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골고루 욕을 얻어먹은 <진주만> 이후, 벤 애플렉은 자신의 살 길이 블록버스터보다는 메이저 영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핸섬 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2002년은 블록버스터 스타로서의 벤 애플렉의 줏가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한 해였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의 히트 프랜차이즈인 존 그리샴의 ‘잭 라이언’ 시리즈에서 4대 잭 라이언으로 출연한 그는 <썸 오브 올 피어스>를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 놓으며 흥행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이후 사무엘 L. 잭슨과의 <체인징 레인스>는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고, 연타를 날린 벤 애플렉의 줏가 역시 급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2003년 2월 폭스의 SF영화인 <데어데빌>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수퍼 히어로 영화인 <데어데빌>은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면서, 벤 애플렉의 가치가 케빈 스미스 류의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 나름의 상품성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하지만 2002년 그의 이름이 TV와 타블로이드 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캐리어 상의 성공만이 아니었다. 2002년 벤 애플렉에게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여자 친구 제이 로와의 요란스러운 로맨스다. 작년 전격적으로 교제 사실을 발표한 이들 커플은 잊을만 하면 뉴스 거리를 제공하는 최고의 커플로 올 여름 결혼설이 등장할 정도. 파이팅, 대머리 벤.
George Clooney(조지 클루니)
어떤 영화에 출연해도, 영화 자체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섹시함만이 둥둥 떠다니던 조지 클루니에게 2002년은 무엇보다도 ‘영화인’으로서 인정받았던 한 해 였다. 비록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스티븐 소더버그와 함께 설립한 영화제를 통해 공동 제작을 맡기도 한 영화 <웰컴 투 콜린우드>가 조용히 호응을 얻었다. 한편 연말에 개봉한 스티븐 솔라리스의 리메이크 <솔라리스>는 흥행 스타로서보다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2년 조지 클루니의 영화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감독 데뷔전이다. 샘 록웰, 줄리아 로버츠, 드류 배리모어, 룻거 하우어 등 쟁쟁한 ‘동료’들을 포진시킨 데뷔작 <위험한 마음의 고백>은 작년 연말 소규모로 개봉되어 평론가들의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2003년 클루니는 여전히 황금빛 캐리어를 추가할 예정이다. 우선 캐서린 제타 존스와 함께 출연하는 코엔 형제의 <참을 수 없는 잔인함>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2004년 개봉 예정으로 진행중인 <오션스 트웰브> 역시 전편에 이어 성공조짐을 미리 보이고 있는 차기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팬들이 클루니에게 끊이지 않고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할리웃 최고의 싱글 가이인 그가 과연 어떤 여성을 아내로 낙점할 것인지 아직도 불투명하기 때문.
Danzel Washington(덴젤 워싱턴)
비교적 성공적인 감독 데뷔전을 치룬 배우는 조지 클루니뿐이 아니다. 흑인 남자배우로서는 두 번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2002년을 화려하게 시작했던 블랙 뷰티 덴젤 워싱턴은 조지 클루니의 <위험한 마음의 고백>과 유사한 시기에 감독 데뷔작인 <앤트원 피셔>를 발표했다. 소니 스튜디오의 경비원이었던 실존 인물 피셔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인 <앤트원 피셔>는 덴젤 워싱턴에게 열광하는 미국 현지의 분위기로 인해 강력한 오스카 후보로 지명되는 오버 액션까지 유도하기도 했다. 비록 데뷔작으로 오스카 후보 지명에 이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일단 배우의 감독 데뷔에 그다지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비해 덴젤 워싱턴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차기작으로는 칼 프랭클린의 2천만 불짜리 스릴러 <아웃 오브 타임>이 기다리고 있다.
Tobey Maguire(토비 맥과이어)
동년배의 젊은 스타들에 비해 토비 맥과이어의 성공 스토리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사실 맥과이어는 <사이더 하우스> <원더 보이스> 등을 통해 빅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왔다. 그리고 2002년, 거미인간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맥과이어는 분명 작년 가장 활발한 성장을 보인 스타 중의 하나다. 일단 <스파이더 맨>을 작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확실히’ 올려 놓은 그는 올해 다시 원래대로 작은 영화들에서 모습을 보일 조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귀향은 오래 가지 않을 듯. 2004년 <스파이더 맨>의 속편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Eminem(에미넴)
랩의 황제 에미넴에게 2002년은 또 하나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 해 였다. 커티스 핸슨의 에미넴 자서전 격 영화인 <8마일>은 데뷔 첫 주말 1위로 데뷔하여 놀라운 흥행 성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에미넴은 영화와 앨범 모두를 각각의 차트에서 1위에 올려 놓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방면에서 에미넴 이전에 같은 기록을 가지고 있던 엔터테이너는 <웨딩 플래너>와 J.Lo를 동시에 1위에 올린 제니퍼 로페즈였다) 2002년의 행운은 2003년에도 이어졌으니, 지난 22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보기 좋게 최고의 랩 앨범 상을 수상하고 그 여세를 몰아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상을 노리고 있다.
Jennifer Lopez(제니퍼 로페즈)
브롱크스 출신의 제니는 2002년에도 바쁘디 바쁜 한해를 보냈다.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인,솔직히 말하면 이제 좀 그만 조용히 있었으면 하는, 그녀는 벤 애플렉과의 로맨스를 뉴스 거리화하는데만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새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비록 <이너프> 같은 출연작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 <러브 인 맨하탄>은 데뷔 첫 주말 1위를 차지하면서 제니에게 기분 좋은 연말을 선사했다. 이미 <웨딩 플래너>로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는 강자임을 입증한 그녀는 올해부터 조금 다른 캐리어를 시도해 볼 조짐이다. 우선 마틴 브레스트의 스릴러 액션인 <기글리>에서는 현실의 연인 벤 애플렉과 함께 출연할 예정. 그 외에도 케빈 스미스의 코미디 <저지 걸>과 라세 할스트롬의 드라마 <끝나지 않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 로맨틱 히로인에서 진정한 배우로의 변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차라리 제이 로의 연애담은 신문이나 TV 말고 단지 스크린에서만 보고 싶다.
Leese Witherspoon(리즈 위더스푼)
2002년 전에도 리즈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잘 생긴 남편 라이언 필립과 사랑스러운 아이. 그러나 26살의 이 똑순이 배우에게는 조금 더 화려한 캐리어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재작년 <금발이 너무해>로 흥행스타 대열에 올라 선 리즈는 작년 9월 <스위트 알라바마>를 통해 스튜디오에 1억불 이상의 수익을 안겨 준 대박 중의 대박 여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하게 해 냈다. 21세기 할리웃의 ‘잇 걸 It Girl’ (1927년 <잇 It>이라는 영화를 통해 할리웃 최고의 섹스 심볼로 떠오른 클라라 보우로부터 유래된 표현)로 톡톡하게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올해 <금발이 너무해 2>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로 1천 5백만 불의 개런티를 챙기며 A급 리스트에 오른 그녀지만, 동시에 리즈는 저예산의 소규모 영화를 등한시하지 않는 지혜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소규모로 개봉된 <정직하다는 것의 소중함>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으로 분한 리즈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돈도 벌고, 인정도 받고, 잘생긴 남편에 토끼 같은 아이들까지, 정말 금발이 너무하다.
Sandra Bullock(산드라 블록)
이제 조금 있으면 마흔을 바라보는 산드라 불록의 캐리어는 사실 2-3년 전만 해도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2001년 <미스 에이전트>의 성공으로 산드라는 완전히 할리웃의 리딩 스타로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 2002년은 이러한 산드라의 재도약에 탄탄한 바탕을 만들어 준 한해로 기록될 만 하다. 바벳 슈로더의 스릴러인 <머더 바이 넘버스>는 평단이나 흥행 면에서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애쉴리 저드 등과 함께 출연한 워너 브러더스의 여성용 영화인 <신나는 자매의 신성한 비밀> 역시 평단으로부터는 악평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지만, 적어도 여성 관객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여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산드라의 2002년을 가장 밝혀준 영화는 로맨틱 가이 휴 그랜트와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였다. 연말 시즌을 공략한 이 영화는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수위에 머무르면서 로맨틱 히로인으로서의 산드라 불록의 힘을 여지없이 증명해 주었다. 2003년의 산드라는 <미스 에이전트>에서 <투 윅스 노티스>까지 현재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인 감독/시나리오 작가 마크 로렌스와 다시 손을 잡아 <3시 30분 정각>이라는 또 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일 예정이다.
Renee Zelweger(르네 젤위거)
2001년 작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르네 젤위거의 2002년은 다소 조용해 보였다. 미셸 파이퍼 등과 함께 출연한 여성영화인 <화이트 올리앤더>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패를 했다. 대신 그녀에게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격한 통제를 통해 거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았던 연말 대작 <시카고>는 온갖 소문을 뿌리며 그녀를 기다리는 관객의 애를 태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뚱보 브리짓의 모습을 지워버리지 못해 그녀의 록시를 우려하던 관객들은 브리짓 대신 마릴린 몬로와 캐롤 롬바드를 다시 만나는 짜릿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을 정도. 할리웃의 실버 레전드들이 보여준 자태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는 젤위거는 섬세한 연기와 가무라는 플러스 알파를 더해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Nicole Kidman(니콜 키드만)
2002년을 다소 조용하게 보냈던 것은 <물랑 루즈>의 스타 니콜 키드먼 역시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여인으로 분한 저예산 영화 <생일용 여자>는 심드렁한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스티븐 달드리의 문제작 <디 아워스>를 통해 니콜 키드먼은 현재 할리웃에서 활동중인 30대 중반 여배우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미모로 대변되던 그녀는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고무를 붙여가며 버지니아 울프를 소화해 냈고,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막강한 수상 유력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니콜 키드만은 헐리웃의 감독들이 캐스팅하기를 원하는 여배우 리스트 0순위에 위치해 있다. 안소니 밍겔라의 에픽 <콜드 마운틴>과 바즈 루어만의 대작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에 이르기까지, 니콜의 차기 라인업은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전성기를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불쌍한 톰.
Jullianne Moore(줄리안 무어)
2002년 니콜 키드만이 드디어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면, 2002년 줄리안 무어는 익히 인정되어 온 연기력이 드디어 그 합당한 대접을 받게 된 한 해였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에서 <디 아워스>까지, 줄리안 무어는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얻은 여우주연상의 영광은 골든 글로브에 와서 주춤했지만, 오스카는 그녀의 능력을 충분히 간파했다. <파 프롬 헤븐>으로 여우주연상, <디 아워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려 놓은 그녀는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작년 연기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의 여배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