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시 1. 2. 3 - 서정윤
1.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디엔가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 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져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2.
스쳐 지나는 단 한 순간도
나의 것이 아니고
내 만나는 어떤 사람도
나는 알지 못한다
나뭇잎이 흔들릴 때라야
바람이 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햇빛조차
나와는 전혀 무관한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살아 있음이
어떤 죽음의 일부이듯이
죽음 또한 살아 있음의 연속인가
어디서 시작된지도
어떻게 끝날지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생명을 끈질기게
지켜보아왔다
누군가
우리 영혼을 거두어갈 때
구름 낮은 데 버려질지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져도 안타깝지 않은
오늘의 하늘, 나는
이 하늘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3.
가끔은 슬픈 얼굴이라도
좋다, 맑은 하늘 아래라면
어쩌다가 눈물이 굴러떨어질지라도
가슴의 따스함만으로도
전해질 수 있다 진실은
늘 웃음을 보이며
웃음보다 더 큰 슬픔이
내 속에 자랄지라도
<웃음>만을 보이며 그대를 대하자
하늘도 나의 것이 아니고
강물조차 저 혼자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나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 삶의 전부를
한 개 점으로 나타내야지
지나가는 바람에도 손잡을 수 있는
영혼의 진실을 지니고
이제는 그대를 맞을
준비를 하자
슬픔은 언제나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태연히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연이어 울리는 외로움의 소리
하늘 가득한 노을이
그 여름의 마지막을 알리고
내 의식의 허전함 위에
흐르는 노을의 뒷모습으로
모든 가진 것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고개를 든다
보이는 것을 가짐으로
보이지 않는 것꺼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뭇가지 끝에 머무를 수 없는 바람처럼
이제는
가지지 않음으로
내 속에 영원히 지킬 수 있다.
<Maria O’Connell - Down By The Sally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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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시 1. 2. 3 - 서정윤
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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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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