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양에서 조선시대에 새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5번째 금표(禁標)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양문화원(원장 윤여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2시 지역주민 오봉현 씨가 양양군 현남면 상월천리 인근의 수해복구공사 현장 바위에서 금표를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이에 양양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원의 이종우·이규환·김재환·박상형 위원이 현지를 답사한 데 이어 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학계 전문가들과 현장을 방문해 암각화로 새겨진 글씨의 탁본을 뜨고 사료 연구에 들어갔다.
금표는 금지나 경고 등을 나타낸 표지를 일컫는 말로, 양양에서는 과거 현북면 장리를 시작으로 원일전리, 어성전리, 법수치리에 이어 이번 상월천리까지 5번째로 발견됐다.
양양문화원은 학계와 함께 이번에 발견한 금표에 대한 역사적 가치 고증과 학술적 연구에 들어간 가운데 지역문화유산을 넘어 귀중한 사료로서 정부차원에서 보존 대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양양문화원과 부설 향토사연구소는 지난 2013년부터 지역에 남아 있는 금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4곳의 금표와 2곳의 교계를 발견하고 학술토론회를 거쳐 소중한 지역문화유산 가치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북면 장리 노루골 소하천 상류와 연화동 바위에 각자된 ‘교계’는 과거 양양군이 가장 번성했던 양주도호부의 군사훈련장 입구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경계선을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현남면 상월천리에서 금표가 다시 발견되면서 당시 군사훈련장의 규모가 추정보다 더 컸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경복궁 대들보로 진상되던 양양산 금강송의 무분별한 벌채를 막기 위해 표시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양양에는 과거 조선시대 경복궁에 진상하기 위해 찾은 빼어난 금강송이 양양군과 명주군 경계에 쓰러져 지역구분이 어렵게 되자, 양양의 탁장사와 강릉의 권장사가 힘겨루기를 한 결과 탁장사가 이겨 이때부터 양양 금강송을 경복궁 보수 등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매년 양양문화제에서는 탁장사의 놀라운 힘을 재현하는 탁장사 놀이가 전래민속놀이로 이어지고 있고, 실제 양양군 서면 송천리에는 탁장사의 주인공인 탁구삼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지역의 향토사학계는 조선시대 실제 인물인 탁구삼 장사는 금강송을 비롯해 울창한 나무가 집단을 이루고 있는 현북면 어성전 주변에서 나무를 해 양양읍에 내다 팔았다고 전해지고 있어, 궁궐에 진상하던 금강송을 벌채하지 못하도록 금지표시를 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도 제기하고 있다.
양양문화원과 부설 향토사연구원은 이번에 발견한 5번째 금표는 군사훈련으로 사냥하던 장소인 교렵장 주변에 위치해 군사훈련장과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북면 어성전리에 위치한 양양국유림관리소의 숲속의 집에는 아름드리 금강송과 고목인 서어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음에 비춰 황장금표(黃腸禁標) 역할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양문화원 향토사연구원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금표는 당시의 군사 규모는 물론 그 지역의 특산물인 금강송과 관련한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했다.
윤여준 양양문화원장은 “조선시대 금표는 국내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지만 주변의 교계와 함께 잇따라 발견된 것은 역사적 가치와 희소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학술적 가치에 대한 고증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토사학계는 그동안 양양에서 잇따라 발견된 금표와 교계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 유실되고 있다며 체계적인 관리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기자
지난 9일 양양 현남면 상월천리 수해복구 공사현장 바위에서 발견한 금표(禁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