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습니다.
빌뉴스는 향기나는 도시라고....그곳의 향기를 느끼려고 빌뉴스 구시가지로 향합니다.
북쪽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는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중세 시절부터 폴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주변국가들의 문화적 중심지로 활약했던 빌뉴스는
그 역사의 숨결이 골목골목 남아 있습니다.
빌뉴스 구시가지는 이 '새벽의 문'을 통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새벽의 문 위에는 상업의 신 헤르메스가 조각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헤르메스는 왼손에 돌을 들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돌이 귀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보기 힘들었나 봅니다.
이곳은 새벽의 문 앞쪽이고요.
새벽의 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바로 이 모습이 보입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새벽의 문 위에는 성모마리아가 보입니다.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고의 미인으로 손꼽히는 바로보라 라브빌라이테, 그녀를 흠모한 장인이 그녀의 모습을 성모 마리아의 얼굴로 성화시켰다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검은 마리아, 검은 마돈나라고도 불리고 있죠. 오랜 세월 동안 새까맣게 변질되어서겠죠.
리투아니아 구시가지 입구에 자리 잡아 성내에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안녕을 기원해주었던 작은 기도실, 새벽의 문...
새벽의 문이라는 글이 적혀 있네요.
리투아니아어로 '세나미에스터스'라 불리는 구시가지는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필리에스' 거리와 '디지요이' 대로를 빼면 대부분의 지역은 거미줄 같은 좁다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바실리카 문....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 캐시미르 성당...
북유럽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빌뉴스 구시가지에는 대략 20개 정도의 성당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종교 행위가 금지되었던 소련 시절에는 성당들은 모두 박물관(어떤 성당은 무신론박물관이 되기도 하는 수모를 겪기도)
전시장, 인민학습당으로 기능을 바꾸어야 했지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리투아니아 인들은 독립과 동시에 모든 성당의 기능을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는 대다수의 성당들이 여전히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박물관이나 전망대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리투아니아인들의 높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시청사 광장
시청사 건물
그리고 그 앞 광장...
이곳 어드메쯤이 유대인 거주지역일 텐데....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는 구시가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로 변해있다고 하던데...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구시가지 골목길을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아름다운 구시가지 골목에서 찾은 호박박물관
호박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순길을 끌지만,
여기에 있는 호박 악세사리 등은 엄청난 가격이어서 입이 쩍 벌어졌지요.
박물관 뜰에서 만난 접시꽃.
앙증맞은 간판들...
때로는 텅빈 골목도 있네요.
이 텅빈 골목을 보니 또 '게토'가 생각납니다.
서슬 퍼렇던 세계대전 시절, 유대인들이 모여 살았던 게토....
한때 빌뉴스는 북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어요.
2차 대전 전까지 전체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네요.
리트박이라고 불렸던 리투아니께 유대인들은 독일 방언과 히브리어 등 여러 개 언어가 융합되어 생성된 언어인 이디시(Yidish)를 구사했지요.
2차 대전 중 리투아니아에 살던 유대인이 95% 이상 처형되어 현재는 거의 종적을 감추었고,
그들이 사용하던 이디시어도 사어가 되어 버렸지만,
빌뉴스 대학교에는 여전히 이디시 연구와 강의가 진행되고 있어 유대인 연구의 메카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자신의 가게를 알리는 퍼포먼스....
드디어 만난 성 오나 성당(성 안나 성당)
1812년 러시아를 정벌하러가는 길에 빌뉴스를 들른 나폴레옹이 보고 반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성당입니다.
하지만 그런 찬사가 무색하게도 성당 내부는 러시아에서 패배를 맛보고 돌아오던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심하게 훼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 성당, 무엇과 비슷한지 아시겠나요?
앞의 여행기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하! 하실 겁니다.
성 안나 성당 뒤에 있는 프란체스코 성회의 일파인 버나딘 수도사들이 건축한 버나딘 성당입니다.
성 안나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이랍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참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대통령궁의 모습...
리투아니아 국기는 노랑(태양), 초록(들판), 빨강(피)를 나타냅니다.
현재 여자 대통령이고, 싱글이랍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대통령궁 뒤 하얀 건물이 바로 빌뉴스 대학교.
대통령궁 옆에 대학이 위치하고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대통령궁 마당에 관광객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같으면 경찰과 헌병이 쫙 깔려 행인들과 관광객을 감시하고 또 감시하고...
그래서 그곳을 지날 때면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는데....
대통령궁 왼쪽에 있는 건물도 빌뉴스 대학 철학관입니다.
빌뉴스 대학교는 1569년 리투아니아 최초의 대학교로 승격된 이래 주변 국가들의 철학가, 문학가, 사상가들을 길러냈고
건물 전체가 유물이자 박물관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류학자인 마리야 김부티애냬,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역사가 시모나스 다우칸타스,
노벨문학상 수상자 체스와프 미워시 등을 길러낸 대학교....
독립적인 건물이 캠퍼스 곳곳에 자리잡은 일반적인 대학교와 달리
이 대학교의 건물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를 처음 찾은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을 찾느라 헤맬 겁니다.
골목에서 만난 서점의 모습....
빌뉴스 대성당의 모습.
소련 시절 인물화 박물관으로 변질되는 역사의 상처를 안은 곳이기도 하죠.
리투아니아의 현대사를 굽어보며 국민들이 상처를 보듬어 안은 성스러운 장소입니다.
대성당 안에는 공작들의 무덤이 있고, 이곳에서 왕의 즉위식도 열렸답니다.
1323년, 빌뉴스가 수도가 된 해를 의미합니다.
이때 수도를 옮긴 사람이 게디미나스 공작입니다. 공작은 왕이나 마찬가지였고요.
원래 리투아니아의 수도는 카우나스였는데 당시 왕이던 게디미나스가 꿈을 꿨더랍니다.
사냥감을 따라 달리다 보니 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온 것을 깨닫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는데...
이상한 꿈을 꾸게 됩니다.
어디선가 늑대 한 마리가 울어대는데 마치 100마리가 울어대는 듯 했고
신기한 것은 철갑옷을 입었다는 것이에요.
부하가 화살을 쏘아 죽이려 했으니 끝까지 죽지 않았지요.
잠에서 깬 게디미나스는 이상야릇한 느낌에
카우나스로 돌아오자마자 예언자에게 해몽을 부탁하게 됩니다.
그곳으로 수도를 옮기면 나라가 부강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자의 말에 게디미나스는 수도를 옮겼고
그곳이 바로 지금의 수도 빌뉴스인 것입니다.
리투아니아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게디미나스...
구시가지에서 본 아름다운 상점의 모습들...
다리가 아파 잠시 쉴겸 암탉과 병아리 옆에 앉아 보기도 하고...
참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엄청 많이 걸어 힘은 들었지만...
언제 여기를 또 와보겠습니까?
저녁은 현지식 샤슬릭...
스프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보기는 좀 그래보여도 입맛에 딱 맞네요.
샤슬릭의 모습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를 꼬치에 굽듯이 구워 내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이렇게 느릿느릿 먹는 것이 진정한 유럽식이라지만,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참 지루한 시간...
이곳 발트3국의 쇠고기는 질기고 맛이 없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소고기와는 좀 다릅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서, 다음 여행을 해야지요.^^
내일은 다시 거꾸로 올라가 라트비아로 갑니다!
<한국과 관련한 발트3국 뉴스>
1. 에스토니아- 최근에 영화 '남과 여'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전도연, 공유. 조만간 한국에서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2. 라트비아 - EBS 테마여행 '라트비아 편'을 찍어다고 하니 곧 방영되겠네요.
3. 리투아니아 - 소설가 이문열의 작품 '리투아니아의 여인'이라는 게 있다네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박칼린, 그리고 영화 제작을 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원래는 박칼린이 나오려고 했는데 지금 그녀가 너무 유명해져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네요. 박칼린의 어머니가 리투아니아 인, 아버지는 부산 사람...
첫댓글 선배님 여행중이셨군요?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으셔서 카페 들어와 봤네요.
ㅎㅎ
즐거운 여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예, 그랬군요. 한국 가면 한번 뵈어요.^^
성안나 성당 정말 멋지네요.
내부는 못 들어가고요. 워낙 성당이 많으니 이 성당이 저 성당 같고, 저 성당이 이 성당 같은데 성안나 성당은 아주 독특해요. 나폴레옹이 반할 만 하네요.^^
암탉 아니라 수탉이잖아요.
그것도 술취한 수탉 같아요.
늘 유럽 건축을 보면 비잔틴 양식, 바로크 양식... 헷갈려요.
에다가 바실리카 양식도 따로 있다니...
아, 수닭이에요. 바로크, 로코코...
@바람숲 고딕만 조금 알겠다는...
@산초 난 고딕도 잘 모르겠다는...
@바람숲 ㅎㅎ 고딕은 무조건 삐죽삐죽 솟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