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어져 내 일이야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있으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情)을 나도 몰라 하노라
♣어구풀이
-어져 : 회한(悔恨)의 뜻을 나타내는 감탄사. 아!
-내 일이야 : 나의 하는 일이여
-그릴 줄 : 그렇게 할 줄, 또는 그리워질 줄.
-모르더냐 : 놀랐더냐?
-있으라 하더면 : 있으라고 붙잡았더라면
-가랴마는 : 갔을까마는
-구태여 : 굳이, 억지로
-그리는 정 :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심정.
♣해설
-초장 : 내가 한 일도 참 답답하구나, 그토록 그리워할 줄을 왜 몰랐단 말인가?
-중장 : 부디 가지 말아달라고 붙잡았더라면 임께서 떨치고 가기야 했으랴마는
-종장 : 굳이 보내 놓고서 이제 와 새삼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구나.
♣감상
이 시조는 임을 보내고 나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안타까운 사모(思慕)의 정을 노래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녀(妓女)들이 겪어야 하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일상적(日常的)인
용어(用語)를 통해 매우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임과 헤어지던 날 한사코 붙잡았더라
면 임도 역시 가지 못했을 것을, 님의 앞날을 걱정하여 굳이 보내 놓고는 이제 와서
혼자 애태우는 감정을 자신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작가소개
황진이(黃眞伊, 생몰 연대 미상):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 출신으로 조선 중종 때의 명기(名妓), 어릴 때 사서 삼경을 읽고
시·서·음률에 모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자처했으며, 시조 6수가 전한다. 그의 시조 작품
은 뛰어난 기교와 우리말을 쉽고도 곱게 다룬 독특한 솜씨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