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춘절 4월 15일(토)이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기가 빠른 점을 고려해서 시골 들어가는 길에 영해장에 들러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 고추 마디 호박 상추 등의 모종을 사서 심기로 결심했다. 지난 주 한창 수확했던 땅두릅 채취도 마무리할 때이기도 했고, 집 주변의 음나무 나물도 때를 놓치면 한 해 허당이 된다. 또 한두 가지 볼일이 더 있었다. 골목 입구의 소화전 시설이 왜 우리 집 532~20 사유지 토지에 설치되었는가? 마을 내막을 좀더 내밀히 알고 싶었고, 마을회관 뒷 밭을 1m이상 침범한 옆집의 경계 말뚝(고추 지지대)을 제 위치로 자진해서 옮겼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경주 새벽 6시에 출발, 영해장 7시 반
시골집 8시 도착,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는 집 주위 유실수 심은 것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물조리개를 들고 다니며 확인하면서 물을 흠뻑 주었다. 지난 주 백록형님 다듬어 놓은 수돗가 텃밭에 모종 심을 구덩이에 물을 듬뿍 준 다음 망을 추가로 다듬어서 비닐까지 덮고나니 배가 고프다.
점심을 해 먹고, 한 숨을 자고는 봄비가 추적 추적 내렸으나 무료하게 방 안에 있기는 뭣해서 집근처 음나무 나물을 따고난 다음에, 땅 건너 땅두릅 밭에 가서 나물도 채취했다. 수확물을 제주에 있는 동반자에게 알려주었더니 지인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반가워 했다.
돌아오니 저녁 6시다. 온천욕 가려다가 그냥 저녁 해먹고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내일 새벽에는 모종을 심고나서 아침 해먹고 짐 정리해서 후포 어판장 홍게 거래상황을 살펴보면서 경주로 나가기로 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아차, 땅두릅 캐서 돌아오다가 앞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일부러 찾아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려던 참에 잘 되었다 싶어서 차를 잠시 세워놓고,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었다. 3월 어느날 오전 들에서 일하고 돌아왔더니 마을에 공사 차량들이 많이 와서는 골목을 막아 놓고 우리 집 밭둑 그 자리에 소화전 시설을 하고 가더라는 것이었고, 처음 설치하러 했던 장소는 숙웅이네 골목 첫 입구 오래된 감나무 주변이었는데 당사자가 극구 반대해서 자기네 집 주차장 터 이야기 나와 본인이 반대했고, 마지막으로 우리집 골목 오라시 나무 옆에 설치했다면서....
제가 이 소화전 시설만으로 끝나면 마을을 위한 시설로 그냥 허용하겠는데 그 옆에 또 제법 큰 사각형 시설물이 들어서야 한다기에 마을을 위한 유용한 시설은 마을회관 경운기 세워놓던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목적에도 맞고, 정황상에도 맞기에 그쪽으로 옮기는 것을 책임자에게 요구했더니 그분이 그렇게 하겠다면서 만일 그쪽도 안된다고 하면 진갱빈 마을에는 소화전 시설을 제외시킨다고 하더라는 경북소방본부 담당자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마을회관 뒷편 경계를 고쳐놓았는지 가보았더니, 그대로 였다. 기대가 컷나보다. 전봇대 남쪽으로 고추지지대만 옮겨 꼽아놓았다. 망가진 줄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새로 치겠지 하면서....
문자메세지와 사진을 받아보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하기는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그런 짓을 이웃에게 범하지도 아니하였겠으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수 있겠다 싶다.
이튿날 새벽 여섯 시에 모종을 심고, 여덟 시에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해서 아홉 시에 후포 어판장에 가보았더니 지난 주와 달리 배가 얼마 들어오지 않아서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물건들은 좋아서 경매 진행 상황을 한 시간 가량 구경하다가 포항 처형집에 도착 점심을 먹고, 경주에는 오후 2시 도착... 1박 2일의 고향집 다녀옴에 보람이 가슴 한 가득이다.
첫댓글 평밭 들어가는 길 서편 땅에 소화전 시설을 설치 할 수 없는 이유는 불이 도로 우(동)측의 상황을 대비한 시설인데 도로 위 자동차 긴급 다녀야 함에 호스를 깔아 뭉개고 다닐 수 없으므로 애시당초 후보지가 전혀 아니라고 하면서 석복이네 이야기는 언급대상이 아니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