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날도 지난 해 처럼 아들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아들 내외, 아내와 딸이니 다섯이다. 조카들이 장성하여 출가하다 보니 각자 설을 쇠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막내 내외, 연로한 누님 두분과 함께 성묘를 미리 다녀왔다. 형제들 여럿이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집이 지척이라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함께 모여 설날 아침 감사한 마음으로 설이라는 민족 고유의 좋은 날을 주셨기에 새해 축복예배를 드맀다. 아들은 이 년 전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퇴직하고 중장비를 운전하는 건설현장에 다닌다. 자격증도 빨리 취득하고 현재까지 잘 적응하는 중이다. 그러기에 거친 현장과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아들의 안전과 며느리의 임신, 딸의 결혼. 아내의 건강을 소원하며 이런 모든것을 하나님께 부틱드렸다.
집을 나섰다. 노원역 부터 차량흐름이 예사롭지 않았다. 수락산 역 근처는 이미 많은 차량들로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은 서울북부지역과 강북일대에 사는 시민들이 성묘나 일가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꼼짝 않고 올겨울 동장군에 맛을 매섭게 보여주던 기온도 썩 물러간 듯 봄기운이 도는 화창한 일기다. 외곽순환도로에 들어섰다. 사패산 터널 진입이 느릿느릿하며 쉽지 않았으나 조금 있으니 풀리는 것 같다. 풀리는 듯 하더니 계속 서행이다. 양주나 송추쪽에서 들어오는 차량들이 괘 많은 거 같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오니 서쪽 하늘이 맑에 보이며 시야가 확 트였다. 양주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오늘은 설날 연휴 이틀째. 통행료가 무료다. 대통령 공약을 어김없이 실천한다는 설날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권력의 힘이라고 느껴진다. 병사들 봉급 대폭 인상과 함께 이미지 정치라는 것에 눈살이 찌뿌려 진다.
인천공항전용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은 저마다 경주하듯 하다. 영종대교를 건너 삼목항 선착장을 뒤로 하며 해안도로를 지나 왕산리다. 좀더 지나니 을왕리에 도착했다. 젊은 연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었다. 을왕리 해변으로 향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봄의 향기를 이미 가득히 담고 있었다. 강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너울과 함께 춤을 추는 쪽빛 바다는 사픈사픈 연인과의 사랑의 무희다. 대가족 괭이 갈매기들이 썰물로 드러난 고운 모래벌에서 던져주는 과자 조각들을 똘말똘망한 눈을 돌리며 콕콕 쫀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을 보니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겠지. 이따금 "괘~앵 괘~앵 " 거리는 징그러운 소리는 녀석 들만의 멜로딘가, 소통인가. 흙모래를 뚫고 볼록볼록 샘물처럼 솟아나는 바닷물의 모습이 소품이라면, 협곡을 이룬 산처럼 모랫벌이 주는 걸작이었다. 홍하의 골자기 처럼.
결혼 한지 삼 년이 되었지만, 아들내외 와의 나드리는 처음이다. 성묘는 함께 했지만 , 저마다의 삶의 현장이 다르기에 더욱 그런거 같다. 지난 11월 말 며느리가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했다. 그 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어머니! 이제 아들이 현장에 잘 적응하며 이사도 했으니 2년 정도 지나면 함께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살자는 말을 했단다. 나야 내색을 하지 않고 모른척 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며느리의 마음이 그져 대견하고 요즘 며느리 같지 않다는 나만의 칭찬이다. 딸은 중고등 과정을 가르치고 저녁 늦게 귀가하며 시간을 낼 수 없는 딸은 이시간에도 함께 할 수 없었다. 또한 부모로서 안타가운 것은 처지와 세대가 비슷하다면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년한 딸이기에 좋은 배필 만나 아름다운 가정 가졌으면 하는 마음 모든 부모는 한결 같으리라.
두 시가 훌쩍 넘었다. 용유도 방향으로 향했다. 인천제2국제공항터미널 전철역이 보였다. 해안도로를 끼고 바닷가에 인접한 식당을 찾기로 했다. 늦은 아침으로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조개구이 식당들이 이어지며 무의도와 실미도가 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이다. 서너 가족 일행들이 번갯불에 조개를 구으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조개모듬을 기본으로 일회용 은박지 그릇에 담긴 야채와 치즈를 끓이며 먹는 즐거움에 빠졌다. 조개구이를 무척 좋아했었는데 교통편 등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먹어 본 지가 꽤 여러 해가 되었다. 지나 온 순간순간과 여정들이 모두 감사한 마음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때 소천한 누님을 통해 주님을 만났던 나. 아내를 또한 만났으며 기업으로 주신 아들과 딸, 그리고 사랑하는 며느리도 우리가족이 되었다. 길어진 저녁 해는 중천에 떠 있다. 동편 해안도로 건너편에 월미도와 인천 외항이 보인다. 가로수에 달랑 나뭇잎들의 살랑거림이 봄은 오고 있다.
첫댓글 우리 가족들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남은 휴일과 주일도 주님안에서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가족끼리 바람쐬려 바닷가에 가신 것도 좋구요.
이제 손주하나 안으시고 또 따님이 가정을 이루어 나가면 바랄게 없겠읍니다.
그 일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면 좋으신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시리라 믿읍니다.
부디 속히 이루어지시기를 빌겠읍니다.
그렇습니다. 권사님.
결혼하면 아이 낳고하는 평범한 삶이 아니겠어요.
그러한 것이 누구나 하듯 특별한 것이 아닌데,
세상이 어쩧고 개인주의 삶이다 보니
하나님이 섭리를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언제나 제 자리로 돌아 올지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 며느님 앞세우고 바람쐬고 오시고 보기좋은 가족이십니다.
따님도 하나님이 주신 배필만나서 다음번에는 사위도 함께하는 행복한 명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사님. 안녕하셔요. 설 명절 잘 보내셨을 줄 믿습니다.
하시는 모습 하나하나가 가족사랑이 넘쳐나는 모습이세요.
늘 감사하고 칭찬하시는 모습이 귀감이 됩니다.
쩨 짝 만나 어서 좋은 일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