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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18pt;"><strong>무애(无涯) 양주동 박사의 </strong></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18pt;"><strong>아랫입술 없는 사나이</strong></span></p><p><br></p><p><span style="color: rgb(0, 0, 0);">글 김광한</span></p><p><br></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64BC4D5B2501702D" class="txc-image" width="130" style="clear: none; float: none;" border="0" vspace="1" hspace="1" data-filename="1qdZiBVCLIu.jpg" exif="{}" actualwidth="130" id="A_9964BC4D5B2501702DFC81"/></p><p><span style="color: rgb(0, 0, 0);"><br> 무애(无涯)양주동 박사는 스스로 국보(國寶)를 자처하는 분이었습니다. 실제로 기억력이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뛰어나고 학문적인 결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라서 이분앞에서 아는 소리를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좀 하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분이 국보가 된 것은 어느해 서울 산촌</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 연대앞에서 지나가던 짚차에 치일뻔 햇다가 간신히 살아났을때 <어이쿠, 하마트면 </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국보 하나 사라질뻔했네>하던 말이 돌고돌아 국보 박사가 된 것이에요.</span></p><p><br><span style="color: rgb(0, 0, 0);">이분이 동국대 교수로 계실때 원고청탁을 한적이 있습니다.양주동박사에게 원고청탁을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하려면 미리 직접 찾아가서 맥주 한박스를 상납하는 것이 예의이지요. 그만큼 약주를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좋아하시던 분이었습니다. 당시(70년대) 이젠백이라는 맥주를 한상자 들고 찾아가서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겨우 원고 한편을 받았는데 그 제목이 학자답지 않게 좀 우스꽝스런 것이었습니다.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 "아랫입술 없는 사나이"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꽁트라기 보다 장편(掌篇)소설에 가까웠습니다. 장편소설은 손바닥 소설이라고 하지요 </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아주 짧은 꽁트보다는 길고 단편소설 보다는 짧은 것을 장편이라고 해요.그 내용인즉 </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이렇습니다.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구한말 시대 어떤 나그네가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어느 시장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데</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 맞은편에서 역시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국밥을 먹고 있는 사내가 국에든 국물을 연신 질질 흘리면서 한손으로 국물을 열심히 손에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게걸스럽게 담아 입으로 가져가더란 것이지요. 그모습이 여간 추례하고 흉한 것이 아니라서 자리를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바꿀까하다가 문득 이 사내의 아랫 입술이 행방불명된 것을 알았습니다. 호기심이 작동한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나그네가 그 사내에게 넌즛이물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노형, 노형의 입술이 원래 없었던가요?"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입술이 원래 없으면 배내 병신이죠. 나는 있다가 그만 어느 계기에 없어져 버렸다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하면서 말을 더 시키지 않았는데 그 입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사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머리빗, 종이, 기름 등 생활용품이 든 것을 파는 방물장사를 하면서 고을을 돌아다니던중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어느날 백두산 근처에서 야밤에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그렇잖아도 그곳에는 호랑이가 출몰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해서 사람들을 여럿 잡아먹었다는 흉흉한 수문이 있던지라 여간 겁이 나지 않았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칠흙같은 밤에 가끔 야생 밤짐승의 울음 소리가 기분나쁘게 들리고 어디 은거할 곳을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찾다가 바로 애래마을에서 불빛이 비추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인가가 딱 한채뿐인 것같았습니다.그래서 사내는 불빛을 따라 갔지요.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거기에는 쓰러져가는 초가깁이 한채 있었는데 안을 들여다 보니 키가 구척이나 되는 고대수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같은(갑신정변때 여자 역사)젊은 여자가 소복을 입고 곁의 누워있는 사내를 들여다 보고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있더랍니다.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 "계시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뉘신지요?"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길을 잃어서 하루밤 유(留)힐까하오이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그러자 우렁우렁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손님에게 방을 빌려드릴 처지가 되지 못하오니 어쩌겠습니까?"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그래서 그 사내는 손이 발이 되도록 그 여인에게 빌었습니다. 간신히 사내는 집안으로 들어갈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허락을 받았는데 바로 여인의 곁에는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것으로 보이는 그 남편의 시신이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널부러져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끔찍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보시다 시피 이렇습니다.조금전에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었습니다. 그래서 원수를 갚으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려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손님께서는 호랑이 소리가 나더리라도 꼼짝말고 머리를 이불속에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파묻고 들지 마십시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사내는 시체를 보자 한기가 온몸으로 몰려와서 얼굴에 혈색이 달아났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바로 그때였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어흥~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호랑이였습니다. 그 호랑이는 여인의 남편을 처참하게 만든 범인이 틀림없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여인은 순간 팔뚝을 걷어 부치고 비호같이 밖으로 나가서 위협하는 호랑이의 면상을 함마로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가격을 하듯 냅다 후려쳤습니다. 그리고 목을 졸랐습니다.</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이놈!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퍽~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호랑이는 여인의 일격에 숨을 멈추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이 모습을 문구멍 틈으로 보던 사내는 그만 너무 놀라서 아랫입술을 꽉 물어버렸습니다. </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그때는 아픈줄도 몰랐습니다.</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너무나 세게 아랫입술을 물어선지 그만 사내의 아랫입술이 뜯겨져서 너덜거리다가 땅바닥으로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떨어졌습니다.요즘 같으면 입술을 들고.성형외가로 달려가면 복구 할수도 있겠지만 어디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 그시절에는 그런 병원이 있겠나요.평생 병신이 됐지요. </span><br><br><span style="color: rgb(0, 0, 0);">이와같은 내용이었습니다. </span><br><span style="color: rgb(0, 0, 0);">재미있나요? </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아마 양주동 박사도 누구에게 들었겠지요.</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기억했다가 화제거리 빈곤할때 들려주세요. </span></p><p><br></p><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style="-ms-zoom: 1; opacity: 1;"></div><p><span style="color: rgb(0, 0, 0);">註</span></p><p><span style="color: rgb(0, 0, 0);">호 무애(无涯). 경기도 개성(開城) 출생. 1928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전 1923년 시지(詩誌) 《금성(金星)》을 발간하였다. 1928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에 취임하고,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을 발간, 1940년 경신중학(儆新中學) 교사로 취임했다. 1945년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고, 1954년 대한민국학술원 종신회원에 선임되었다. 1958년 연세대학교 교수에 취임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고, 1962년 다시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어 동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하고 정부로부터 문화훈장·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수여되었으며, 신라 향가(鄕歌) 등 한국 고가(古歌)를 연구하여 초기 국어학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저서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여요전주(麗謠箋注)》 《국학연구논고(國學硏究論考)》 《국문학고전독본(國文學古典讀本)》 등이 있고 시집으로 《조선의 맥박》, 에세이집으로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 《인생잡기(人生雜記)》 등이 있다. 역서로 《T.S.엘리엇 전집》 《영시백선(英詩百選)》 《세계기문선(世界奇文選)》 등이 있다.</span><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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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독서 이야기
무애(无涯)양주동 박사의 ＜아랫입술 없는 사나이＞
일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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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6 21:2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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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송정님^^ 옛날 어릴적에 밤중에
머릿맡에서 엄마가 들려주셨던
이야기를 듣는 듯이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옛 추억이
떠올랐습니다..ㅎㅎ
아랫 입술이 잘려나간 그 방물장수가 명이 길어 오늘까지도 살아 있다지요?
양주동박사는 신라 이두문자를 최초로 해독하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재미있는 옛 이야기를 풀어주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