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그 궁극의 만남] 21세기, 물리학
초끈 이론 Superstring theory과 의상義相의 화엄 사상法性界 (1)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가지 모양이 없나니, 모든 법이 움직임이 없어 본래부터 고요하다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이름없고 모양도 없어서 온갖 경계가 끊겼으니 깨달은 지혜로만 알 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참된 성품 깊고 깊어 지극히 미묘하나 자기 성품 지키잖고 인연따라 이루더라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하나 중에 일체있고 일체 중에 하나있으니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일념이요 일념이 곧 끝이 없는 겁이어라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구세 십세가 서로서로 섞였으되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뤘어라
- 의상(義相) 대사의 법성계 (法性界) 중에서
21C 최첨단 이론인 끈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문제점(중력을 포함한 통일장 이론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장 촉망받고 있는 이론으로 모든 것의 이론(T.E.O:Theory of everything)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고도의 수학적 언어로 표현된 난해한 끈이론을 불교의 가장 심오하고 까다로운 화엄사상華嚴 思想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인 줄 알면서도 두 이론을 비교해봄으로써 끈이론과 화엄사상華嚴思想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더 나아가 끈이론이 추구할 방향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입니다. 이 난해하고 심오한 두 사상을 비교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으론 버거운 일이나 ,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시도해 보려고 하니 무리한 해석이나 부족한 부분은 무지의 소취로 생각 해주시고 이에 대한 여러분의 고견을 기다리겠습니다.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이란 무엇인가?
소립자의 정체는 진동하는 초미시超微視의 끈이고, 우리의 우주는10차원에서 탄생하여 이중에서 4차원이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나머지 6차원은 초미시 영역으로 수축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 초끈이론은 아인쉬타인이 꿈꾼 대통일이론(G.U.T)의 최종 후부로 가장 각광 받는 이론으로, 바로 진동하는 끈으로부터 은하. 별. 원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만들어졌고 근원의 네 가지 힘이 전달된다는 것이죠.
1970년대까지 입자 물리학은 물리학의 중심부에 자리 잡으면서 곧 통일장 이론(우주의 근본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이론)의 완성을 눈앞에 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초미세 영역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은 충돌을 일으켜 물리학자들을 곤경에 빠트리곤 하였죠. 이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난 해결사가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이었습니다.
1968년 베네치아노는 강력(핵 속의 양성자들을 묶는 힘)을 기술하는 수학이 200년 전의 오일러 -- 베타 함수라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였고 , 1970년 홀거 닐센 등은 의해 소립자를 하나의 진동하는 1차원 끈으로 간주했을 때 오일러 -- 베타 함수자체가 입자들의 상호 작용의 수학적 표현이라는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1984년 쉬바르트에 의해 끈이론 속에 4가지 힘과 모든 물질까지 포함된 다는 고무적인 사실이 밝혀지자 물리학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기존의 입자 물리학을 버리고 끈이론으로 모여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끈이론의 혁명기는 1995년 남부 켈리포니아 대학의 끈이론학회에서 불세출의 스타 에드워드 위튼이 역사적인 강연이 있으면서부터였는데, 이 혁명기를 거치면서 끈이론은 다섯 종류 형태의 이론으로 발전하였고 이 다섯 종류의 이론이 M이론의 지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제 끈이론은 M이론(T.E.O:Theory of everything)으로의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화엄사상(華嚴思想)과 의상(義相)의 법성계(法性界)
화엄사상華嚴思想에 대표적으로 나오는 표현이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입니다. 전체가 하나고 하나가 전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근원 알갱이인 소립자와 같고 이 소립자가 우주 전체와 같다는 이야기죠. 또, [일재 일체중一在一切中, 일체 재일중一切在一中] 표현은 [하나가 전체 속에 존재하는데, 전체가 그 하나 속에 존재한다.]라는 이야긴데요, 쉽게 [우주가 소립자 (근원 일갱이)로 되어있는데 그 소립자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는 표현으로 바꾸어 볼 수 있겠죠. 어떻게 볼 수도 없이 작은 알갱이인 소립자 속에 우주가 들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바로 이게 가능한 것이 화엄세계華嚴世界 입니다. 화엄세계華嚴世界는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상입상용相入相溶, 상호삼투相好渗透가 가능한 것입니다. 즉, 화엄세계華嚴世界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연화장의 세계蓮華藏世界이니, 바로 이세계가 M이론 (Theory of everything:초끈이론의 통합 이론)이 추구해야 할 10차원의 세계 (칼라비 -- 야우 공간)인 것입니다.
화엄사상華嚴思想은 중국을 거쳐 7C에 신라의 원효元曉.의상義相에 의해 크게 선양되었는데, 특히 의상은 부석사등 화엄 10찰을 창건하시고 화엄 화엄사상華嚴의 종지宗指를 널리 펴 해동화엄종海東華嚴宗의 개조開祖로 숭상받고 있습니다. 의상義相이 당나라에서 스승 지엄智嚴 하에서 화엄華嚴을 수학 할 때 꿈에 신인이 나타나 [네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저술하여 사람에게 베풀어 줌이 좋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이에 의상은 터득한 오묘한 경지를 대승장大承章 10권으로 묶어서 스승 지엄에 바쳤으나 뜻은 아름다우나 문사文飼가 오히려 번잡하다.]하였습니다.
이에 의상은 뜻을 고치어 바로 세우고 스승과 함께 불전에 나아가 그것을 불사르면서 [부처님의 뜻에 계합契合한다면 원컨대 타지말기를 바랍니다.]고 서원했습니다. 타고남은 210字를 얻어 다시 간절한 서원을 발하면서 210字를 다시 불길 속으로 던졌으나 마침내 210字중 한자도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본 지엄은 눈물을 흘리면서 칭찬하였는데, 의상은 글자를 연결하여 게偈가 되게 하려고 며칠 동안 문을 잠그고 명상과 참구로 노력한 결과 마침내 칠언절구七言絶句로 삼십구三十句를 이루니 삼관三觀이 오묘한 뜻을 포함하고 십현十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법성계法性界의 끈이론적 해석
법성계 삼십구三十句 중 앞 15句 우주론에 관한 부분을 이번 호에 게재하고 나머지 15句는 지면상 다음 호에 게재하려고 합니다. 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목표점을 향해 항해하는 중인 이론이니 끈이론과 법성계를 직접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보다 이미 완성된 법성계의 의미를 끈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합니다.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원문 순서에 관계없이 기본이 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원문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간과 공간
無量遠劫卽一念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일념이요
一念卽是無量劫
일념이 곧 끝이 없는 겁이어라
九世十世互相卽
구세 십세가 서로서로 섞였으되
仍不雜亂隔別成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뤘어라
아인쉬타인은 절대 시간 (누가 어떤 환경에서 관찰하더라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의 개념을 깨뜨리고 시간은 관찰자의 주어진 환경에 따라 흐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대론적 시간 개념을 도입했었죠. 더 나아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이 공간이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묶여 시간 -- 공간 4차원 세계 (선:1차원,면:2차원,공간:3차원,시공간:4차원)를 이루고 중력 자체가 시-공간 그 자체이며 중력이 강한 곳은 시공간 이 휘게 되고, 극단적으로 질량이 밀집된 곳은 시공간 자체가 극도로 휘게 되어 빛마저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 Black hole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견했습니다.
그 당시(1910년) 폴란드의 수학자 칼루자 Theodor Kalu-za는 4차원 세계가 아닌 다차원 세계에서 맥스웰의 전자기력과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통합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 아니라 기존이 3차원에 여러 차원이 더 있고, 그 나머지 차원이 아주 작게 축소되어 우리의 눈에는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그림은 시공간이 6차원이 가정했을 때 나머지 두 차원이 기존의 3차원 공간에 아주 작게 축소 되어있는 모습을 대표적으로 몇 군데만 그린 것입니다.(실은 모든 부분에 꽉 차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갈루자의 생각은 10차원 세계(공간이 9차원 +시간 1차원)발전하고 ,1984년 엔드류 스트로밍거Anddrew Strominger등에 의해 공간의 나머지 6차원 도형의 해를 구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칼라비-야우 공간Calabi--Yau Space이라 이름 붙였죠. 이 칼라비 -- 야우 공간이 시공간의 좁은 영역에 축소되어 우리 눈에는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공간 9차원에 시간 1차원이 결합된 9+1체제가 연구결과 가장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단테는 아홉 구의 세계를 두루 여행하며 아홉 구의 천사 들을 만나는데 이들 구너머 최고천最高天이라 불리는 하나의 점이 있는데, 이곳에 신이 거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시대의 피타고라스학파나 유태교의 신비주의 카바라에도 10(9+1)을 가장 신성한 수로 여기고 있죠. 카발라의 전설에 따르면 천지창조 때 9개의 동심구가 있었는데 우주가 수축하면서 하나의 점으로 모여 들었다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 [九世十世互相卽 구세 십세가 서로서로 섞였으되 仍不雜亂隔別成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뤘어라] 부분을 살펴볼까요. 어때요, 한 눈에 알아봤죠!!! 그렇습니다. 공간 이 九世요 시간 1차원을 더하면 十世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섞였으되 잡란하지 않고 따로따로 이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자, 여러분 잠시 아래 그림을 보시죠. 10차원을 상상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에 4차원으로 축소시켰습니다.
기관차가 잡란하게 꼬인 경로를 가고 있지만 시공간을 따라 가면 결코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칼라비-야우공간(10차원 시공간)이라면 더욱 잡란하겠죠. 그러나 기관차 칼라비-야우공간을 따라 가면 복잡한 미로처럼 보이지만 결코 충돌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仍不雜亂隔別成 인 것입니다. 자, 여러분! 이 시대의 최고의 과학자(끈이론 이후로는 과학이 수학을 선도하고 있음)도 생각하기 힘들다는 [仍不雜亂隔別成 의 칼라비-야우 공간]을 상상해보시죠!!! 그런데 시간은 [無量遠劫卽一念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일념이요 一念卽是無量劫 일념이 곧 끝이 없는 겁이어라]라는 것입니다. [무한한 시간이 한 순간과 같고, 한 순간 역시 무한한 시간이다.]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시간 대신 겁劫을 순간대신 일념一念이란 표현을 썼을까요?
사람이 태어났다 죽으면 일생一生을 살았다 하고 우주가 탄생했다 소멸하면 일겁一迲이 지났다 하는데, 겁迲속엔 시간의 방향성과 순환성을 포함하고 있어요. 즉, 시간은 아침에서 저녁을 향해 흐르지만 다음날 아침으로 다시 돌아오잖아요. 이렇게 하루가 또 하루가, 또 다른 하루가 누적되면 1년이, 그 1년이 계속 누적 되다보면 겁이 되는데, 그 겁이 모여 무량겁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화엄경 수명품壽命品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한 겁은 안락 세계 아미타 부처님의 하루요, 그 안락 세계의 일겁은 성복당 세계의 금강 부처님의 하루요, 그 성복당 세계의 일겁은 불퇴전음성륜부처님의 하루요. 이와 같이 백만 아승지 세계를 지나 최후 세계의 한 겁은 저 승련화 세계에 있는 현수 보살의 하루인데, 여러 큰 보살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중세기독교 신비주의 수비학數秘學에서도 무한대에 관한 논의는 중요한 역학을 했는데, [하나의 바늘끝(최후의 무한)에서 얼마나 많은 천사가 춤을 추고 있을까? ]등의 논의가 그것이죠.
그렇습니다. 최후의 무한은 1점 일념一念이요, 한생각一念으로 우주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 한마음으로 우주를 안아볼까요.그렇다면 우리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호에 우주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 글 | 조현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지구 물리 전공) EBS-TV에서 물리,화학, 생물, 지구과학등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는 과학강사이다.
서양의 과학이론들이 동양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