쉬고 있는데 늦게 출발한 일행들이 합류했고, (강석호 국회의원)구조협회장님도 구조대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구조협회장은 일일이 구조대원들의 건강을 물어보고, 트레킹 팀의 건강상태도 물어본다.
또한 어젯밤에 고생했다는 소식에 필자에게도 몸 상태가 어떻냐고 물었는데, 구조협회 회장으로서 책임감에서 그렇지만 따뜻한 인간미마저 넘치는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이번 트레킹에 참여한 포항의 삼일그룹 가족들을 챙기는 열정을 보이는데, 강석호 회장은 설보정을 배경으로 삼일그룹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필자도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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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 ㈔독도사랑운동본부 대구시연합회장 |
트레킹을 다 마치고서 마풍촌으로 내려와서는 마을 앞 넓은 대지에 자리를 깔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마부의 집을 구경하면서 동네의 이모저모를 구경했다.
이제 마부와 헤어지는 시간이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표정과 행동에서 정성을 보여줬기에 고마움을 표시하고서는 민걍샹으로 되돌아와서 버스를 타고서 천주사숙소로 돌아왔다.
식사장소로 먼저 들렀는데,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다. 일행들은 요 며칠간 일행들이 삼겹살 파티를 즐겼다. 이번 설보정 트레킹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많지만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환담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인연들이다. 화목한 시간 속에서 5일째의 여정을 달랜다.
/손경찬 ㈔독도사랑운동본부 대구시연합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