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三萬里.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巴蜀三萬里.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제재 귀촉도의 전설 주제 여읜 사랑에 대한 아픔과 변함 없는 사랑 운율 7.5조가 주조를 이룸출전 春秋1943,귀촉도1948
巴蜀: 중국 四川省에 있던 촉나라 땅을 일컫는 말.여기서는 '서역'과 함께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죽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육날 메투리 : 삼 껍질로 짠 신.메투리는 미투리의 방언.
이냥 : 이대로.내쳐.
歸蜀途 : 문자 그대로는 '蜀나라로 가는 길'을 뜻함.여기서는 새이름,새 울음소리와 겹쳐 있고,돌아간 임의 환생한 모습을 가리키기도 함.
옛날 중국 촉나라의 望帝가 쫓겨나 촉나라를 그리다가 죽은 넋이 이 새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음.'두견새'로서 望帝魂,不如歸,子規 등 많은 이칭이 있다.
눈물 아롱아롱-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 '西域'이나 '파촉'은 중국 서쪽의 땅 이름으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공간을 가리키는데,이 시에서는 그 공간적인 거리감이 '生死의 거리'를 뜻하는 것으로 변용되었다.
신이나 삼아 줄 걸-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 슬픈 사연을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미투리를 삼아 줄 것을.날이 퍼렇게 선 은장도로 부질없는 머리털을 베어 육날 미투리를 삼아 드릴 걸. '은장도'나 '머리털'은 여인의 정절이나 생명을 상징한다.은장도로 머리털을 베어 '육날 메투리'를 삼아 떠나는 임에게 신겨 드린다는 것은 임이 부재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삶도 부질없고 의미 없는 것임을 암시한다.임에게 바치는 영원한 사랑을 형상화한 구절이다.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끝 호올로 가신 임아. : 귀촉도'는 떠나간 임,즉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을 표상하는 한편,임과 시적 자아를 연결시켜 주는 사랑의 매개체이기도 하며,애절한 사랑의 객관적 상관물이기도 하다.따라서 '귀촉도 운다'는 죽은 임이 새로 환생하여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운다는 뜻과 함께 시적 자아의 애절한 슬픔과 한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