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족보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일이 발생하였다. 알렉스 헤일리가 소설<뿌리>를 써서 화제가 되면서부터이다. 그는 흑인 노예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끈질긴 조사와 천신만고 끝에 7대에 걸친 조상의 비극을 파헤치고 드디어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뿌리의 근원을 찾게 된다는 실화라는 것이다. 소설 <뿌리>는 하루에 60000부씩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티비 영화 <뿌리>로 말미암아 정적에 잠겼다고 한다.
작가 알렉스 헤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노예라는 제도를 적당히 덮고 지내고 있었다. 누구도 그 문제를 파헤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이것을 종식시킬 때가 왔으며 이 책은 그것을 위해 공헌할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것을 보상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흑인들의 자존심을 불러일으키는 구명부대가 되어지기를 희망한다."
1750년 고요와 평화의 마을 감비아의 한 부락에 사는 한 소년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백인들에게 납치되어 바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 버지니아 농장으로 팔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노예생활을 하며 몇 번이나 탈출을 기도했지만 실패했고 마침내 발목을 잘리우는 형벌을 받았다.그의 딸은 다른 백인에게 팔려가 능욕을 당하고, 또 그들은 그렇게 노예로 적응하며 살아왔다는 비극적 체험들이 생생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는 이 단절의 세대에서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깨우쳐주는 일대 혁명적 도전으로 취급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뿌리>의 선풍적 인기는 이제 흑인 뿐만 아니라 백인들에게도 파급되어 이백년이라는 짧은 미국역사에 족보찾기 운동을 전개시켰고, 그것은 옆나라인 캐나다에 까지 확산되는 일이 일어났다.그래서 미국에서는 도서관에 비치된 족보학 자료들이 불티나게 열람되고 그들의 조상들을 취급한 책들이 몇 판씩 거듭 출판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각급 학교에 족보학(계보학)이라는 새로운 강좌가 속속 신설되었고, 족보학 강의실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것은 물질적 성장을 추구해 온 그들의 이백년 역사를 반성하고, 정신적 근원을 향한 오랜 갈증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조상이 비록 명예로운 과거가 아니더라도 찾아내려는것이다. 스스로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에 줄기를 이어보려는 노력으로 만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