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11~13)
'여자'라고 번역된 '귀네'(gyne; a woman)가 강조되는 것은 사탄한테 묶여(16절)
병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 여자의 불행한 처지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것을 드러냄으로써 이후에 나타나는 회당장과의 안식일 논쟁에서(14~17절)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이 불행한 이 여자에게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주는 정당한 행위임을
독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시달리는'으로 번역된 '아스테네이아'(astheneia; crippled; of infirmity)는
'병', '연약함'을 가리키는 '아스테네이아'(astheneia)의 소유격이다.
이 소유격은 '결과'를 가리키는 용법으로 사용되었는데, '마귀'를 가리키는 '프뉴마'
(pneuma; a spirit)와 연관시켜 볼 때, 이 병은 마귀로 말미암은 것을 표현해 주고 있다.
16절에서는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사탄이 ~ 묶어 놓았는데'로 묘사해 주고 있다.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결과'를 가리키는 접속사 '카이'(kai)로 시작된 본문은 그 여자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여러 묘사가 모두 마귀들림으로 나타난 결과들임을 보여 주고 있다.
즉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은 마귀들림(부마)으로 나타난
결과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여자의 굽어진 상태를 표현하는 '슁큅투사'(syngkyptusa; bowed together;
bent over)의 기본형 '슁큅토'(syngkypto)는 '함께'라는 뜻의 전치사 '쉰'(syn)과
'몸을 구푸리다', '몸을 굽히다'는 뜻의 '큅토'(kypto)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몸을 완전히 구푸리다'는 뜻이다.
이 병은 아마도 척추염이나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등뼈가 고부라져 허리를 펼 수
없는 곱사병을 말하는 것 같다.
한편, 원문에서는 '슁큅투사'(syngkyptusa) 앞에 과거에 계속적 사실을 가리키는
미완료 과거형인 '엔'(en; was)를 사용하여, 그 여자의 이러한 상태가 과거로부터
18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음을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본절의 후반부에 '조금도 ~없는'이라는 관용구인 '에이스 토 판텔레스'(eis to
panteles; in no wise; (not) at all)를 첨가해서, 이 여자가 가지고 있는 병의 증세가
지속적이면서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는 것을 부각시켜 준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예수님께서는 병을 여자나 주변 사람들의 아무런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능동적으로 병을 고쳐주시는 자비를 베푸셨다.
여기서 '풀려났다'에 해당하는 '아폴렐뤼사이'(apolelysai; you are loosed;you are
set free)는 '아폴뤼오'(apolyo) 동사의 완료형이다.
이 동사가 완료형으로 사용된 것은 그 여자가 18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몸이 굽어진
상태를 가리키고 있는 11절의 미완료 과거 시제 '엔'(en; was) 동사와 대조를 이룬다.
말하자면, 이 여자가 예수님의 이러한 선포로 말미암아 18년 동안이나 계속된 마귀와
질병의 속박(병마)에서 완전한 자유를 맛본 것을 나타내기 위해 완료형 동사가 쓰인 것이다.
그리고 특히 예수님께서 이 여자의 치유를 가리킬 때 '치유'의 의미가 아닌 '자유'의
의미를 갖고 있는 '아폴뤼오'(apolyo) 동사를 사용하고 있다.
'아폴뤼오'(apolyo)는 '~로부터'라는 뜻의 전치사 '아포'(apo; from)와 '풀다'는 뜻의
동사 '뤼오'(lyo)가 결합된 합성어로서 '놓아주다', '해방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치 소나 나귀가 마구에서 자유를 얻는 것처럼, 마귀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는 표현이다.
12절은 14~16절에 나오는 예수님과 회당장과의 안식일 논쟁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참된 안식이란 마귀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임을 드러내 주고 있다.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여기서 '찬양하였다'에 해당하는 '에독사젠'(edoksazen; glorified;praised)은
'영광을 돌리다', '찬양하다'는 뜻의 '독사조'(doksazo) 동사의 미완료 과거형으로서,
'그녀가 계속해서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또는 '찬미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원문은 이 동사가 계속적 사실을 가리키는 미완료 과거형으로 사용되어 '계속적으로
굽어져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11절의 '엔'(en; was)동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계속적 고통'에서 '계속적 찬양'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묘사해 주면서
참된 안식이 무엇인지를 가리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