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이 대회에서 사회를 보느라 입으로만 달렸는데 대신 그날 오후에 전북대 순환코스에 가서 15km를 1시간2분대에 달렸으니 나름 의미가 있었다.
재작년 대회에선 1:24:02로 7위를 하며 기분이 좋았고...
올해는 일이 좀 복잡하게 되었다.
당초엔 사회를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덩달이로 참가 신청이 되어 있다길래 그냥 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지난 몇 주 동안 30Km장거리훈련을 착실하게 해왔는데 지난주 제주역전에 가느라 건너뛰고 이번주는 큰아들 논술시험 챙기느라 어렵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틈이 나면 실전감각으로 달려보는 편이 실속있고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목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간단히 밥을 챙겨먹고 차를 몰고 안선생님 픽업, 그리고 병주아빠까지 태우고 금구 방향으로 돌아 김제 공설운동장에 이른다.
기온은 쌀쌀할 정도로 내려갔지만 햇살이 강하게 내려쬐고 있기에 그늘이 없는 코스를 달리려면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
함께 온 두 분은 내 차를 몰고 10Km와 하프 반환점으로 이동을 하고 난 두철과 만나 워밍업을 20분 정도 해준다.
오늘 목표가 어느선이냐는 두철의 물음에... "1시간30분 이내!"
부상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그 정도도 내심 장담을 못할 상황.
배번을 얻어서 달리는 입장이지만 두철은 일단 가는데까지 본인의 페이스대로 가보고 이후엔 나를 챙겨서 가든지 한다고...
난 그냥 끝까지 네 페이스로 밀었으면 좋겠다!
9시에 출발 총성이 울리고 운동장을 돌아 밖으로 나간뒤 체육관 주위를 크게 돌아 나가는데 역시나 몸 상태가 그저 그렇다.
딱 서브3페이스나 유지할 수준인데 그나마 다리에 이상신호가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재작년과 코스가 같기 때문에 그때의 랩타임이 생각나는 건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잘 고려하지 않으면 큰 댓가를 치룰 수가 있으니...
만경으로 향하는 2차선길로 바뀐 다음에도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 중에 대철씨와 온고을 주자가 있는데 거기를 쫒아 7Km무렵까지 간 뒤엔 시나브로 거리차가 벌어진다.
당연히 심리적으론 부담이 가중되고 몸 상태도 점점 굳어지는 듯한 느낌이...하지만 이게 현실!
반환점을 43:58에 돌았으니 후반에 이븐페이스를 유지하더라도 28분대에 달랑달랑 할 것이고 오르막이 많은 막판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로 했던 1시간30분 이내는 힘들게 될 것 같다는 압박이 밀려온다.
후반에도 이사람 저사람 끊임없이 나를 앞질러 가는 통에 계속해서 맥이 빠지고 땡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오르막은 은근히 발목을 잡는다.
그러다가 저멀리 런닝을 멈춘듯한 주자가 하나 들어오는데...제발 두철이 아니길...하지만 우려가 현실로!
13km까지만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고 이후에는 나를 기다리며 이렇게 소일(?)을 하고 있었노라고...헐!
두철과 만나서 가는 동안에도 주자들의 추월은 이어진다.
그 중에 1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인 김갑수선수의 추월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아무리 봐도 랩타임 상으론 충분히 여유가 있는데 이렇게 빨리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
아까전에 훨씬 먼저 앞서간 류성룡 페이스메이커 또한 같은 시간대의 페이싱을 맡았는데...괴이한 일이네!
드디어 막판 3.5Km에 이르는 대로의 오르막길, 언더패스가 기다린다.
앞주자들의 희미한 등판을 바라보며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한 덕에 늘어지지 않고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1:29:15
기대했던 딱 그만큼의 기록이 나왔으니 만족 대만족!
고생은 좀 했지만 달리는 동안 부상이 도지지 않아서 다행이고 특히나 어제 단 5Km만 시험주행을 해보고 신은 뉴턴 디스턴스 신발이 최적의 착화감을 유지해줘 그 덕을 봤다.
두철이 함께 달려준 덕에 막판 집중력을 세운 것도 크고...
오늘은 대회진행을 하지 않고 달린 것이 참으로 잘 된 결정이었다.
아무리 훈련을 실전처럼 한다고 해도 하프를 이런 페이스로 유지할 수는 없는 일.
실내체육관 화장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감으며 쿨링과 크리닝, 힐링을 동시에~
하이트맥주 시음장에서 맥주도 한잔하고 점심은 지평선 바지락죽에 가서 인당 2만5천원짜리 산해진미가 다 나오는 정식으로 배 터져라 먹고나니 세상에 부러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