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3] 이봉운(李鳳雲) - 축복 3. 3년 제주도 피난생활 - 3
27 미선 교부에서는 1년여를 쌀, 부식, 의류, 일용품들을 공급해 주었으나 졸지에 중지해 버리니 피난민들은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육지로 도시로 떠나니 400여 입주자가 겨우 50~60명 남았다. 모두 여기까지 데려다 놓고 죽으란 말인가 하고 하나님 원망이다.
28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동일하다. 감사 못하는 인간이다. 내게도 큰 시험이었고 또한 유혹이 따랐다. 부산 나가 크게 장사하던 산석이가 배급이 중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 장사하도록 주선하겠다고 편지를 냈다.
29 어린 것들을 생각하고 잠시 하나님을 망각하기 쉬웠다. “부산 내 왕 장사를 하겠다”는 말에 부인은 놀라며 “고향에 버리고 온 돈을 이제 다시 벌어 무엇 할 것이냐” 한다. 이때 내가 부산에 나갔더라면 영영 문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
30 우리는 생을 유지하기 위해 해초와 이삭을 줍고 메뚜기와 게를 잡아 연명했다. 보리, 고구마, 완두콩들을 철 따라 이삭을 주웠고, 보릿가루를 톨(톳)이라는 해초와 섞어 죽도 밥도 아닌 것을 해 먹었다.
31 해초는 씁쓸하고 냄새도 났으나 그래도 하나님이 같이 하셔 먹여 주시니 5살 현경이도 못 먹겠다는 말 한번 없이 해를 넘겨 먹었다. 지금은 들여다볼 수도 없는 음식이다. 고구마 철에 삶은 고구마를 먹을 때나 완두콩을 얻어 보릿가루와 섞어 먹을 때면 식천국(食天國)이었다.
32 바위틈에서 잡는 게는 천하일미였다. 가을에는 벼메뚜기를 잡아다가 육식을 하며 세례 요한을 생각했다. 제주에서는 벼메뚜기를 말축(馬親)이라 하는데 먹으면 기생충이 생긴다는 말이 전해와 한 마리도 잡지 않으니 하나님께서 우리가 올 것을 아시고 입을 막아 두셨다고 감사했다.
33 톨을 베고 메뚜기를 잡으면서도 신앙을 찾을 수 있었다. 톨은 바위에 돋는데 큰 바위는 산돌, 작은 바위는 죽은 돌이라 부른다. 산바위에 돋은 톨은 곳곳하고 싱싱한데 죽은 바위에 돋은 톨은 맥이 없고 부들부들하다. 이것은 어디에서나 하나님을 붙들고 찾아야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34 또한 말축은 재빨리 도망가는 통에 잡기 어려우나 두 놈이 업혀 있는 놈은 취해서 날지도 아니하니 금방 잡힌다. 이것을 보고 사람도 세상에 취하면 사탄이 잡아가기 좋을 것이라 생각됐다.
35 이제 생각하니 나같이 우직스러운 사람도 없다. 5세라고는 하나 생후 4개월에 2세가 된 현경이까지 톨죽을 먹였으니 신앙에만 열중하여 다른 것을 몰랐다. 어린 것이 그것을 먹고 살 수 있으랴 하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으니 하나님도 딱했을 것이다.
36 후에 부산 문 선생님께 나갔을 때 며칠을 두고 방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말씀하시다가 우리 몸에 밴 톨 냄새임을 알고 웃으신 적이 있다. 이 냄새는 우리를 살려준 고귀한 향내였다.
37 이 선생과는 헤어진 후 편지로는 연락을 계속했다. 어느 날 꿈에 내가 부산 식구들이 모였다는 방에를 갔다. 남자 2명 여자 4명이 말없이 앉아 있는데 홀연 방안 가득히 영화의 자막같이 빛나는 글자로 ‘季正生’이라는 3자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38 곧 이 선생에게 편지를 내어 이정생이 누구냐 어떠한 인물이 있느냐 물었다. 이때는 이 선생이 범일동에서 문 선생님과 함께 있었으나 내게는 알리지 않았을 때로 회신이 없었다. 후에 들으니 이 대통령 시대인 그때는 영계에서 문 선생님을 이 씨로 불렀다 하니 이정생은 통치자를 뜻함인가.
39 어느 날 아침 무경이가 “큰 배추밭이 있는데 그중에 우리 것이 더 잘 되었고 그중에도 한 포기가 뛰어나게 크고 속이 잘 들었더라”는 꿈 이야기를 했다. 또 며칠 후 “형을 예수라 하므로 동네를 뛰어다니며 우리 형이 예수다 하였다”고 말했다.
40 부인도 “하늘 순경이라는 사람이 와서 이 집에 예수가 있다지요 하기로, 이 아이라 하니 반가이 절하고 갔다”는 꿈을 꾸었다. 수경에게 물으니 벌써부터 계시가 있었다 한다.
41 나는 이 선생이 목표가 있었구나 생각하고 “이 선생의 야심을 이제야 알았다”라는 짤막한 편지를 하였다. 후에 들으니 문 선생님께서는 이 편지를 보시고 크게 웃으시며 “모든 기독교인들이 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 하셨다 한다. 그때는 계시에서의 예수의 뜻을 몰랐으나 원리에서 장성기 완성급의 아담 수준의 심령자에게 예수라는 계시가 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