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94) 제4권 “신무기”라는 이름으로 물건처럼 소모되는 마루타
제17장. 당신은 시를 쓰고 내가 곡을 붙이기로 했는데
2절. 혈청검사 결과 장티푸스 감염 판정
미요코가 한쪽 소퍼로 가서 앉았다.
혈청연구반의 반장 우치우미 소퍼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미요코는 연구원들이 지껄이는 말을 들었으나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은 착혈 실험과 혈액대체 실험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0여 분 기다리고 있자 좀전의 젊은 판임관이 미요코에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좀전과는 판이하게 달리 굳어 있었다.
"그 피가 누구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는 확인하려는 듯 재차 물었다.
"가족 진료소에 근무하는 간호원 나가야마 후미코 양의 것이에요."
"빨리 큰 병원으로 호송시키십시오. 백혈구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고, 검사 결과 장티푸스 감염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유감입니다. 이것은 혈액검사 보고서입니다."
판임관이 내미는 서류를 움켜 잡듯이 받은 미요코는 그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녀는 복도를 지나 층계를 내려갔다.
정신없이 내려가다가 계단을 올라오는 간호장교 다나카 가츠코(田中曾子) 대위를 만났다.
경례를 올려붙이고 지나가려는 미요코를 불러 세운 가츠코는 쏘아보면서 물었다.
"여긴 웬일인가?"
"네. 후미코 양의 혈청검사를 해가는 것입니다. 후미코 양이 장티푸스에 감염되었어요."
미요코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습관적인 동작으로 혀로 입술을 핥고는 말했다.
"왜 진작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내가 간호부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나?"
"죄송합니다."
"차를 수배 해 줄 테니 곧 호송준비를 하도록 해요."
"네."
미요코는 가츠코 대위에게 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미요코를 가츠코 대위가 다시 불러 세웠다.
"후미코 양과 요시다 대위가 결혼할 사이라면서?"
"네, 그런 것 같아요."
"요시다 대위에게 이 사실을 알렸나?"
"아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야. 대위에게도 알려줘요."
"하이."
미요코는 본부를 나와 교육본부로 향하려다 방향을 돌려 가족 진료소로 갔다.
교육본부 건물을 가까이 있지만 먼저 가족 진료소로 가서 오가와 군의 대위에게 장티푸스에 감염 된 후미코의 상태를 보고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요시다 대위에게는 전화로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미요코는 가족 진료소를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기면서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것은 후미코를 잃는다는 사실과 그녀를 잃으면서 요시다 대위가 절망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왔던 것이다.
그러한 슬픔과 희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감정은 미묘한 슬픔과 기쁨이 범벅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슬픔에 대해서는 억제하지 않았으나 기쁨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죄의식을 느꼈다.
그 미묘한 감정에 대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조차 느끼고 있었다.
가족 진료소로 들어간 미요코는 재빨리 2층 의사연구실로 들어갔다.
오가와(小川) 대위는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후미코의 상태를 알고 있는 듯했다.
"방금 혈청연구반과 가츠코 대위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어. 후미코 양이 장티푸스 감염이라면서?"
"네."
혈청연구반에서 받은 검사결과 보고서를 의사에게 내밀었다.
오가와 군의 대위는 그 서류를 보지도 않고 탁자에 밀어 놓고 담배를 계속 피워댔다.
"후미코 양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
미요코는 울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서 있었다.
"열이 점차 올라가고 있어. 지금 승용차 편으로 빈강(浜江) 육군병원으로 후송할까 하는데 미요코 양이 동행하겠나? 인수하고 돌아오게."
"네." 하고 미요코는 울먹이는 어조로 물었다.
"후미코 양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셨나요?"
"아니 아직은...... 그러나 육군병원으로 후송한다면 눈치 챌거야."
"......"
"지금 처치실로 가서 미요코 양이 말해주겠나?"
"하이."
미요코는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연구실를 나갔다.
처치실은 아래층 진료실 옆에 있었다.
미요코는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몰라 가슴이 답답했다.
죽음이라는 재앙이 왜 그녀에게 닥쳐온 것일까. 결혼을 눈앞에 두고 행복을 설계해야 할 그녀의 운명 앞에 먹구름이 뒤덮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간호원에게 위험수당 70%를 지급하는 이유를 알았다.
미요코가 처치실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크고 둥근 눈이 공허했다. 후미코가 먼저 미소를 지었다.
미요코는 웃음띤 얼굴로 다가가서 옆에 앉았다.
"좀 어때요?"
"괜찮아요."
미요코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짚었다. 점차 열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혈청검사 결과가 나왔나요?"
"그래요." 하고 미요코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못했다.
"괜찮아요, 사실대로 말해줘요."
"백혈구가 떨어지고 있대요."
"감염이군요." 하고 후미코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무엇에 감염되었대요?"
"......"
후미코가 슬프게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자 미요코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시선을 돌렸다.
후미코가 한 손을 올려 미요코의 손을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 괜찮을 거예요. 요즘 왁찐도 좋은 게 나왔다는데, 뭐."
좋은 왁찐이 발명된 것이 아니고 마루타를 대상으로 연구 중에 있었다. 그 왁찐이 마루타에게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고, 더욱 치명상을 입혀 빨리 죽도록 한 경우도 있어 아직 일반인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왁찐의 효용도가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곧 빈강 육군병원으로 후송될 거예요.”하고 미요코가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떠나기 전에 오빠라든지 요시다 대위님을 만나보겠어요?"
"싫어요. 오빠는 지금 빈강에 계실 것이지만, 지금 기분으론 만나고 싶지 않아요.
요시다 대위님에게 알리지 마세요."
"알리지 않으면 훗날 저를 원망할 거예요."
"저를 위해 원망을 좀 들어주실래요?"
"그러죠, 뭐."
미요코가 슬프게 웃었다.
미요코는 두 손으로 후미코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도 뜨거웠다.
후미코의 손을 꼭 잡으며 미요코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후미코 양은 살 거예요, 틀림없이 사실 거에요. 걱정 말아요."
열어 놓은 창문으로 습기에 찬 바람이 불어왔다.
첫댓글 나가야마 후미코가 병에서 나아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