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최근 방송된 SBS ‘좋은 아침’ 프로그램(2012.2.24)에서 희귀난치성질환(稀貴難治性疾患)을 앓은 인기 연예인(演藝人)들이 공개됐다. 탤런트 신동욱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발병으로 인하여 지난해 7월 군(軍)에서 의병제대를 했다고 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1형, 2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정한 희귀난치성질환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CRPS type I)은 화끈거리는 통증, 이질통, 부종, 색깔 변화, 운동 제한 근육 위축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Reflex Sympathetic Dystrophy)을 말하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2형(CRPS type II)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화끈거리는 통증이나 이질감이 오는 작열통(灼熱痛ㆍcausalgia)을 말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複合部位痛症症候群ㆍ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이란 명칭은 1993년 세계통증학회 전문가들이 붙였으며, 만성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사지(四肢)의 외상(外傷)이나 화상 등에 의한 신경손상, 골절, 뇌혈관 장애, 척수손상, 수술(척추, 폐나 심장, 복부, 축농증, 미용 성형, 치과 등)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신경병성 통증을 말한다. 주로 팔과 다리에 강력한 충격으로 인해 손상(損傷)을 입은 후 잘 발생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말초와 중추신경계의 변성과 면역(免疫)체계의 이상, 유전자적(遺傳子的) 소인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의 출현은 외상 직후 또는 수개월 후에 나타나며, 대부분은 상처가 치유될 때쯤부터 시작된다. 통증은 해당 손상이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특징이 있으며,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은 미세한 자극에 의해서도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주로 화끈거리는 극심한 통증이다. 그 외 증상으로 해당 부위 조직의 부종, 피부색의 변성, 피부의 과민성, 피부 체온 변화,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성장의 변화, 관절 경직도 증가, 근육 경련 약화 및 위축, 통증 부위의 운동성 감소 등이 나타난다.
통증은 대개 쑤시는 것 같은 둔한 통증과 박동성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손상부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서 위치가 불명확해 진다. 또한 통증이 반대쪽까지 방산(放散)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심한 통증으로 심신이 쇠약해져 우울증(憂鬱症) 등 성격변화를 초래하는 환자도 있다.
진단은 세계통증학회에서 1994년에 제안한 기준이 있으며, 이후 이 기준의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진단기준들이 제시되었으나 아직 명학하게 확진할 수 있는 진단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1994년 세계통증연구학회에서 제안한 진단 기준은 (1) 외상(外傷), 감염(感染), 수술(手術) 등의 유해한 사건 발생, (2)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과 어울리지 않는 통증이 지속되고, 이질통(종이나 붓 같은 물체에 피부가 닿아도 극심한 통증이 생김)이나 감각 과민이 동반, (3) 통증 부위의 부종, 피부혈관의 변화나 비정상적인 발한(發汗), (4)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의 부재 등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증상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대체로 아래와 같은 4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악화되어 간다. 따라서 이 질환의 치료는 말기로 가면 완치가 불가능하므로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제1단계에서는 통증은 대개 상해부위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 부위를 만지면 감각과 통각(痛覺)이 예민해지고 국소적으로 붓게 되고 피부는 빨갛게 된다. 제2단계는 통증은 어느 위치인지 불분명해지며 피부는 점차 차게 되어 발한(發汗)이상을 보인다. 제3단계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통증은 쑤시는 둔통, 혹은 타는 듯한 통증으로 변화되어간다. 광범위하게 붓게 되고 근연축을 보인다. 제4단계는 근육의 현저한 위축과 함께 골다공증(骨多孔症)이 생긴다. 통증은 말초신경뿐 만 아니라 중추신경까지 포함한 복잡한 악순환이 형성된다.
아직 확실한 치료법은 없으므로 각 임상 양상에 따라 약물치료, 중재적 통증치료, 심리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사용한다. 증상 발생 3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경과는 좋은 편이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통증 부위가 주위로 급속히 펴져나가게 되고 악화될 확률이 높다.
약물치료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항우울제(抗憂鬱劑), 세포막 안정제, GABA 작용제, 스테로이드제, 캡사이신 등 다양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약제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는 뜻이다.
중재적 통증치료법은 교감신경 차단, 경막외신경 차단, 말초부위신경 차단, 관절강내 주사요법 등 신경차단요법(神經遮斷療法)을 시행하거나 국소 정맥 내 교감신경절 차단을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시술에 의해서도 통증 조절이 잘 안되면 척수 자극기 시술, 척수 약물투여 펌퍼를 이용한 약물 지속주입, 뇌 운동 피질 자극술, 시상 자극술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심리치료는 환자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심리적 불안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필요하다. 따라서 각 환자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정신과 의사, 임상 심리치료사 등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