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답을 찾다- 시즌2]〈3〉휴양과 치유, 숲에서 찾다
동아일보 2021. 6. 12. 숲에서의 교육, 숲 치유. 도시숲이 주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산림청은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한 가치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진행 중인 숲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왼쪽 사진). 국립장성숲체원 숲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나무와 꽃잎을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숲 요가, 해먹 위의 명상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는 묘약이었습니다.”
전남 화순전남대병원 간호사 박아연 씨(36)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남 장성의 치유의 숲에서 진행된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지만 숲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2019년 말 폐암 2기 판정을 받은 이상민(가명·대전) 씨.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한동안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이 씨가 건강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숲과 친해지면서다. 매일 대전 대덕구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맑은 공기를 접하면서 지금은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는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음이온이 나를 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일상에서 즐기는 산림의료
지난해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 국민 47.5%가 코로나19로 우울함과 불안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된 경기지역 의료·방역요원 중 16.3%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전형적인 코로나 블루(우울)다. 전문가들은 산림이 이를 치유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숲 치유는 숲이 갖고 있는 경관, 산소, 소리,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산림청이 숲 치유를 위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다.
현재 전국에서 숲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은 36곳. 국립산림치유원 1곳과 국립횡성·칠곡·장성·청도숲체원, 대관령·대운산·김천·제천·예산·곡성·양평 등에 조성된 국립치유의숲, 사립시설 2곳 등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만도 9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대응 등 숲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원장 이창재) 산림복지연구개발센터는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의료진의 정서적 안정성이 71.27점(100점 만점)으로 참여 이전(66.97점)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도 숲 치유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법무부 교정본부와 공동으로 16일부터 국립춘천숲체원을 비롯한 횡성·칠곡·대전·나주 등 전국 5개 숲체원에서 교정공무원 200명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높은 담장의 환경, 교정 업무 등에 따른 스트레스 관리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수진 박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노인들을 대상으로 신체건강과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항노화 프로그램 등도 새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 ‘숲’은 훌륭한 교실이자 선생님
산림교육이 뜨고 있다. 산림교육은 유아와 청소년의 체력 향상, 자아개념 형성, 심리적 안정, 창의성 등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교육은 유아숲체험원과 산림교육센터에서 진행된다. 유아숲체험원은 유아가 숲에서 맘껏 뛰어놀고 배우며 정서를 함양하고 전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도 교육하는 시설로 전국 334곳이 등록돼 운영 중이다. 산림교육센터는 강의실, 숲교육장, 도서실 등의 기본시설을 갖추고 전문 인력을 배치한 시설로 숲과 자연물을 활용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장성숲체원의 알록달록숲학교 등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숲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유아는 2017년 161만 명에서 2018년 234만 명, 2019년 307만 명이, 청소년은 2017년 72만 명에서 2019년 94만 명이 숲 교육 혜택을 받았다.
숲 교육 프로그램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 양성 과정을 거친 숲 해설가만도 1만4083명, 유아숲지도사 5656명, 숲길등산지도사 2015명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 도심 속 맑은 공기 주역, 도시 숲
산림청은 도시 숲이나 생활 숲, 가로수 등 도시 숲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사람들이 도시에 많이 사니 ‘산으로 가라’ 하지 않고 ‘도시에 숲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시 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시숲법)도 이달 1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은 공기 정화 효과 및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시민들에게 체험 학습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 숲을 체계적으로 조성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 등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도시 바람길숲은 산림에서 생성된 양질의 공기를 주민 생활공간으로 공급하는 통로다. 산림의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으로 유도·확산할 수 있도록 연결된 숲이다.
자동차산업도시인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는 도심 내 8km의 ‘Green-U forest’를 조성한 결과 미세먼지가 m³당 50μg을 초과하는 고농도 일수가 2014년 10회에서 2017년 3회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산림청이 2022년까지 전국 17개 도시에 도시 바람길숲을 조성 중이다. 미세먼지 차단 숲은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인근 주거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저감하는 역할로,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11ha 규모의 미세먼지 차단숲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림청은 지난해 930억 원을 들여 93ha의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에는 1472억 원을 들여 156ha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산림청은 올해 녹색자금으로 복지시설 나눔숲 조성과 무장애(無障애) 나눔길 조성, 체험교육나눔숲, 수목장림나눔숲 등 녹색인프라 확충 사업에 429억 원을, 소외계층 숲체험과 교육지원 사업, 나눔숲돌봄 사업에 14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도 녹색자금 사업공모는 7월경 진행된다. 산림청 이상익 산림복지국장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실시한 복권기금 성과평가에서 산림청 녹색자금 법정 배분 사업이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