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첫 정기산행으로 폭설이 내리는 백두대간 선자령을 다녀왔다!

[雲峰]

<2020년 1월 19일>

애초 '주차장 -(0.5km)→ 대관령 -(2.3km)→ 전망대 -(1km)→ 새봉 -(1.7km)→ 선자령 -(0.8km)→ 한일 목장 오거리 -(1.2km)→ 제궁길 삼거리 -(1.3km)→ 양떼목장 울타리 -(1.5km)→ 주차장'의 10.3km, 3시간 30분 코스의 환종주를 할 예정이었다.

1

선자령[仙子嶺]

높이: 1,158m

위치: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구름도 쉬어 간다는 대관령. 고개 너머 동쪽이 강릉, 서쪽이 평창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 3월 초까지도 적설량이 1m가 넘는다. 대관령의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라는 겨울 산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높지만,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 차 317m를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여 가족 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정상에 올라서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 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주 능선 서편 일대는 짧게 자란 억새가 초원 지대를 이루고 있지만, 동쪽 지능선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다.

고개에서 등반을 시작하는 1,000m 이상 되는 산행지로 전국에 계방산(운두령,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1,577ｍ), 조령산(이화령, 경북 문경시 문경읍 1,017ｍ), 노인봉(진고개,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1,338ｍ), 함백산(만항재, 강원도 태백시 1,572ｍ), 백덕산(문재,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1,350ｍ), 소백산(죽령, 경북 영주시 풍기읍 1,440ｍ), 태백산 유일사 코스(화방재, 강원도 태백시 1,567ｍ) 등이 손꼽힌다. 이들 산은 1,000m 이상이지만 표고 차가 적어 산행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인기 명산[75위]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대관령 능선에 있는 선자령은 고개라기보다 하나의 봉우리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 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내린 눈이 세찬 바람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태백산, 계방산, 백덕산과 함께 강원지역의 대표적인 겨울 눈 산행의 명소이다.

등산로도 완만하여 성급하게 눈 산행을 기대하고 12월부터 찾지만 1-2월에 눈 산행으로 집중적으로 찾는다. - 한국의 산하

경자년 시작을 알리는 등산방 1월 정기산행은 산행 일인 4주 차 토가 설날이라, 한주 당긴 3주 차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요산행을 겸하기로 해 1월 19일 일요일에 선자령을 가기로 했다. 선자령을 선택한 이유는 아직 이번 겨울 눈 구경을 제대로 못 해 그나마, 눈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백두대간 강원도 지역에서 산행이 쉬운 코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해마다 해왔던 해맞이 산행을 따로 하지 않아, 그나마 동해에서 가까운 산행지를 찾은 것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주 전에 단독으로 다녀온 고루포기산에서 본 선자령에는 눈이 전혀 없었다는 거다[산행기].

고루포기산을 다녀온 이후 산행지를 변경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일단 눈과 무관하게 계획된 산행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강행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상청 산악 일기 예보에 의하면 설악산과 오대산 주변에 산행 하루 전인 18일 토요일 새벽에 소량이지만, 1cm가량의 눈이 내린다는 거였다. 그리고 금요일 심야에 설악산과 오대산 일대에 폭설 주의보가 내려 설악산과 오대산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해서 선자령 산행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11시경 다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토요일인 18일 12시를 기해 '기상특보 해제에 따른 일부 탐방로 개방'이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바로 탐방로 개방 공지가 올라왔다는 건 예보된 폭설이 폭설이 아니었다는 얘기인데, 그나마 눈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지 가보지 않고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2019년을 마감하는 등산방 총회에서 크게 몇 가지 바뀐 게 있는데 이번 선자령 산행이 그 실험장이 될 예정이다. 먼저 그동안 산행을 다니지 못하던 친구가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우리 등산방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교통편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번 선자령 산행은 지난 기해년 마지막 정기 산행이었던 덕유산행에서도 이용했던 재석의 차를 이용해 가기로 했다. 아니 별일이 없는 한 앞으로 등산방 전용 차량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번 산행에는 동숙, 선현, 낙진, 영빈, 재석, 희제, 흥수, 나 이렇게 8명이 차를 가득 채워서 간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체 차량의 좋은 점이 자유롭게 시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과 중간중간 친구를 픽업할 수 있다는 거다. 이번 선자령 산행도 동천과 죽전에서 픽업한다.

우리 산행 최고의 고민인 점심은 선자령이라는 산행지의 특성상 추위와 바람을 피할 곳이 없고, 보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늘 그렇듯이 삼겹을 굽거나, 라면을 끓이는 건 부담이다. 그렇다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가 컵라면에 부어 먹는 것도 체면 깎이는 일이고. 해서 선자령 정상에서는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대관령 식당가 또는 평창에서 늦은 점심 겸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물론 언제든지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비상용 디팩은 가져간다.

2 - 1

안내 산악회보다 1시간 늦은 8시에 양재역 1번 출구에서 보기로 해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미리 싸둔 배낭을 둘러메고 7시경 집을 나서 양재역으로 향했다. 양재역으로 가는 중 텔레그램을 확인해 보니 선현이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불참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산행 친구 중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7시 54분 양재역에 도착해 약속 장소로 가니, 재석과 흥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으니 영빈이 도착했고, 지리 조는 양재가 아닌 사당으로 가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텔레그램 방에 올렸다. 부상자에 치매기에 나이가 들어 그런 거겠지?

8시 15분경 지리 조가 택시를 타고 도착해 양재에서 타기로 했던 다섯이 다 모여, 낙진과 희제를 태우기 위해 죽전으로 향했다. 죽전 간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늦어 그렇겠지만, 다른 때와는 다르게 텅 비어 있고, 차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일행인 낙진과 희제가 다였다. 허리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불참한 선현을 제외한 일곱 명을 태우고 차는 대관령을 향해 달렸다. 현대 기술에 관해 토론하며 달려 9시 42분에 횡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나온 친구들이 있어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 위함이었다.

휴게소까지 오는 중에 강원도가 가까워지자 싸락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이번 산행에서 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나야 누룽지를 끓여 먹고 왔기 때문에 친구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건물 밖에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씩 흩뿌리던 싸락눈이 폭설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만 내린다면 귀경길의 도로가 걱정될 정도였다. 아침을 다 먹고 나온 친구들은 하행 길은 재석이 운전했으니, 상행은 누가 운전할 것인가 결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우리의 모토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지에서 뒤풀이 하게 되면 기사는 술을 못 마시는 사태가 발생해 누구도 운전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다시 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해 휴게소를 벗어나자 눈은 그치고 대관령이 가까워질수록 눈의 흔적도 없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눈 때문에 실망하며 구 대관령 휴게소에 접근하는 순간 주차해 있는 버스와 승용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주 주차해 있던 30여 대의 버스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지난주보다 더 많은 차량이 주차해 있었다. 막 도착한 듯한 산악회 버스에서 등산객이 내려 인솔 대장의 지시에 따라 도로를 건너 선자령으로 향하는 무리가 꼬리를 물고 있었다. 눈이 없어 실망하는 와중에 수많은 인파에 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선자령이 뭐라고 줄 서서 올라가야 한다니!

2 - 2

10시 54분경 선자령과 가까운 구 대관령 휴게소 우측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꺼내고 복장을 정비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11시 2분경 구 대관령 고속도로를 건너는 거로 1월 선자령 정기산행을 시작했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후 구 고속도로는 통행이 거의 없지만, 겨울철 눈 산행 시즌에는 오가는 차량이 많아 대단히 위험했다. 물론 겨울 눈 산행 철이 아니어도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대간꾼이 지나야 하는 도로라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해서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필요한 지역으로 보이는데 교통 당국이나 지자체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관령국사성황당 입구임을 알리는 거대한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줄을 서서 본격적인 선자령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1시 8분이다. 능선 정상에 강원항공무선표지소가 있고 과거 군부대가 있었던 지역이라 길은 넓고 잘 만들어져 있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데 11시 30분경부터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지난주 내린 눈이 얼어붙은 도로 위 얼음 위로 눈이 쌓이기 시작해 도로가 미끄러워 위험했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꺼내 착용해야 했다. 그런데 아래 주차장에 서 있는 30여 대의 버스가 싣고 온 승객 중에는 등산객이라기보다는 관광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당연히 그들에게 등산화나 아이젠이 있을 리 만무해 대단히 위험해 보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잘들 올라갔다.

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중 많은 이가 그 도로의 경사도 다 오르지 못해 돌아가기도 했지만, 갑자기 내리는 눈에 고무되었는지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항공무선표지소에서 등산로는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이어졌다. 그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이번 산행 내기의 소재가 되었던,) 조리대 숲에서 지나가는 등산객을 구경하고 있는 호구 한 마리를 발견했다. 해서 유기견이 아닐까 하고 자세히 보니 목줄이 있었다. 목물로 봐서는 주인을 따라 산에 왔다가 주인을 잃었거나, 마을의 개가 놀러 온 게 아닐까 서로 얘기하며 줄 서서 새봉을 향해갔다.

산에 다니면서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갈 때 인파 때문에 줄 서서 가기도 했지만, 이번 선자령 인파는 내 생애 산에서 본 최고로 많은 등산객이었다. 일단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대부분 등산객이 차고 강한 눈보라에 얼굴을 꽁꽁 싸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서 각자 배낭에 달린 수경 총무의 역작 등산방 펜던트가 잘 보이도록 해 그걸로 앞에 가는 친구를 확인하는 지경이었다. 줄 서서 올라가는 와중에 움직임이 없이 서서 기다리는 일이 있어, 확인해 보니 와중에 좁은 등산로를 막고 인증을 찍고 있는 정신 나간 사람 때문이었다. 이런 눈은 올해 처음이니, 이해 못 할 건 아니었지만, 길에서 벗어나는 예의가 없어서 아쉬웠다.

11시 53분에 선자령 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리상으로는 전망대 쪽이 100m가량 더 멀었지만, 중간에 암벽이 보여 그 전망대 길을 선택해 올라갔다. 그리고 11시 59분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지만, 강한 눈보라에 5m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 전망대도 별 의미가 없었다. 해서 전망대를 지나쳐 선자령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전망대부터는 능선을 따라 움직이는 거라 곳곳에 널찍한 평지가 있었다. 그리고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가 있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시 20분경 선자령에서 내려오던 등산객이 선자령을 향해 올라가고 있던 우리에게 "이제부터 지옥의 시작!"이라고 소리쳤다. 조금 전 안내 산악회의 인솔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기 일행에게 이제부터는 바람을 막아줄 게 아무것도 없으니 얼굴을 꽁꽁 싸매라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경고였다. 하긴 낙엽 져 앙상하지만, 울창한 숲이 그나마 눈보라를 어느 정도 막아주긴 했다. 앞으로는 그 앙상한 나무마저 없다는 얘기였다. 한가지 에러는 나를 포함 몇 사람을 빼고는 이미 모든 등산객이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는 거!

그 경고대로 10여 미터를 더 가자 숲이 끝나고 초지가 이어졌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저 위로 선자령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바람은 비교할 수 없는 눈보라에 뺨을 얻어맞으니 두 볼이 얼얼했다. 뺨을 맞을 땐 맞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해서 우리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각자 인증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전망대를 지나는 순간부터 선자령에서 하산하는 등산객과 교행하느라 많이 지체되었다. 산악회에서 굳이 올랐던 코스로 하산을 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뭔가 의미가 있겠지?

2 - 3

눈보라를 뚫고 수많은 등산객이 한 줄로 서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도 장관이었지만, 과연 선자령 정상에서 인증이나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12시 45분에 선자령 바로 아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초지에 도착했다. 눈보라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장관이라 그걸 사진으로 남기자는 의견에 따라 강한 바람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그 바람 속에서도 삼각대가 잘 버텨줘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선두에서 먼저 가버린 흥수가 함께 찍지 못한 거다.

12시 57분 선자령 정상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정상은 등산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인증을 남기고자 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쨌든 우리도 인증을 남겨야 해 인파를 피해 정상석에서 떨어진 곳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대부분 등산객이 왔던 길로 돌아감에도 우리는 한일목장 오거리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애초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걸 싫어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직도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인파를 뚫고 하산하는 건 올라오는 사람이나 내려가는 사람이나 피곤한 일이라 피했다.

애초 간단한 간식으로 점심을 선자령 정상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인파도 인파지만, 강한 눈보라에 어디 앉아서 뭘 먹을 상황이 아니라 하산하며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로 했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정상을 떠나 등산객이 거의 없는 길로 하산을 시작했다. 다행히 이 코스는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였지만, 울창한 숲이라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 주었다. 적당한 장소를 잡고 앉아 낙진의 머루주, 흥수의 평양 소주, 희제의 이슬이를 소시지와 맥반석 달걀, 귤을 안주로 점심을 대신해 먹었다. 물론 술을 마시기 전 상행 운전을 누가할 것인지, 하행 운전자였던 재석을 빼고 가위바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흥수가 운전하는 거로 최종 결론이 났다. 흥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부어라 마셔라 했지만, 날이 추워 술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1시 35분에 임도에 도착했다. 등산로는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목장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이어졌다. 목장 갈림길에서부터 주차장까지의 5km 계곡 길은 주차장에서 선자령에 올랐던 길과 달리 완벽한 등산로로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후회랄 뻔했다. 몇 개 팀이 우리와 같이 하산했지만, 등산객도 많지 않아 번잡스럽지 않아 더 좋았다.

2시 34분에 제궁골 삼거리에 도착해 잠깐 휴식하며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제궁골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는 2.3km로 늦어도 3시 30분이면 산행을 종료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핸드폰 배터리가 제 기능을 못 해 폰이 꺼지는 사태가 발생해 이후 산행을 기록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2시 45분경 풍해조림지 갈림길에 도착해 우리는 국사성황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가 차를 세워둔 주차장이 가까웠고 국사성황사의 규모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2시 53분 국사성황사에 도착했으나, 절의 규모가 크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오전에 등산로에서 봤던 호구가 이 절 마당에 앉아 있었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잠깐 등산객 구경하러 놀러 갔던 거였다. 거기서 호구가 진도개 종류가 맞는지를 두고 내기가 벌어졌다. 진도 출신인 흥수가 진도에서 저런 무늬의 개를 본 적이 없음으로 진도개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희제는 어디선가 진도개의 종류라고 본 기억이 있다며 진도개의 종류라고 주장했다. 재석이 흥수 편을 들어 아니 쪽에 내가 희제 편으로 진도개 한 종류라는 거에 걸었다. 이후 뒤풀이 장소에서 구글링을 통해 확인한바 호피 무늬의 개라 호구라고 불리는 진도개라는 걸 확인했다.

성황사 이후 등산로는 포장도로로 이어졌다. 아이젠을 한 상태로 포장도로를 걷는 건 인간이 할 바가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특히 4점식 아이젠의 경우 더 심했다. 해서 길은 미끄러웠지만, 아이젠을 벗어야 했다. 덕분에 거의 모두가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지만. 그렇게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계곡을 보니 계곡 옆으로 등산로가 보였다. 해서 모두를 이끌고 도로에서 나와 계곡의 등산로로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 3시 18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3

대관령 표지석에 들려 사진을 찍은 후 차를 타고 봉 감독이 추천한 식당으로 뒤풀이 겸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달렸다. '부산 식육 식당'으로 봉 감독의 말에 의하면 냉이 된장찌개가 예술이라고. 3시 45분경 대관령면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생각보다 허름했고, 주인장이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 먼저 삼겹살과 이슬이를 배를 채우고, 봉 감독이 추천해 마지않았던 된장찌개를 시켰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삼겹살을 굽던 불판에 찌개 재료를 붓고 끓였다. 결과적으로 돼지기름 냉이 된장찌개라 맛이 좋았던 듯. 어쨌든 7명이 삼겹살 11인분과 이슬이 8병, 된장찌개 둘, 밥 4공기를 먹었다. 5시경 식당을 나와 흥수가 운전을 해 서울을 향해 달렸다. 난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가, 차 안이 너무 뜨거워 잠이 깼다. 그리고 7시 56분에 덕평 휴게소에 도착해 볼일을 보고, 각자 음료수 한 병씩 들고 다시 차에 탔다. 뒷좌석이 너무 뜨거워 영빈과 내가 앞자리로, 앞자리에 있던 재석과 지리 조가 뒤로 가는 자리 교체도 했다.

8시경 죽전에 도착해 낙진과 희제를 내려주고 남은 다섯은 양재로 달려 서초구청에 차를 세워두고 2차를 위해 순댓국집으로 향했다. 순댓국집에서 술국을 주문하고 술국이 나올 때까지 흥수가 서초구청으로 돌아가 차를 가져오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2차를 간 이유는 운전하느라 뒤풀이에서 술을 마시지 못한 흥수를 위함이 컸다. 순댓국집에서 11시까지 마신 후 이번 산행을 종료했다.

폰이 중간에 꺼지는 바람에 정확한 기록은 아니지만, '주차장 → 대관령 → 전망대 → 새봉 → 선자령 → 한일 목장 오거리 → 제궁길 삼거리 → 국사성황사 → 주차장'의 11.32km(트랭글 기준), 총 4시간 30분이 걸린 눈보라와 마주친 산행이었다. 이동 3시간 7분, 휴식 1시간 23분!

갑자기 내린 폭설로 기대 이상의 산행이었다.

이 주 사이에 선자령, 대관령, 능경봉, 고루포기산, 닭목령의 백두대간을 달렸다.

여름에 선자령 계곡에서 비박하는 것도 괜찮은 피서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희제]

재석, 흥수 운전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운짱이라 못마신 흥수를 위해 2차를 감행한 친구들도 잘했네. 멋진 산행, 아름다운 추억 하나 더 쌓았다. 왕옹의 자상한 기록도 기억을 생생하게 하니 더욱 좋구.

[수연]

ㅈㄴ 부러웠음. bur 더 멋진 상행 기획하고 보여즐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