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은 언제나 인간의 이성을 비웃는 듯 우리를 괴롭힌다. 역설은 전제들이 모두 참인 타당한 논증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이다. 명백하게 거짓이라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떻게 전제들이 모두 참인 타당한 논증으로부터 거짓된 주장이 도출될 수 있다는 말인가? 타당한 논증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당황할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 것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러나 새삼스럽게 놀랄 필요도 없이 그러한 역설은 대단히 많다. 필자는 이 글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역설들 중의 하나인 '제논의 화살'이라는 역설을 풀어볼 생각이다. 제논에 의하면,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 그러나 필자의 분석이 옳다면, 제논의 화살은 날아간다. 필자는 먼저 제논의 논증을 제시하고, 그 논증을 재구성한 다음,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가를 지적할 것이다. 필자가 확신하는 바대로 만일 필자가 옳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제논의 화살'이라는 역설로 마음을 쓸 필요가 없게 된다. 제논에 의하면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운동도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어떤 종류의 운동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먼저 그의 논증을 살펴보기로 하자.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 운동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물체가 일정한 공간(또는 거리)를 통과하려면 먼저 그 거리의 절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거리의 절반의 절반(1/4)을 먼저 통과하지 않는 한, 바로 그 절반을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1/4 거리의 절반(1/8)을 먼저 통과하지 않는 한, 바로 그 1/4 거리를 통과할 수 없다. 계속 이런 식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통과하고자 하는 거리가 얼마이건, 그 거링 앞서 통과해야만 하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으며, 그 이전에 통과해야만 하는 거리가 또 있게 마련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
제논은, 화살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여 모순되는 결론을 도출시킴으로써, 화살이 날아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간접증명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간접증명법의 핵심 부분만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1) 화살이 어떤 지점 A에서 어떤 지점 B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화살은 A와 B의 1/2 지점을 통과해야 하고, 1/2 지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지점인 1/4 지점을 통과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이 어떤 거리를 통과하고자 할 경우는 언제나 그에 앞서 통과해야 할 중간지점이 있다. (2) 만일 (1)이라면, 화살은 움직일 수 없다. (3) 따라서 화살은 움직일 수 없다. 즉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
이렇게 재구성된 논증은 타당하다. 그리고 전제들도 모두 정당화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형적인 역설에 부딪친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전통적으로 역설로 여겨졌던 바와는 달리, '제논의 화살'은 진정한 역설이 아니라는 논증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전제 (2)는 거짓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 (1)이 참이 될 수 있는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전제 (1)이 참인 이유는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일번적으로 화살이 어떤 거리를 움직이고자 하건 언제나 그에 앞서 통과해야 할 어떤 중간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떤 거리이든 무한히 분할 가능하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아무리 짧은 거리일지라도, 심지어는 육안으로 전혀 감지할 수도 없이 짧은 거리일지라도, 그 거리는 무한히 분할 가능하다. 따라서 화살이 어떤 거리를 움직이고자 하건 그에 앞서 통과해야 할 '움직여야 할 거리의 중간지점'이 언제나 무한히 있는 셈이다. (1)을 이렇게 해석하면, (2)도 참일 것 같다. 화살이 어떤 거리를 움직이고자 하건 그에 앞서 통과해야 할 '움직여야 할 거리의 중간지점'이 언제나 무한히 있다면, 어떻게 화살이 무한한 지점을 유한한 시간에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생각 뒤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음으르 알 수 있다.
X : 만일, 어떤 거리든 무한히 분할 가능하다면, 어떤 대상이든지 그 거리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원칙이 참이라면 우리는 전제 (2)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 원칙이 거짓이라면, 우리는 전제 (2)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이 원칙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원칙을 이루고 있는 조건문의 전건과 후건에 나오는 '가능성'의 성질을 분석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조건문의 전건에 나오는 '가능성'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생각해 보자. "어떤 거리이든 무한히 분할 가능하다"라고 할 때, 우리는 '가능하다'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물리적으로는 우리가 분할할 수 없는 거리가 많다. 시력의 문제도 있고, 분할하기 위한 도구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거리든 분할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물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 차원의 문제이다. 즉, X의 전건에 나오는 '가능하다'는 '논리적으로 가능하다'의 의미인 것이다. 그럼 X의 후건에 나오는 '불가능하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물리적을 불가능하다'의 의미이다. 화살은 논리적 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X의 후건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양상어의 의미를 드러내어 X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쓸 수 있다.
Y : 만일 어떤 거리든 무한히 분할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어떤 대상이든지 그 거리를 통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Y는 명백히 거짓이다. Y의 대우로서 Y와 논리적으로 동치인 다음 주장이 명백하기 거짓이기 때문이다.
Y* : 만일 어떤 대상이든지 어떤 거리를 통과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그 거리를 무한히 분할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상논리의 상식에 의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가 물위를 걷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물위를 걷는 것을 적어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이 거짓일지언정 모순된 주장은 아닌 것이다. 하물며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은 당연히 논리적으로도 가능하다. 내가 1미터를 뛰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이는 곧 논리적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Y*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Y*는 거짓이다. 이제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정리해 보자. Y*는 거짓이다. 그런데 Y*가 거짓이면 Y도 거짓이고, Y가 거짓이면 X도 거짓이다. 그리고 X가 거짓이면 전제 (2)가 거짓이다. 그런데 (2)가 거짓이면 결론도 거짓이 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제논의 화살은 날아갈 수 있고, 제논의 역설은 진정한 역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필자의 비판에 대해 제논은 이렇게 답할지 모른다. "X를 Y로 해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물리적 가능성과 논리적 가능성의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제논의 시대에는 '가능성'이라는 양상어가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반론이 전혀 혀과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제논과 '제논의 화살'을 역설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화살은 날아갈 수 없다"고 하는 제논의 역설은 B.C. 5세기경에 제논이 내놓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뭇 지성을 당황하게 하는 역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제논의 농증을 분석함으로써 제논의 역설이 진정한 역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었다. 제논은 '논리적 가능성'과 '물리적 가능성' 차이를 간과하고 같은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날아갈 수 있는 화살이 날아갈 수 없다고 하는 사이비 역설을 발생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논증으로 인하여 역설은 무너졌다. 제논의 화살은 날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감히 한말씀 드리면,,, <제논의 역설>이 가진 잘못된 전제는 시간을 유한하다고 가정하는데 있습니다. 거리를 무한한 질점으로 쪼갤수 있듯이 시간또한 무한한 시점으로 쪼갤수 있는 무한량이지요. 사실 무한대하면 일반에게는 모두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만,,, 무한에도 셀수있는무한(자연수)과 셀수없는 무한(실수)이 있어 서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암튼,,, 이러한 무한?의 개념은 18세기 말에 캔토어가 정확하게 설파해낸바 있습니다. 약간 고급수학의 범위이긴 하지만, 암튼 제논의 역설에서 저지르고 있는 대표적인 모순은 시간을 유한하다고 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ㅏㄷ.
정리하면 제논의 역설이 나올수 있는 배경은 서양적 환원론이 가진 내재적 모순이기도 합니다. 전체를 잘개자르면 부분이 나오는데 그부분을 분석하면 전체가 파악된다는 가정이 환원론인데,,, 사실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서양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과정이지요. 부분의 합은 결코 전체가 되지 못합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에 더해서 그 합체속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관계모델의 역동성이 추가되기 때문이지요.
제논의 역설은 그 제기된 방법이 매우 환원적이기에, 실체인 시공간속에서 때로는 시간변수를 무시하거나, 또 때로는 공간변수를 무시하고 보는 경향, 또는 둘다 무한성을 지낸 량임에도 둘중 하나는 유한하고 나머지는 무한하다고 가정하여 비교하는 명백한 모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좀 과도한 주장을 하자면,,,무한차원 공간을 다루는 현대수학의 Hilbert공간에서는 이러한 모순이 어느정도 명료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 맞습니다. 이 무한의 역설 또는 거짓말쟁이의 역설 등으로 러셀, 타르스키, 고이레, 콰인, 크립키, 허츠버거, 바와이즈, 에체멘디, 시먼스 그리고 말씀하신 힐베르트와 괴델 등이 격렬한 논쟁을 펼쳤었지요. 아직도 해결은 완전히 되지 않았지만 어느정도는 논쟁의 불씨가 사그러들었다고 보여집니다 ^^
우와^^ 이것이 무슨 말씀인지 ....그니깐 제논의 역설에서 무한대의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화살은 날아갈 수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선생님 말씀은 논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나누어 보면 이 역설의 역설을 낳게 되어 화살은 날아 갈 수가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전제 가정의 잘못으로 ... 근데 정확히는 ...음 땡글님의 글을 뵈면 시간의 유한성과 무한성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알것 같기도하고 모를 것 같기도하고....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이쿠, 이 늦은 시간에 ^^;;; 또 뵈어요
잘읽었습니다~
감히 한말씀 드리면,,, <제논의 역설>이 가진 잘못된 전제는 시간을 유한하다고 가정하는데 있습니다. 거리를 무한한 질점으로 쪼갤수 있듯이 시간또한 무한한 시점으로 쪼갤수 있는 무한량이지요. 사실 무한대하면 일반에게는 모두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만,,, 무한에도 셀수있는무한(자연수)과 셀수없는 무한(실수)이 있어 서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암튼,,, 이러한 무한?의 개념은 18세기 말에 캔토어가 정확하게 설파해낸바 있습니다. 약간 고급수학의 범위이긴 하지만, 암튼 제논의 역설에서 저지르고 있는 대표적인 모순은 시간을 유한하다고 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ㅏㄷ.
정리하면 제논의 역설이 나올수 있는 배경은 서양적 환원론이 가진 내재적 모순이기도 합니다. 전체를 잘개자르면 부분이 나오는데 그부분을 분석하면 전체가 파악된다는 가정이 환원론인데,,, 사실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서양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과정이지요. 부분의 합은 결코 전체가 되지 못합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에 더해서 그 합체속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관계모델의 역동성이 추가되기 때문이지요.
제논의 역설은 그 제기된 방법이 매우 환원적이기에, 실체인 시공간속에서 때로는 시간변수를 무시하거나, 또 때로는 공간변수를 무시하고 보는 경향, 또는 둘다 무한성을 지낸 량임에도 둘중 하나는 유한하고 나머지는 무한하다고 가정하여 비교하는 명백한 모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좀 과도한 주장을 하자면,,,무한차원 공간을 다루는 현대수학의 Hilbert공간에서는 이러한 모순이 어느정도 명료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 맞습니다. 이 무한의 역설 또는 거짓말쟁이의 역설 등으로 러셀, 타르스키, 고이레, 콰인, 크립키, 허츠버거, 바와이즈, 에체멘디, 시먼스 그리고 말씀하신 힐베르트와 괴델 등이 격렬한 논쟁을 펼쳤었지요. 아직도 해결은 완전히 되지 않았지만 어느정도는 논쟁의 불씨가 사그러들었다고 보여집니다 ^^
우와^^ 이것이 무슨 말씀인지 ....그니깐 제논의 역설에서 무한대의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화살은 날아갈 수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선생님 말씀은 논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나누어 보면 이 역설의 역설을 낳게 되어 화살은 날아 갈 수가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전제 가정의 잘못으로 ... 근데 정확히는 ...음 땡글님의 글을 뵈면 시간의 유한성과 무한성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알것 같기도하고 모를 것 같기도하고....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