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수학을 '미' 받고 부산대학교 기계 공학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 수학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이다.
나는 아직도 루트 안에 들어간 x 제곱을
적분할 수 없고, 삼각함수의 2배각 공식을 외우지 못
하며, 공간도형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명예를 위해 과외를 자제하고 있
다.
1학년때는 과외를 한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과외 전단지 붙이면서 '부산대학교 전액
장학생' 이란 말을 썼었다.
나는,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부산대학교(다니면서 학고 받았지만) 전액 장학생
(을 꿈꾸는 학생)' 이라고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A4 지에 쓰기에는 칸이 모자랐다 -_-;
나름대로 과감한 생략을 시도한 문장이었다.
나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술과 애인의 선물을
위해 힘들게 과외를 하고 계시는 학우들을 위해
'모르는문제나왔을때의대처법'을 알려드린다.
부디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모르는 문제가 돌출했을때 가장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굴이 벌개진다거나 거친숨소리를 낸다거나 손을 떤
다거나..
학생이 알아챌수 있는 그 어떤 몸짓도 보여줘선 안된
다.
그저 당당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제 1원칙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각 전문가들의 방법을 살펴보
도록 하자.
1.나 물조 선생..
@경력 - 2년.
@전문교과목 - 체육,도덕,성교육.
@주요업적 - 1995년. 당시 반에서 10등 정도하던 학생
을 맡아 30등으로 떨어뜨린 신화가 있음.
(11등 하던 학생 엄마에게 매수되었다는 설이 유력
함.)
이분은 그 어떤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비장의 한마디..그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 물좀 줘.."
학생이 물을뜨러 간사이..
나물조 선생은 놀라운 스피드로 옆에 있던 답안지를
훑어 본다.
# 평가 #
이 방법은 일정시간동안 자유롭게 답지를 참고(?) 할
수 있다는 상당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부엌이 방과 가까운 집에서는 사용할수 없고,
잘못하다가는 한시간 동안 1리터 이상의 물을 먹을 위
험성도 있다.
배가 큰사람에게 어울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최대약점은 학생이 세숫대야만한 대접에 물
을 떠오거나 옆에 물주전자를 가져다 놓을 경우 대처
할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2.허 풍선 선생..
@경력 - 3년 6개월
@전문교과목 - 교련,사회과부도
@주요업적 - 주로 국민학교학생을 담당하며 경력을 쌓
음.
산수에 강하며 특히 나무 젓가락을 이용한
덧셈,뺄셈 교육에서는 따를자가 없다고함.
허 풍선 선생의 생명은 이름 그대로 허풍에 있다.
자신은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허풍이 젤 중요한
것이다.
그는 수업전에 그날 풀 문제들을 훑어보고 모르는 문
제를 가려낸다.
학생이 그 문제를 풀때.. 그도 같이 연습장에 푸는척
을 한다.
(이때, 식을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푸는척을 하면 효과
가 크다.)
조금 후.. 학생이 버벅거리고 있을때 그가 말한다.
"음..정답이 나왔는데..음.. 어디 한번 답지와 비교
해 볼까?"
(이때..약간은 건방진듯하고 자신에 찬 말투가 중요하
다.)
재빨리 답지를 살펴본다.
# 평가 #
물 떠오는 것과는 달리 답지를 오래 볼수가 없다.
그러므로 글을 빨리읽는 노력이 필요하고 핵심만을 보
는 능력도 길러야한다.
주의 할 점으로는 답지를 집어들때 계속 위와 같은
대사만을 말할경우 학생도 눈치를 채기 때문에 여러가
지 대사를 개발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ex)
"음..답지에는 다르게 푸는 방법이 있나?"
"이렇게 쉽게 풀릴리가 없는데?"
"답지에 뭐가 묻었잖아.."
등등의 말을 하며 답지를 집어드는 센스가 필요하다.
3.김 화내 선생..
@경력 - 1년 2개월
@전문교과목 - 가정,베트남어.
@주요업적 -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유명하다. 예습을
안해온 학생에게는 가차없이 '뽀카뽀카'와
'허벅다리 후리는 척하며 중간다리 후려치기'를 선사
한다.
김 화내 선생은 아주 조용하신 분이다. 평소엔 거의
말이 없으시다.
그러나.. 자신이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때는 막 화를
내는 거시다.
학생: " 저 선생님..이 3번문제 모르겠는데요.."
문제를 보신 김화내선생.. 자신도 모르는 문제여따.
그러나 오히려 화를 내는 놀라운 뻔뻔함..
"야..이것도 모르냐? 엉? 공부를 하는거야 마는거
야??
짜식말야.. 다음 시간까지 다시 풀어와!"
사실 과외선생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가르치면 밖에서
듣는 부모님들은 상당히 맘 든든해 한다.
이렇듯 김화내 선생은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고 답을
알아올수 있는 시간도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
는 것이다.
가장 치사한 방법이라 하겠다.
# 평가 #
다음 시간까지도 학생이 못풀었는데,
이젠 안다고 화를 내지 않고 그냥 풀어주는 실수를 범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학생도 눈치가 있다.
한번 화를 내고 나서 알아온 답을 가르쳐 주도록 해야
한다.
모르는 문제가 계속 나올 경우 계속 다음 시간으로 미
루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학생은 바보가 아니다.
이럴 경우
"야..이 자식아. 오늘 다 때려치워.. 다음 시간까지
다시 다 풀어와.!"
라고 말하며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인상이 험악한 선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4.박 다식 선생..
@경력 - 2년
@전문교과목 - 유체 역학,공업수학..등 과외와 아무관
계없는 학문들..
@주요업적 - 중학교 물상에 열역학과 고체역학을 접목
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주로 상위권 학생을 맡는데 10
등 정도는 가뿐히 떨어뜨림.
박다식 선생은 모르는 문제를 아주 획기적인 방법으
로 넘어간다.
학생이 모르는 고차원적인 설명으로 학생을 농락하는
것이다.
학생: "선생님..이 피타고라스의 정리 문제 모르겠는
데요.."
문제를 본 박선생. 등엔 식은땀이 흘렀지만 절대 당황
하지 않는다.
그의 책엔 이미 문제의 번호옆에 깨알같은 글씨로 답
이 적혀있다.
"음..이건 말야.. 케플러의 제3법칙을 통해 구할수 있
어..음.. 때론 아보가드로의 법칙이나 돌턴의 원자설
을 이용해 구하기도 하지..
식을 써보면..엑스는 알파의 제곱 더하기 파이 알 제
곱 이니까.. 여기서 파이는 3.14 음..그러니까 원자설
에 대입해보면.. 원자는 더 이상쪼개지지 않으니까..
답은 4번이 되는거야."
중간에 한말들은 그 자신도 모르는 것들이다.
그저 적어온 답을 말하기 위해 그는 주워들은 얘기들
을 떠벌린다.
# 평가 #
일단 유식해 보이므로 학생으로 부터 의심받을 가능성
은 조금 적다.
그러나 너무 택도 아닌 말을 늘어놓으면 위험하다.
전에 박선생은 삼각형 넓이 구하는 문제에 '머피의 법
칙'을 적용 했다가 개피 볼뻔 한 적이 있다.
또하나..
학생이 모르는 식을 적용시켜야 하므로 어느정도 학습
이 필요하다.
캐플러의 법칙이나 뉴턴의 법칙은 좋은 핑계감이다.
실제로 박선생이 가르치는 학생은 케플러의 제 1법칙
이 원둘레 구하는 법칙인줄 알고 있다.
이 방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이 고등학교로 진학
해 케플러의 법칙을 배우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케플러 제2법칙으로 사각형의 넓이를 구해왔던
학생이 순 뽀로꾸 식이란걸 알고는 칼을 들고 박선생
을 방문했었다.
이렇게 몇몇 전문가의 방법을 살펴 보았다.
자료는 빈약하지만 과외를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조사에 협조해 주신 나물조선생,허풍선선생,김화내선
생,박다식선생 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