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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삶의 질이 올라가며 도심 내 녹지공간의 중요성이 화두에 종종 오르내린다. 성동구의 서울숲과 더불어 송파구의 올림픽공원 등이 생각남과 동시에 1년 내내 절기에 어울리는 풍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스냅사진의 촬영 장소이자 피크닉 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반나절 코스로 추천해 줘도 될 정도로 두 공간은 도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번 여행기에서는 그곳들 중, 올림픽공원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집에서 지하철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려 바깥공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올림픽공원으로 통하는 길은 여러 곳들이 있지만, 보통 정문을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 자리해 있기에 시간의 제약 없이 구석구석을 돌아볼 생각으로 시작 지점을 이곳으로 잡았다. 매년 절기를 가리지 않고 자주 찾는 곳이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목적 때문에 익숙함 대신 신선함이 가져다주는 기분이 참으로 나쁘지 않았다. 태어나기 이전의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는 곳, 공원의 요소들 중 한 가지라도 놓칠세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1. 정문
지하철 출구를 뒤로한 채 시선을 앞으로 돌리면, 보통 영상이나 사진으로 많이 봤던 조형물이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올림픽공원 9경 중, 1경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세계평화의 문'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익숙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88 서울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워진 조형물로 건축가 김중업 선생님의 작품이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곧게 위로 뻗고자 직선의 미를 강조하기보다는 양 날개를 구성하는데 곡선을 택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는 부분이다.
천정 부분 하단에는 좌청룡, 우백호를 단청으로 그려 고구려의 사신도를 형상화했다는데, 마주했을 때 그 설명의 나열보다는 웅장함과 절제의 미가 결합되며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이 만족스러웠다는 점이다. 더불어 세계평화의 문 바로 아래에선 '평화의 성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올해 초를 시작으로 세계 전반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종식되기를 기원하며 조그마한 염원을 성화 앞에서 빌어본다.
2경은 올림픽공원 다른 입구 쪽에 자리했으며,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지근거리에 자리한 조각 '엄지손가락'이었다. 1988년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 다치니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 세계에 7개만 남아있는 작품으로 프랑스에 있는 것이 12m, 이곳에 있는 작품은 약 6m라고 한다. 테니스 애호가나 주변에 자리한 스포츠 시설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장소에 자리했는데, 해당 조각이 두 번의 위암 수술을 받아가며 완성된 작품이라는 이야기는 더욱 그것을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줬다.
코로나 끝나가는 분위기에 이 조각품 주변으론 88 잔디마당과 그 언저리에 맥문동이 가득 펴 있었으며, 바로 앞에서는 그동안 뜸했었던 페스티벌이 연거푸 예정되어 있었다. 더불어 출구 주변으로 카페와 식당가가 즐비해 지친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휴식 장소를 제공해 줬다. 거기에, 2경을 맡고 있는 엄지손가락을 포함해 주변에 꽤 많은 조각 작품들이 널브러져 있었기에 이것들만 찾아가며 즐겨도 올림픽공원이 갖고 있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였다.
1경 세계평화의 문, 바로 뒤쪽에 88 서울 올림픽을 참가했던 각 나라들의 국기와 3 경이 자리했다. 바로 몽촌해자 음악분수로 매일 정해진 시간만 되면 140여 곡의 멜로디에 맞춰 최대 30m의 높이를 활용해 14,000여 가지의 모양을 연출한다. 국기들이 나열된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다음 장소로 가던 그 길목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감상하는 것도 숨겨진 팁이다. 음악분수가 끝나면 언제 그런 순간이 있었냐는 듯 잔잔한 호수에 담긴 그 반영이 한없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더불어 이 호수는 백제가 이곳에 처음 도읍으로 삼았을 당시 수도로 자리매김했던 몽촌토성의 방어시설인 '해자'로 작용했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굴 당시의 흔적을 활용, 인공호수로 조성됐으며 그 안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서울의 녹지공간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잠실 올림픽공원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자연친화적인 모습들이 함께 하고 있으면서 이어폰 또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러닝과 산책을 즐기던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2. 조각공원 산책
4경부터는 올림픽공원 내 조각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 또한 알제리의 조각가 '모한 아마라'의 작품으로 3 경과 몽촌토성 쪽으로 가던 그 사잇길에 위치해 있었다. 온전한 듯 보였던 상체에는 특이하게도 눈이 없었으며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지만 그리워하거나 혹은 상대방과의 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당시 작가는 이 작품의 제작하고자 1987년 한국을 찾아 7월부터 8월까지 약 50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대화' 조각상을 직접 완성시켰다고 한다.
해당 조각상은 서로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매일 싸움만 하며 사이가 좋지 않자 대화가 단절된 둘을 보고 분노한 신이 눈을 빼앗아 평생 옆에 붙어 대화를 이어가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기반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다. 1988년 당시 서울 올림픽이 갈라진 두 진영의 나라들이 참가했던 시점과 더불어 냉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기에 묘한 시선이 끌리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그동안 이례적인 평화의 시대를 살았으나 얼마 전 새롭게 시작된 신냉전의 시대의 시작은 이 조각품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줬다.
5 경과 6경은 각각 몽촌토성과 연관되어 있었다. 5경은 몽촌토성 산책길로 각각의 테마에 따라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 약 2.3km에 달하는 코스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는 코스였다. 주제에 따라 각각 역사와 문화 세대를 아우르는 명칭들이 붙어 있었다. 몽촌토성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백제 건국 당시 첫 번째 수도였던 위례성으로 보이는 곳으로 아직도 주변에서는 활발하게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당시의 히스토리를 좋아라 하던 나로선 나 홀로 이곳을 거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기분이라 참으로 만족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6경은 요즘 올림픽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바로 '나 홀로 나무' 라 불리며 피크닉 또는 사진 촬영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었다. 몽촌토성 영역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고, 간혹 웨딩사진 촬영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과 86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985년에 30여 채의 민가를 철거하던 과정에서 키가 크고 모양이 남다른 나무만 빼고 다 베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잘 가꿔진 곳을 배경으로 여가생활을 즐기게 됐으며 이곳을 배경으로 광고 또는 영화 촬영 포인트로도 활용하고 있다 전한다.
7경은 올림픽공원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공호수 88 호수와 오륜정이 바로 그곳이다. 보통 입구 주변의 음악분수들은 많이 기억할 테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한창 사람들이 많이 오갈 때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88 호수에는 일본인 조각가 스스무 싱구가 설치한 '날갯짓'이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부표 원리에 의해 호수에 떠 있는 채로 바람에 의해 사방으로 움직였다. 게다가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흘러오는 바람에 휴식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상당히 의아하면서도 신기했던 경험은 이곳에 취객이 널브러져 있었다는 점이다. 분명 관리하시는 직원 분들도 지속적으로 오가시는 것 같았는데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소주병을 옆에 둔 채 코를 고는 모습이 흡사 내 집 안방에서 보는 풍경과 흡사했다. 덕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앉았던 오륜정 에서의 순간은 삽시간에 여의도 KBS 개그콘서트 무대로 돌변했으며 날아다니는 새들 또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경계하며 날아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짐을 챙겨 다음 장소로 서둘러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3. 자연을 향유하다.
8경은 올림픽공원 후문 쪽에 자리한 '들꽃마루'였다. 가장 높은 곳에 놓여있는 오두막을 두고 각각 봄과 가을에 이곳은 양귀비와 황화 코스모 스모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그 사이였던 여름에 들꽃마루를 찾으니 그 화려했던 색의 양귀비는 온데간데없이 빈 공간을 가을을 위해 관리하시는 분들의 수고로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마냥 아름다운 모습에 홀려 감탄사와 동시에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문득 지난여름 하늘정원에서 마주했던 관리자 분들의 모습이 스치며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
특히 황화코스모스가 피는 9~10월 사이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리는데, 스마트폰과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앞세우고 순간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혔을 즈음에 사진작가와 웨딩 스냅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주의할 점은 코로나가 막 만개했을 때 그 사이로 수많은 벌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쏘이지 않도록 주의해야된다.
마지막 9경은 장미광장이다. 매년 5월, 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장미를 담으러 이곳을 찾을 때 입구 바깥에서 그 향이 느껴질 정도였다. 1년 중 단 한순간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선사했으나 해당 시즌이 되면 그 순간이 절로 이해가 될 만큼 후각과 시각이 절로 만족 스러 월 지경이었다. 8경 들꽃마루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양귀비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으며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미광장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구도를 잡고 그 공간을 담기 위해서는 기다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들꽃마루와 더불어 5월에는 이곳이 모델과 사진작가들 그리고 가족 스냅을 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향긋했던 향은 장미광장에 조금만 있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적응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기다림과 동시에 습관적인 호흡 참기는 필수였다. 특히 올해 이곳의 장미 상태는 가히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는데, 주변에 즐비했던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단전 끝에서부터 차오르던 그 부러움을 누를 길이 마땅치 않았다.
문득 주변 부동산 가격이 궁금해 초록창에 검색을 돌렸지만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만을 다진 채 황급히 화면을 껐다. 이토록 올림픽공원은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꽤 깊숙한 곳들까지 볼거리들이 차고 넘쳤다. 서울의 반대편에서 부랴부랴 이곳까지 달려왔었지만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의 만족감을 이곳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콘서트와 약속이 있었을 때에만 찾던 곳, 더욱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며 강북으로 돌아가고자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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