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불통 지역」
김승기
고산 2리 푯말 앞을 지나 조금 달리다 보면
노심초사 내일을, 정리할 어제를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리고 마는
익명의 섬이 있다
일단 그곳에 들면
맑은 계곡이 되었다가
연초록 숲의 바람소리 되었다가
그도 지치면 삼겹살을 굽다가
친구 웃음소리에 술이나 따르면 된다
손을 베일만큼 싱싱한 시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주의 사항 :
당신이 섬 열목어가 되는
불상사를 낳을지도 모른다
「빈 곳」
누구나, 천형처럼
가지고 있는 그것
그곳이 못내 허전해
꿈꾸는 정사
옆방 여자는 지금
들뜬 신음으로
위태롭게 채우고 있다
술 때문 속이 쓰리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에도
담배를 피우는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늦은 칼국수를 먹는
후드득 소리에도
산을 내려오는 길 하나
차창에 얼비친
지친 사내를 닮았다
지랄 같은 그 빈 곳 때문에
저리도 꼬불 댄단다
김승기
2003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역』.
산문집: 『어른들의 사춘기』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김승기의 통화불통 지역 외 1편
애지사랑
추천 0
조회 18
14.05.10 09:0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