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 / 명영덕
작년 10월말 경 서울에 있는 법원으로부터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모 법정관리회사의 CRO(기업구조조정임원)로 선임 통보를 받았다.
목동에 있는 집에서는 너무 멀다. 편도 약 105킬로미터로 왕복 210킬로미터이다. 내가 젊었다면 이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2막을 사는 지금 감지덕지 할 따름이다. 내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우선 당장 내가 출근할 곳이 있는 거고 다소 경제적인 것도 도움이 되니 일거양득이다.
인생1막을 끝낸 사람들이 출근할 곳이 없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고충과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은 더욱 이중고를 겪는다.
나는 늘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 천안으로의 출퇴근을 굉장히 즐겁게 생각한다. 우선 일이 바쁘지 않기 때문에 주 3일만 출근하기로 하였고 바쁜 일이 생기면 추가로 출근하기로 하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집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몇 번씩 갈아타야 하기도 하지만 직장근처에 가까운 역이 없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월, 수, 금요일 출퇴근하기로 하고 적어도 2시간이면 목동에서 직장까지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집에서 7시에 출발하면 9시전에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 30분정도 더 걸렸다. 출발시간을 조정해서 지금은 6시 40분경에 집을 나서니 길이 막히는 서부간선도로와 신갈근처의 정체를 잘 피하게 되어 도리어 30분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그렇다고 30분을 늦출 수도 없기 때문에 일찍 나올 수밖에 없다.
집에서 일찍 출발해서 안 막히는 길은 가는 데까지 가다가 경부선 안성 근처의 남사 졸음휴게소에 들러서 20~40분 쉬면서 시간을 조정하다가 항상 9시 5~10분전에 회사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다.
가뜩이나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건 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요즈음은 많이 막히는 금요일대신 목요일에 출근하는 것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월, 수, 목요일로 출근하는데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다.
나는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 빨리 달린다고 사고가 난다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에 적당히 달려주고 그 대신 달리는 속도에 맞는 차간거리는 반드시 유지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거리는 확보하고 달린다.
내가 출근하는 경로는 목동에서 서부간선도로로 해서 서 서울IC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신갈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바꾸어 타고 가다가 안성IC에서 서평택~제천간 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타고 조금 가다가 남안성IC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나가서 약 10분간 달리면 내 일터가 나온다. 항상 서부간선도로와 조암근처, 신갈IC근처에서 정체가 거의 늘 있고 정체구간만 상황에 따라 길거나 짧거나 한다.
처음 출퇴근 시에는 허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요즈음은 체력적으로도 견딜 만하다. 오고가는 4~6시간 사이에 나는 시각적으로 즐겁게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청각적으로는 라디오를 틀어 뉴스도 듣고 토론도 듣고 음악도 듣고 충분히 소리를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운전도 내가 좋아하는 터라 드라이브로 취미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회사에서 통행료나 기름 값은 실비정산 해주어 경제적인 부담도 없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2013년 서울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장거리 출퇴근은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행복지수도 낮다고 하였으나 나는 예외인거 같다. 운전 자체를 즐기고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즐기고 있으니 오히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사람은 어떠한 환경이 닥쳐도 극복할 능력이 있다. 특히 살아가는 생활은 그렇다. 일 자체를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직원들과 저녁에 술 한 잔하기 어렵고 서울에서 지인들과 만나는 것이 많이 뜸해 졌다. 덕분에 지갑에 돈 나가는 것도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좋은 건만은 아니겠지만?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