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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하며 만든 희망의 음악-<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올리비에 메시앙 Olvier Messiaen(1908.12.10. 아비뇽 출생~1992.4.27.파리 사망)
혹한의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초연된 음악
1941년 1월 15일. 영하 20도를 넘는 혹한의 슐레지엔 지방 스탈라그의 8-A 포로수용소에서는 2차 대전의 성난 숨결을 잠시나마 잊게하는 피아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의 화음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치 독일군에 잡힌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포로 3만 명이 수용되어 있던 이곳에서 올리비에 메시앙(Olvier Messiaen)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세계 초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포로였던 33살의 작곡가 메시앙이 직접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악기는 거의 폐품이었다. 파스퀴에가 연주할 첼로는 줄이 세 개밖에 없었고, 내가 친 피아노의 오른쪽 건반들은 쿡 누르면 다시 튀어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헐어빠진 군복 차림이었다...."
포로가 된 5000명의 병사들, 그리고 이들을 포로로 잡은 독일군들이 함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메시앙의 회고에 따르면 "내 작품을 이토록 황홀하게, 주의 깊게, 잘 이해하며 듣는 청중은 없었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중 제1악장 '수정의 예배'
요한계시록 10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사중주곡은, 메시앙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비참한 시대에 최후의 생명력을 다시 일으키는 것. 내가 언제나 희구해왔고 언제나 가장 사랑해온 것, 즉 크리스트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를 다시 떠올리고자 한 작품"이다. 이 곡이 8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 것은 6일간의 창조, 7일째의 안식일, 그리고 마지막 제8요일, 즉 '평화의 날'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작곡된 과정을 짚어보면 이 곡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쟁의 비참함 속에서 오로지 음악으로 삶과 희망을 지켜낸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악의 힘으로 죽음의 어둠을 기꺼이 헤쳐 나가리!" 18세기 말,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열렬히 노래한 이 말이 20세기 중반,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조금도 변치 않는 진리였음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새벽, 희망의 새소리
제2차 대전의 발발은 메시앙이 오르간곡 <영생자>를 완성한 1939년 8월 25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9월 1일)에 일어 났다. 메시앙은 병역에 징집되었으나 시력이 나빠 활동적인 임무를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독일군이 프랑스 를 침공한 1940년 5월에 그는 베르됭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6월 20일 메시앙은 숲속에서 잡혀 포로가 되고, 베르됭의 임시 수용소에 갇힌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이 유명한 첼로 연주자 에티앙 파스퀴에(Etienne Pasquier)였다. 그는 첼로를 갖고 있지 않았다. 파스퀴에와 메시앙은 함께 불침번을 서며 새벽의 새소리에서 음악을 상상했다.
메시앙이 말한다. "봐요, 저기 희미한 빛이 반짝이죠? 새벽이에요.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햇빛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귀를 기울여 보세요." 침묵이 흐른다. 갑자기 '피잎!'하는 작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지휘자처럼 기준음을 잡는 새소리다. 5초 후. 모든 새들이 오케스트라처럼 한꺼번에 노래하기 시작한다. 메시앙이 말을 잇는다. "들어보세요. 저 새들은 하루 동안의 임무를 분담하고 있어요. 밤에 다시 만나서 낮에 보고 들은 것을 함께 얘기하자고 약속하는 거에요."
파스퀴에의 증언. "메시앙이 불침번을 설 때마다 나는 그와 함께 했습니다. 매일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트윗! 피잎!' 몇 초가 흐르지요. 그러면 갑자기 새들의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노래를 시작해요. 귀가 먹먹할 지경이죠. 잠시 후 노래가 멈추면 하루가 시작되죠. 저녁 때 확인해 보면 새들은 진짜 메시앙 말대로 낮에 보고 들은 것을 함께 얘기하는 거였어요."
메시앙, "연주할 수 있어요. 해 봐요." 아코카, "나를 위해 뭔가 작곡해 주세요."
포로들 중 클라리넷 연주자 앙리 아코카(Henri Akoka)는 자기 악기를 갖고 있었다. 메시앙은 아코카를 만나자 그를 위해 무반주 클라리넷을 위한 '새의 심연'을 작곡해 주었다. 파스퀴에와 함께 들은 새소리가 이 곡에 영감을 준 것이다. 이 '새의 심연'은 나중에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의 3악장이 된다. 여덟 개의 악장 중 제일 먼저 작곡한 게 이 3악장이었다.
베르됭에서 낭시까지 70km의 행군이 이어졌다. 나흘 동안 식사는커녕 물 한 방울 못 마신채 포로들은 걷고 또 걸었다. 메시앙보다 4살, 파스퀴에보다 7살 아래였던 아코카는 지친 선배 음악가들의 힘이 되어 주었다.
파스퀴에의 증언. "아코카는 내게 충실하고 친절했다. 비교적 젊고 건장했던 아코카는 나를 부축해 주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선 생명의 은인이었다. 낭시로 가는 동안 우리는 먹지도 못한 채 끝없이 걸어야만 했다. 허기져서 쓰러질 것 같았다. 내가 기운을 되찾을 때까지 아코카는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는 한 번도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고 음악도 아주 잘 했다. 낭시에 도착하자 처음으로 물을 나누어 주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고 서로 싸우고 난리였다. 그러나 메시앙은 수용소 뜰 한편에 앉아 주머니에서 악보 한 장을 조용히 꺼냈다. '새들의 심연'이었 다. 낭시의 수용소에서 이코카는 이 곡을 처음 연주해 볼 수 있었다. 아코카는 연주했고, 메시앙은 들었고, 악기가 없는 파스퀴에는 보면대 역할을 했다.
아코카는 "너무 어려워서 연주 못 하겠다"며 난감해 했다. 메시앙은 그를 격려했다. "아니, 할 수 있어요. 해 봐요." 메시앙이 작곡할 의욕을 잃은 채 넋을 놓고 있으면 아코카가 격려했다. "나를 위해 뭔가 또 작곡해 줘요. 우리는 포로에요. 시간이 많잖아요? 음악을 좀 쓰세요."
부모와 함께(1910년) 음악의 힘으로 살아남은 '프랑스의 모차르트'
낭시에서 3주 동안 머문 뒤 세 사람은 슐레지엔 지방의 괴를리츠(현재는 폴란드령)에 있는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자동 소총을 든 독일군 장교 한 명이 메시앙의 몸을 수색했고. 가방을 압수하려고 했다. 메시앙은 그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표정으로 저항했다.
"나는 다른 포로들과 마찬가지로 옷을 다 벗어야 했다. 벌거벗었지만 나는 나의 모든 보물이 들어 있는 손가방을 단호한 표정으로 지켜냈다. 그 가방에는 굶주림과 추위로 고통 받을 때 위안이 될 관현악곡 포켓판 악보들이 들어 있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베르크의 '서정 모음곡'에 이르는, 나에게는 복음서와 같은 음악들이었다." (여기에 는 베토벤과 라벨, 스트라빈스키의 악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메시앙의 '무서운' 표정에 기가 꺾인 장교는 결국 가방을 압수하지 않았다. 식량이 모자라 하루에 수프 한 그릇, 고래 비게 한 덩어리, 검은 빵 하나, 감자, 양배추로 때우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뼈만 남은 포로들 중에는 이빨과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추위가 오면 동료들의 체온으로 얼어 죽는 걸 면해야 했다. 메시앙은 하루에 두 차례 사역을 나가야 했다. 그러나 음악이 있었기에 메시앙은 기꺼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메시앙이 뛰어난 작곡가라는 사실이 캠프 안에 알려지자 독일군 장교 하우프트만 칼-알버트 브륄이 나서서 작곡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고, 수용소 안에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메시앙의 막사 앞에 보초까지 세워 그가 방해받지 않도록 해 주었다. 독일인들이 음악을 이해하고 음악가를 존중한 것은 메시앙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당시 프랑스에 비시 괴뢰 정권이 수립된 직후라 그랬는지. 나치는 프랑스 포로들에게 비교적 '인간적'인 대우를 베풀었다. 메시앙의 음악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포로였던 샤를르 주르단의 증언. "우리가 프랑스의 모차르트'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그 사람이 사역을 하지 않도록 동료 포로들이 모두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인 이본느 로리오 여사의 증언을 들어보면 메시앙의 수용소 생활이 호사스러운 것은 결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용한 곳'이라고 독일군이 제공한 장소가 수용소의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세요. 정말 감동적이지요! 불쌍한 메시앙, 3000명의 포로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앉아서 작곡을 했다니..... 그리 깨끗한 장소가 아니었어요.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도록, 화장실에 가둔 채 이 사중주곡을 쓰게 한 거에요."
제8일, 평화의 날을 위하여
이곳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장 르 불라르(Jean Le Boulaire)가 합류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독일군 장교 하우프트만 칼-알버트 브륄이 이들에게 악기를 지급했다. 르 불라르는 바이올린을, 파스퀴에는 첼로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파스퀴에의 첼로는 줄이 하나 모자라는 것이었다. 메시앙은 이 세 사람을 위해 바이올린과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삼중주곡 하나를 써 주었다. 이 곡이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의 4악장 '간주곡'이다. 이 '간주곡'은 리듬과 화성이 단순하고 가장 가볍다. 다른 악장에서 발전되는 주제의 단편들이 이 악장에 들어 있다. 따라서 이 단순한 악장을 주춧돌로 삼아 점점 더 크고 복잡한 음악적 건축을 쌓아 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새들의 심연'이 3악장이 되고, 클라리넷과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간주곡'이 4악장이 되었다. 메시앙른 바이올린과 첼로에게도 독주 악장을 하나씩 주었다. 5악장,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예수의 영원성을 찬양함' 은 옹드 마르트노를 위한 <아름다운 물의 축제>(1937)의 한 부분에서 따 왔다. 8악장,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예수의 불멸성을 찬양함'은 오르간 작품인 <딥티크>(1930)를 다시 손질했다. 이 두 악장은 E장조로, 영원성을 명상 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대칭을 이룬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를 위한 솔로 악장은 피아노 없이도 혼자 연습할 수 있게 했다.
수용소에는 고물 피아노가 하나 있었다. 메시앙은 그 피아노를 자기가 맡으면 네 명의 포로가 사중주곡을 연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피아노를 포함한 네 악기가 모두 등장하는 악장은 1, 2, 6, 7악장, 도합 네 악장이다. 따라서 모두 8악장으로 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연주 시간 : 55분)
제1악장 - '수정의 예배'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 피아노) 제2악장 -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보칼리제'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제3악장 - '새들의 심연' (클라리넷) 제4악장 - '간주곡'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제5악장 -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양' (첼로, 피아노) 제6악장 - '7개의 트럼펫을 위한 광란의 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제7악장 -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 무리'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제8악장 - '예수의 불멸성에 대한 찬양' (바이올린, 피아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사중주곡... 이러한 악기 편성은 음악사상 선례가 없다. 작곡이 진행된 과정은 소설만큼 흥미롭다. 음악 동료가 나타나고 악기가 나타나면 메시앙은 그 상황에 맞게 작곡을 했고, 그 결과 이렇게 특이 한 편성의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면 각 악장의 제목과 구성, 작곡자 자신의 멘트와 함께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제1악장 '수정의 예배' 악보
제1악장 - 수정의 예배 (Crystal Liturgy) : 약 3분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눈뜸, 무수한 음과 나무 사이를 빠져나와 멀리 사라지는 트릴의 빛에 싸여 꾀꼬리들이 즉흥 연주를 펼친다. 이것을 종교적 플랜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늘의 해탈의 정적을 얻게 될 것이다."
- 1악장은 두 개의 층을 가지고 구성된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다가 점차 역동적 이고 리드미컬하게 고조되어 간다. 반면 피아노와 첼로는 계속 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피아노 성부는 17개의 리듬가 (rhythmic value)와 29개의 화성이라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기법이 14세기 의 '아이소리듬' 원리이며 엄격하게 반복되는 음악의 패턴은 바로 메시앙이 중세음악의 작곡기법에 매우 능숙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와 유사하게 첼로는 반복되는 15개의 음가 사이에서 5개의 동기를 가진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새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제2악장-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보칼리제 : 약 5분 (Vocalise, for the Angel Announcing the End of Time) "제1, 제3부분이 강력한 천사들의 힘을 나타낸다. 천사는 머리에 무지개를 감고 몸은 구름에 싸여 한쪽 발은 바다에, 또 한쪽 발은 땅위에 놓는다. 피아노에 배당된 불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가 멀리서 들리는 종의 울림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성가풍 멜로디를 감싸준다."
- 천사의 노래, 즉 성가이다. 힘에 넘치는 피아노로 악장을 시작하며 제2부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2옥타브 간격을 유지하면서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물방울'을 나타내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천국의 힘을 상기시킨다.
제3악장 - 새들의 심연 (The Abyss of the Birds) : 약 7분 30초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이다. 새들은 '때'와 대립한다. 이것은 별과 빛과 무지개, 그리고 환희의 보칼리제로 향하는 우리의 희원이다."
- 클라리넷의 독주이다. '심연(abyss)'은 메시앙 음악에서 번번히 등장하는 '무(無)'에 대한 상징, 그리고 오직 죽음 만을 약속하고 강요당하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상징이다. 새의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그의 정신적인 환희, 해탈에의 중심적인 이미지는 계속해서 현실화 된다.
제4악장 - 간주곡 (Interlude) : 약 1분 50초 "스케르초,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 개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그럼에도 몇 개의 멜로디를 순환시키면서 다른 악장 들과 연관성을 맺고 있다."
- 피아노가 빠진 스케르초. 전 곡 중에서 눈에 띄게 선율적이며 또 리듬적이다. 클라리넷은 여전히 새의 소리를 흉내 내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종달새의 울음소리를 주고받는다.
제5악장 -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양 (Praise to the Eternity of Jesus) : 약 8분 30초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 고찰된다. 첼로의 끝없이 이어지는 장대한 프레이즈가 힘차고 감미로운 '말씀'의 영원성을 사랑과 경건함으로 찬양하고 있다."
-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악장이다. 피아노의 단조로운 반주 위에 경건하기 그지없는 첼로의 선율이 도도히 흐른다. '말씀으로서의 예수'는 피아노의 바주를 동반한 첼로의 노래에 의해 기도되어진다. 'Infiniment Ient, extatique' 라는 악상기호는 '기쁨에 넘쳐서, 무한히 느리게'라는 의미이다.
제6악장 - 7개의 트럼펫을 위한 광란의 춤 (Dance of Wrath, for the Seven Trumpets) : 약 7분 "음악의 돌, 강철의 저헝할 수 없는 움직임, 절망적인 운명의 거대한 벽. 자포자기의 얼음, 결정적으로 악장의 말미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공포의 포르티시모를 들으라."
- 4개의 악기가 계속해서 동일한 음형을 강하게 연주한다. 악장 전체가 강력하고 리드미컬한 테마에 기초하고 있으며 어떠한 공포와 위엄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어 전례미사의 '놀라운 나팔 소리(Tuba mirum) 같다고나 할까? 메시앙은 이 악장에서 체념과 공포를 상징하려 하였다. 그는 4개의 악기가 어떻게 트럼펫의 소리를 암시하고, 결국에는 징의 소리까지를 암시하는지를 그림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제7악장 -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 무리 : 약 7분 30초 (Tangle of Rainbows, for the Angel Announcing the End of Time) "나의 꿈속에서 나는 낯익은 색과 모양으로 분할된 화성과 멜로디를 보고 듣는다. 그리고서 이 변화하는 풍경 뒤에 나는 비현실속을 지나가고 초인적인 색채의 소용돌이치는 침투 속에 현기증 나는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 몇 개의 2악장 동기가 등장한다. 선율적이고 다이내믹한 동기들은 우선 서로 교차되고 그리고 분할된다.
제8악장 - 예수의 불멸성에 대한 찬양 (In Praise of the Immortality of Jesus) : 약 8분 30초 "바이올린의 장대한 독주. 왜 두 번째의 송가인가. 이 송가는 특히 예수의 제2의 모습, 즉 인간 예수로서 육체화하여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하여 수행한 '말씀'으로 향하고 있다. 고음역의 정점에 이르는 온화한 고양은 인간이 '신'에게, 신의 아들이 '성부'에게, 피창조물이 '천국'을 향하는 상승이다."
- 5악장에 대응하는 악장이다. 5악장과 마찬가지로 E장조이며 이번에는 '극도로 느리고 편안하게, 기쁨에 넘쳐'라는 악상기호를 붙이고 있다. 피아노의 반주를 받는 바이올린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신 예수를 찬양하고 있다.
메시앙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라는 제목이 자신의 감금 생활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랐다. 오히려 그는 '머리를 하늘로 들어 "더 이상 시간이 없다"(요한 계시록의 구절)고 말한 계시록의 천사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이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작곡가는 자신의 곡 제목이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전통 음악의 지속적인 분열상을 보여줌으로써 음악적 시간의 종말을 표현하고자 했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그가 바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택했으며 이후 그의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다중 리듬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메시앙은 이러한 리듬 구조가 화성과 선율에 얽매이지 않기를 원했다.
부인 이본느 로리오 여사와 올리비에 메시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