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의 폐에 새겨진 검은 얼룩
[나의 노동기] ‘빵과 장미’의 권리
기사입력 2025/11/05 [10:12]
이애경
<일다>기사원문
https://www.ildaro.com/10312
처음에는 이 일이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라 여겼다. 사실 나는 십수 년째 새벽에 출근해 건물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으면서도, 나 자신이 청소노동자라는 사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전문 직종으로 인정받고 미래가 보장되거나 자아실현에 이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선호되지 않는 선택을 한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청소노동자의 일이 비록 사회에서 ‘하급 노동’으로 여겨질지라도, 나는 내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가족을 부양해온 떳떳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소 노동 환경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폐 사진
그런데, 몇 해 전에 폐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심히 넘겨왔던 나는, 의사가 보여주는 폐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폐는 내가 지나온 청소 노동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폐 한쪽과 기관지, 림프절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여러 달 극심한 통증과 무력감을 느꼈다. 지켜보는 가족들도 많이 자책하며 함께 아파했다. 퇴원하고 몸을 추스르는 동안, 나는 노동 현장에서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청소용품과 권장된 세제 사용량만으로는 낡고 오염된 공간을 닦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권장 사용량을 훨씬 초과해 사용하게 되었고, 그것도 부족하면 개인적으로 세정력이 더 강하고 그만큼 인체에 더 유해한 세제를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다.
석면이 철거되는 현장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치명적인 염소 기체를 과량 흡입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순간들도 떠올랐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대학교이다. 교수들의 퇴직 시기나 학생들의 개강이 시작되면, 감당하기 힘든 양의 책과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몸에 무리가 가는 날들이 쌓였다. 근골격계 통증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서 무리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 무지한 동료들의 개입에 의해서도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을’들을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경쟁시키며 관리한다. 중간 관리자들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갑질을 한다. 사람들은 그런 관리자들을 미워하면서도, 나쁜 것을 보고 배워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헐뜯고 이용하며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서열 싸움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출처: 대학 청소노동자의 폐에 새겨진 검은 얼룩 - 일다 - https://www.ildaro.com/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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