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에 稅 공제… 앗 2년 뒤부터” 기재부의 황당 실수
2010년 법무부와 국회가 법률 개정 과정에서 특정강력범죄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실수를 저지른 일이 있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고치는 과정에서 “∼의 죄 및”이란 자구를 빠뜨린 게 화근이었다. 단 세 글자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강간살인, 강간상해죄에 대한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수는 법 시행 8개월 뒤 대법원에 의해 발견됐고, 2011년 법률 개정으로 바로잡혔다. 하지만 1년 동안 성범죄자들이 쾌재를 불렀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번엔 정부의 입법 실수로 올해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에 대한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를 정부가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제도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입법 실수로 세액공제 적용이 2년 미뤄지게 된 것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025년으로 유예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과정에서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내용을 제외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고향 사랑으로 마련된 기부금이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왔다.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 축구선수 손흥민 등 여러 유명인사도 참여했다. 고향도 살리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동참했다. 그런데 이 같은 열기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내년 연말정산 때 예정대로 세액공제를 반영하려면 연내 국회에서 다시 법을 고쳐야 한다.
▷정부는 세액공제 시행 시기를 2023년으로 되돌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뒤늦게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면 다행이지만 황당한 사고를 부른 책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에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실수라고 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로 제출된 건 지난해 9월이었으니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다. 이달 10일 반도체 세액공제 관련 입법예고에 슬쩍 포함시켜 조용히 오류를 수정하고 넘어가려 했던 것도 문제다.
▷더 심각한 건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크로스 체킹’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입법은 주무 부처와 관계기관의 협의, 법제처 심사를 거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까지 통과해야 한다. 국회에서 전문위원이 검토하고 법사위원회와 본회의도 넘어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도 누구 하나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신뢰가 법질서에서 갖는 중요성과 법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렇게 건성건성 심사해선 안 될 일이다.
김재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