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금지법
우리 고유 명절만 되면 포털사이트나 SNS 등 온라인에서 늘 인기를 끄는 키워드가 있다. ‘제사상 차리는 법’ ‘지방 쓴느 법’ ‘제사 음식 레시피’ 등이 그것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명절 문화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제사와 차례 관련 검색어다. 하지만 최근들어 사람들이 명절을 기피하는 이유로 제사와 차례가 뽑히면서, 머지않아 이같은 명절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명절 문화가 익숙한 기성세대와는 달리, 요즘 세대는 절차도 복잡하고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며 가족 간 갈등도 유발한다는 점에서 명절 문화를 기피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그렇다.
이처럼 문화는 변한다. 사람들의 성장 배경이나 가치관, 시대적 상황, 주변 환경 등이 계속 바뀌면서 기존 문화의 ‘유효기간’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거나 기존 문화가 변형될 수 있고, 때로는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지배 계층과 양반의 무능과 탐욕을 해학적 풍자를 통해 비판한 ‘탈춤 문화’는 근대에 접어들면서 사라졌다. 라디오와 신문 등 통신 기술이 발달해 더이상 광장으로 직접 나가지 않고도 비판할 수 있게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개 식용 문제도 ‘문화 변동’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 몇몇은 예로부터 흔히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개를 먹는 것이 다른 가축을 먹는 것보다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였던 탓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소를 잡아 먹는 건 불가능했다. 돼지는 키우는 데 사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비효율적이었다. 닭은 달걀을 위해 살려놓아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 번식력이 뛰어나고 잡식성을 가지며, 키우기도 쉬운 개가 식용이 된 배경이다. 육류 섭취가 부족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개고기는 필수였던 셈이다. 반면 현대 들어와 개는 사람들의 반려이자 친구, 더 나아가 파트너가 됐다.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인구만 1600만 명에 달할 뿐 아니라 개가 시각장애인의 보호견, 탐지견, 경찰견 등의 역할도 맡고 있어서다. 이렇게 시대적 상황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했고 자연스레 개식용 문화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식용 문화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가운데 이른바 ‘개식용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유통, 판매시 처벌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이 ‘스스로 변동하는’ 문화에 인위적이고 우악스럽게 개입한 것이다. 법은 사라지는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에만 문화에 개입해야 한다. 문화를 없애기 위해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호에 따라 음식을 선택할 권리나 개인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사라지는 제사와 차례 등 명절 문화를 지키고자 한다면 무형 문화재로 등극시키는 등 법적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반면 명절 문화의 폐해가 극심하다고 해서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개식용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는 자연스레 변한다.
첫댓글 1. '문화'의 변화라는 키워드로 전개한 점이 통일성이 있어 좋았습니다.
2. 작은 피드백인데, 2문단 첫문장을 두번째 문장으로 바로 쓰시는 건 어떨지 제안드립니다.
3. 문단 구성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1~2문단 모두 우리나라의 문화가 변화되고 있는 과정을 설명하는 기능을 합니다. 하나로 묶는것이 어떨까요?
4. 마지막 문단이 마무리하는 위치에 있는 것치고는 신선한 주장이 들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법은 사라지는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에만 문화에 개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신선하고 글쓴이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법과 문화와의 연관성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글이 될 것 같아요. 문화재보호법 총칙에 "이 법은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1) 1문단 마지막 문장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그렇다.'는 삭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동의할 만한 주장이니 굳이 설문의 결과까지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2) 문화 변동이라는 키워드가 명확히 짚어진 게 좋았습니다!
3) 3문단, "이같은 상황에 번식력이 뛰어나고 잡식성을 가지며, 키우기도 쉬운 개가 식용이 된 배경이다." < 이 문장이 어색하게 읽힙니다. "이같은 상황에" 부분을 아예 지워도 될 것 같습니다.
4) 마지막 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문화는 자연스레 변한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사실 이 문장은 전체 글을 통틀어 여러번 반복된 문장입니다. 더 효과적인 마지막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 드립니다.
5) 잘 읽히고 깔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화변동, 개고기 식문화 등에 대한 설명이 1-3문단에 이어지고 논제에서 말하는 '개 식용 금지법'은 4문단에만 등장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앞부분을 조금 더 줄이더라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식용금지법 이야기와 관련된 근거가 더 풍부하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1. '문화 변동'을 이야기하는 데 글의 절반을 할애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논술이 아니라 인상비평 혹은 작문처럼 읽혔습니다.
2. 개 식용 반대 논거로 제시한 것이 '문화 변화'와 '기본권 침해'인데, 전자에 비해 후자의 논증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4문단에서 '법은 사라지는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에만 문화에 개입해야 한다.'라는 논제에서 다소 벗어난 주장을 했고, 그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대고 있지 않습니다.
4. 호빈님 글쓰기의 장점이 잘 살려지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1- 늘 깔끔하고 잘 읽히는 글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편하게 잘 읽혀서 좋았습니다!
2- 3문단 내내 사라지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니 개식용금지법 역시 필요하다고 쓰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4문단에서 반전이 되더군요!
‘법이 문화를 없애기 위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글의 핵심인 만큼 1문단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해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과 문화의 관계에 대한 이론이나 개념이 있다면 가져와서 써보는 걸 제안드려 봅니다! 문화 관련 내용은 두 문단으로 줄여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3- 2문단의 첫 문장 ‘문화는 변한다.’는 문장이 조금 심심하게 읽혀서 첫 문장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유효기간’을 강조하고 싶다면 ‘문화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첫 문장을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