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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 학원(Yale Academy)
유엔(UN;United Nations)의 수도인 뉴시티(New City)의 멘하탄으로부터 약 15분 비행거리에는 인구수 9천의 뉴 헤이븐(New Haven;새로운 은신처)시가 위치하고 있었다.
뉴 헤이븐은 도시 그 자체로써는 특별할 게 없었기에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도시였다.
하지만 뉴 헤이븐에는 과거로부터 꽤나 잘 알려진 명문 교육기관 있었는데, 그 교육기관의 이름은 바로 예일(The Yale Academy)이었다. 예일은 과거에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라고 불렸던 역사 깊은 교육기관이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비록 그 도시는 생소할지라도, 그 교육기관의 이름만큼은 결코 생소해 할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그 교육기관의 명성이 해당 도시보다 훨씬 높은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많은 미국사람들도 예일대학교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잘 모른다.)
예일 학원은 전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아이언 벨트’ 학원이며, 미스터 크리스마스인 해피는 바로 이 예일 아카데미의 제 1대 원장(Principal;교육기관의 장)이었다.
2132년,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Dimension;차원)은 우주가 온 세상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이다. 그렇다고해서 전혀 새롭거나 다른 세상이 아닌 일종의 비슷한 세상이었다.
무한으로 존재하는 서로 다른 세상(차원)들은 서로 일련의 같은 조건들(conditions)로 연결되어 있기에 서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거나 서로 닮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주가 온 세상의 2차 세계 대전의 주범인 히틀러(Hitler)는, 해피나 론이 살아가는 세상의 역사에도 그와 거의 흡사한 인물이 존재하지만 그의 이름은 히스터(Hister)이며, 저쪽 세상에서 뉴욕시(New York City)의 이름이 이쪽에서는 뉴시티(New City)라는 등의 크고 작은 차이들이 불규칙적으로 존재한다.
<예일학원 도서관 지하의 비밀기지.>
필요한 전등이나 불빛 이외에 모든 불을 끈, 다소 어두운 치료실에는 해피와 닥터 데이빗, 그리고 우주가 잠들어 있는 생채재활머신이 있었다.
우주는 생채재활머신 수조 안에서 약 2일 동안을 잠들어 있었다. 현 시대의 존재하는 가능한 모든 병원체나 항원체들을 몸에 생성하고 그 면역성들을 구축해 나가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주는 현재 고열과 저열, 무기력, 피로, 근육통증 등의 증상들을 겪고 계속해서 반복하는 중이었다.
“녀석은 별 문제 없겠지?”
여전히 썬그라스를 착용하고 있던 해피가 닥터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응, 아마 현재의 의학기술이 없었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겠지만...전혀 문제는 없을 거야. 그보다 넌 좀 괜찮아? 그쪽 세상의 병원체나 박테리아 따위에 장시간동안 완전 노출되어 있었잖아.”
닥터 데이비드가 해피에게 말했다.
“21세기 초였다구. 그 시대의 항체들은 내몸에 차고도 넘쳐. 난 문제 없어.”
해피가 콧물을 훌쩍이며 말했다.
“어김없이 또 그녀의 흔적을 찾아 다녔겠구만...”
닥터 데이빗의 말에 해피는 별다른 댓구조차 하지 않았다.
해피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뭐... 크리스마스가 찾아내고 말한거라면 분명하겠지만, 정말 이 아이가 그 네번째 아이가 맞는 거겠지? 수십년만에 나타난 것도 중요 하지만, 일단은... 완벽한 아동납치이니까 말이야.”
데이빗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틀림없어. 도킹도 되어있지 않은 호프가 스스로 이 녀석을 보고 따르는 것을 봤어. 그건 마치 살아있는 생물 같았으니까. 그게 가능 하다는 것이 뭣보다 가장 큰 증거이잖아.”
해피가 말했다.
“당연히 맞겠지. 단지 난 이게 쉽게 믿기지가 않아서 재차 한번 확인 해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어. 과연 너는 얼마나 이것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야. 예일학원 설립이래, 24년간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하데스의 아이라구.”
“흐음…”,해피는 그저 가볍게 한 숨을 내 쉬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
뭐, 사실 그것이 뭐가 되었건 이미 이 아이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만 말이야.”
“걱정마, 아동 납치라고해도 이녀석이 우노클러스인 이상, 그대로 두었으면 오래 살지도 못했을 녀석이었어. 그걸 우리 쪽에서 살려준거야. 오히려 고마워 해야지.”
해피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우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해피의 말은 냉철한 사실이었다.
“흠…. 그건 그렇다고 해도... 도킹도 되어있지 않는 A.I가, 특정 인간을 따르는 것은 역시 우리의 기술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군. 아틀란(Atlan)의 기술력이란 대체 어디까지 갔었던 걸까...”
데이빗이 천천히 고개를 저어가며 말을 했다.
“호프와 쎄싸미 녀석들은 어때?”
“글쎄, 그녀석이라면 치료는 모두 마쳤는데, 여전히 부팅이 되지 않아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들 있어. 대체 차원의 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흠....,모르겠어…”
해피는 차원의 강에서 이 세계로 돌아온 경로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이 쎄싸미의 검은 구체로 접근하던 때, 갑자기 기류가 거세게 바뀌었고 거대한 기류에 휩쓸리면서 해피는 의식을 잃었던 것이었다.
눈을 떠보니 우주와 해피, 열쇠모양 핀 크리스마스, 붉은 쎄싸미, 그리고 강아지 호프와 황금 색 펜 모두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먼저 눈을 뜨고 의식을 차린 것은 원장인 해피였고, 뒤이어 우주도 겨우 의식을 차렸지만 곧 바로 재활머신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어떤 사고가터지거나 생기지는 않았어?”, 해피가 물었다.
“전혀 없었어. 정보국에서도 이렇다할 특별한 정보는 찾지 못했고 말이야.
오히려 이렇게 오랫동안 잠잠하니, 다들 그들의 존재를 잊어가는 분위기라구.
그런데 난 오히려 그게 더 무섭단 말이지.. ‘보이지 않는 공포..’ 말이야.
이 정적이 맴도는 평화의 장막 뒤에서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닥터 데이빗이 말했다.
“모르지, 놈들은 잠시도 세상을 가만두지 않는 집단들이니까.”
해피는 수조안의 우주에게서 눈을 때지 않고 말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어린나이에 가족과 이별이라니… 이 아이의 운명도 딱하군..”
“할 수 없지. 뭐 이녀석 뿐만 아니라 우리들 중 그 어느 한사람도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에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해피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닥터 데이빗도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깨어나려면 몇일이나 더 걸릴까?”, 해피가 물었다.
“약 3일 하고 5시간 정도 더 걸려.”,데이빗이 말했다.
“속성으로하면?”
“빠른 모드로 하면 약 1~2일안에도 끝낼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환자 본인에게 그 부담이 갈텐데… 왜, 서둘러야 할 이유라도 있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내가 이 아이와 처음 접촉했을 때, 이명과 함께 데쟈뷰현상을 본 것 같아서..”
“데쟈뷰? 우노클러스인 네가??”
닥터 데이빗이 화들짝 놀라면서 해피에게 되 물었다.
“응, 그것도 두번씩이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거야. 그럼 이건 무슨 뜻이지??”
해피가 물었다.
“글쎄...., 여튼 그렇다면 이건 또 다른 반전의 기록이군.
22세기의 우리의 과학기술력으로도 이 세상의 존재를 다 밝혀 내지 못 했지. 아니,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어느 만큼이나 모르고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구.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극 소수 일 뿐.
어쨌건, 우노클러스가 데자뷰를 보았다면 거기엔 반드시 그 어떤 특별한 경우와 이유들이 있을거야, 나에게는 그 이유들을 찾아야 하는 또다른 일이 생겼구만.”
닥터 데이빗이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그 특별한 경우 혹은 이유라는게 우리에게 좋은 것일까?(Then… is that special case…, or the reason supposed to be good things for us?)”
해피가 나직히 물었다.
“아마도, 꼭 그렇진 않을거야..(Probably, not necessarily.)
하지만, 우리에게 그것을 나쁘게 볼 이유 역시도 없지.(But, we have no reasons to observe it negatively either.)
‘50 대 50인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보다 더 긍정에 네 모든걸 걸어라.’ 닥터 데이빗 왈. 기억나?(If you must make a decision in a 50/50 situation, be All-in for the more positive one, said Dr. David. Remember?”)
닥터 데이빗은 자신의 인기 저서에 기록된 문장을 들먹거리며 긍정으로 보자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해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참, 그보다 넌 잠을 좀 더 자두는게 어때? 너 엄청 피곤해 보여 지금. 알어?”
닥터 데이빗이 말했다.
“... …,
왜, 이 시점에 나타났을까… 그리고 왜 쎄싸미와 호프는 다시 잠에 들었을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해피는 동문서답을 했다.
“하데스의 펜(The pen of Hades)은 혹시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나타난 것은 아닐까? 아마.. 너도... 그런 생각인 거지?”
닥터 데이빗이 호프에게 물었다.
“흐음.…”해피은 대답없이 다시 한번 한숨만 내쉬었다.
“그럼, 속성으로 더 빨리 깨워볼까? 한, 하루 반나절 정도면 큰 부작용이나 부담감 없이 더 빨리 깨울 수는 있을거야.”
닥터 데이빗이 말했다.
“아냐, 됐어. 생모에게서 훔쳐온 아이야. 이젠 내가 이아이의 보호자야.
그것이 세상과 맞바꾸는 일이 아니라면, 난 그 어떤 것보다도 이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 하겠어.”
닥터 데이빗과 대화하는 내내 단 한번도 우주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던 해피가 데이빗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해피의 썬글라스 뿐이지만, 닥터 데이빗은 그가 얼마나 단호한지 알수 있었다.
따지고 들자면 얼마든지 따지고 들 수도 있는 해피의 발언은, 사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만 해피는 그다지 말을 곱게 하는 언변이 없을 뿐이었다.
“네 뜻, 잘알겠어. 그래서 난 너를 믿어. 친구.
그리고 그런 너를 알기에, 이미 전체 옵션을 다 달아 놨어. 하하, 안그랬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깨어있었을거야.” 닥터 데이빗이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해피는 아무런 말없이 생채재활머신 안의 우주를 바라만 보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황금카드의 주인인 두번째 아이와, 황금 사과의 주인인 일곱번째 아이만 남았구나.”
데이빗이 말했다.
“응...”
해피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답했다.
-블라드미르 와 앙샬롯(Vladimir and Ann-Charlotte)-
3일 뒤, 예일 학원의 아침, 블라드(Vlad-Vladimir)는 혼자 기숙사 내 구내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는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신형 3D 고글로 뉴스들를 보고, 듣고 있었다.
가장 큰 뉴스는 곧 뉴시티에서 개최하는 세계평화 25주기 U5 정상 정상회담 일과 관련한 일들이었다.
“뭐라고? 네번째 아이가 등장했다는게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들은 이야기이긴 한데 사실 같아. 원장인 해피가 다른 차원에서 데려왔다던데. 지금 학원 내 어디인가에 있다대?”
블라드는 뜻밖의 뉴스를 듣게 되었다.
“어~이, 블라드. 넌 뭐 들은 거 없냐? 네번째 아이가 나왔다는데. 왜, 그 다섯번째 아이(The fifth child)가 너희 팀이잖아. 론이라고 했던가?”
다른 팀원인 하워드(Haward)가 한쪽편에 혼자 않아서 식사 중인 블라드를 발견하고서 물어왔다.
“글쎄… 난 전혀 들은바가 없는데…”
블라드는 오히려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블라드의 옆에선 그를 말없이 지켜보는 말라뮤트 한마리가 있었다. 그 말라뮤트는 블라드의 도킹로보컴인 큐피드였다.
“큐피드, 넌 뭐 아는 것 없냐? 하하”
하워드의 팀 동료인 무나(Moona)가 블라드의 옆에 앉아있던 말라뮤트에게 물었지만, 말라뮤트는 그저 적정스런 눈빛으로 그 모든 상황들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워드와 무나 뒤로는 아야카가 그녀의 검은 고양이 로보컴 ‘네로 2세’을 자신의 어깨 위에 두고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야카는 개라면 질색이었다. 그것이 개의 형상을 한 로봇이나 인형이라도 예외가 없었다. 어렸을적 살아있는 개에게 물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워드와 다른 학생들은 블라드를 조금 더 캐내려고 했으나, 그가 아는 것이 없다고 판단되자 더이상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음.., 쟤네들 말이 사실이라면 이거 대박 뉴스잖아. 큐피드, 오늘 론의 스케줄이 뭐지? 지금 당장 론을 만나고 싶어.”
모두가 떠나자 블라드가 말라뮤트에게 나직히 말했다.
“론은 오늘 오전 10시, 역사토론 교양교실이 있고, 1시부터 12시까지 연습훈련. 이른 아침에 8시 23분에 이미 교내로 자동 출석이 기록되었어. 현재, 지금 그를 만나려면 도서관을 거쳐서 아고라관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빨라. 예상시간은 8분 17초.”
“그나저나 세상에 연습훈련을 9시간이나 잡는 녀석이 어디있담..”
블라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론의 하루평균 연습시간은 10시간에서 12시간이야.”
“참, 그런데도 자신의 도킹로봇이랑 싱크로율이 5%안된다구.. 가엾은 녀석.
말이 좋아 다섯째 벨레누스의 아이이고, 그 블렉지니와 도킹로봇이라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야. 아틀란티가 3년 동안이나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작은 앵무새 로봇이라니.. 녀석도 딱하지.. “
“론에게 전화라도 걸까?”,큐피드가 물었다.
“아냐, 직접 만나서 물어보고 싶어.
큐피트, 론에게 10분 안에 아고라관 입구에서 잠시 만나자고 문자나 넣어줘. 다른 설명은 말구. 역시, 이건 론에게 직접 확인 해 보는게 최상이겠지.”
“알겠어. 문자 전송 완료.”
블라드의 말과 동시에 이미 문자 전송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하워드 일당들도 도서관쪽으로 향한 듯해.”
큐피드는 소리와 냄새로 하워드 일당들이 향한 방향을 측정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옵션을 블라드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응, 알고 있어.”
블라드도 이미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켓을 챙겨 식당을 빠져나갔고, 큐피드도 그를 뒤 따라 나갔다.
블라드가 남기고 간 테이블은 청소로봇이 와서 정리했다.
“가자구, 큐피드.”
플라잉 보드에 올라탄 블라드가 말하며 먼저 도서관 방향으로 앞서 날았다.
:”왈~!”
큐피드는 블라드의 뒤를 곧장 따라 달렸다.
플라잉보드는 과거의 전동 바퀴보드의 진화형으로, 약 1.2미터 길이의 보드 판에 소형 반중력장치가 달린 생활 이동수단이나 놀이용 머신이었다.
블라드의 BCD는 그의 왼쪽 손목의 손목시계였으며, 이 플라잉보드 역시도 그 BCD로 조종되었다.
플라잉보드 위에는 각종 데코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블라드는 마침 유행하는 ‘플라잉 양탄자’ 데코를 달았다. 그것은 플라잉보드 위에 작은 양탄자를 덧붙인 것이었는데, 젊은 이들 사이에서 꽤나 유행 중인 데코였다. 양탄자의 문양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멋을 냈지만, 동화속의 ‘마법의 나르는 양탄자’의 귀여운 버전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동화에서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작 지면 위 약 60~80cm미터 라는 비행 한계와 반중력 장치의 두께, 그리고 최고 시속 8.54km이라는 초라한 한계를 지닌 흔한 보급형 플라잉보드였다.
“론으로부터 메세지 도착.
-OK, 아고라관 앞에서 기다릴께.-
답장은?”
달리는 중에 큐피드가 말했다.
“알겠어.
답장은…., 그냥..
-OK.-
로 해줘”, 블라드가 대답했다.
“답장,
-OK-,
전송 완료.”
큐피드는 대답을 하고서 블라드의 플라잉보드를 앞서 달려갔다. 블라드가 자신의 BCD로 그렇게 지시한 것이었다.
블라드는 큐드가 전해주는 모든 정보를 3D고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으며, GPS와 지도로 자신의 목표지점까지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블라드의 고글은 바디 전체가 둥그런 하나의 투명한 고글이며, 해피의 썬글라스도 이 3D고글의 일종이었다.
이 3D고글의 등장은 세상으로부터 대형 스크린을 사라지게 하였고, 더불어 영화관이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아고라 관 앞.
론은 이미 약 스무명의 학생들과 여러 동물들로 둘러 쌓여있었고, 그런 론의 머리 위로 벌새 로봇 허니(Honey)가 안절부절 못하며 날고 있었다.
론을 둘러싼 사람들 중 과반수 이상은 외부의 기자들이었다.
론의 손에는 썬 카뉴어(Sun Conure;작은 앵무새의 일종)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쥐어져 있었는데, 그 새는 론의 도킹 로보컴인 망고(Mango;망고)였다. 그 색깔과 크기가 망고같다고 붙혀진 별칭이었다.
망고는 예일학원의 전설의 ‘여덟 아틀란티즈(Atlanties)’ 중 그 다섯번째 아들란티인 블렉지니의 도킹 로봇이었지만, 론과의 싱크로 율이 낮아서 3년이 넘도록 자율비행에도 서툴었다.
그런 론이 학원내에서 인터미디엣(intermediate;중등 레벨)등급이 된 일은 또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론은 조심히 망고를 움켜쥐고서 자신을 둘러싼 무리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봐, 론. 그게 사실이야? 네번째 아이가 등장했다는게?”
예일 학원의 방송부 기자인 리사가 질문했다.
“우노클러스인거야?”, 한 외부 기자가 물었다.
“고작 10살짜리 꼬마라구? 그게 정말이야?”, 리사와 동행한 톰도 참지 못하고 론에게 질문을 했다.
어드벤스트(Advanced;상급레벨) 등급인 톰은 네번째 아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입수하고서, 리사와 함께 론에게 파견된 것이었다.
그곳에는 하워드와 무나 그리고 아야카도 이미 함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생겼어?”
“걔도 너처럼 다른 차원에서 온거야? 몇세기?”
“이 봐~, 말 좀 해봐~”
론을 둘라싼 약 스무명의 사람들은 론에게 숨쉴 틈도 주지 않고 질문들을 던졌다.
하지만 론은 모른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론은 설사, 자신이 그 어떤 정보라도 그들에게 흘린다면 자신은 더욱 더 그들로부터 많은 질문과 속박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일 학원의 아틀란티즈의 아이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질문과 관심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난관이 있었고 론은 이미 지난 3년간 이러한 상황에 나름 적응해왔다.
“미안해… 난 정말 아는 것이 없어, 나 좀 지나갈께…”
론이 무리들을 피해 나가려고 했지만 15살의 작은 체구의 론이 자신보다 큰 학생들과 기자들의 틈에서 빠져 나가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 때, 하얀 올빼미 한마리가 날카로운 새소리를 내며 날아와 론 주변의 사람들과 로보컴들을 향해 위협을 가했다. 하얀 올빼미의 등장에 벌새 로봇 허니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으악~!! 방금 뭔가가 내 발을 물었어~!!”
“악, 젠장, 그게 나도 물었어~!”
지면으로는 연한 갈색의 털과 긴 몸통을 지닌 족제비 한마리가 사람들의 발이나 다리들을 물어대고 있었다. 사실 족제비의 공격은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공포는 그만큼 더 강력한 법이었다.
하늘의 하얀 올빼미와, 지상의 연갈색 족제비로인해 그 일대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눈처럼 흰 올빼미의 이름은 크로와상(Croissant)이었으며, 귀여운 연갈색 족제비의 이름은 바게트(Baguette)였다.
이 둘 모두는 론이 속해 있는 팀 ‘울트라 페트론(Ultra Patron)’의 주장인 앤(Ann-Cholrotte)의 도킹로보컴들이었다. 앤은 전세계에서 오직 0.1%만 가능하다는 다중 BCD 사용자였다.
앤의 BCDs는 자신의 양쪽 귀에 착용하고 있는 각각 백금과 황금의 에펠타워 모양 귀고리 한 쌍으로, 그 이름은 ‘루-팡(Lu-Pain)’이었다.
이 두대의 BCD는 각각 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서 제작한 고성능 BCD-로봇컴 세트였다.
우선, 앤의 어머니인 닥터 쥬디가 앤의 15번째 생일 선물로 자신이 2년 넘게 공을 들여 만든 백금의 에펠탑 루(Lu)와 올빼미로보컴 크로와상을 제작하였는데, 그 소식을 접한 앤의 아버지인 닥터 데이빗이 단 7일만에 황금의 에펠탑 팡(Pain)과 바게트를 제작한 것이었다.
루-팡은 언뜻 딸을 위한 두 생물학적 부모의 다정한 선물 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서로를 무시하고 싫어하는 두 사람 간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의 결과물 이기도 했다.
앤의 아버지인 닥터 데이빗 데 발로이스(David de Valois)는, 구프랑스의 발로이스 왕가(House of Valois)의 먼 혈통이며, 현 예일학원의 기술학부 총장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인 쥬디 워싱턴(Judy Washington)박사는, 구 미국의 평범한 교육자 집안 출신으로, 예일 학원 출신의 법률/기술학부 박사이며, 닥터 데이빗과 함께 ‘D&J’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기업을 이끌어온 흑인 여성 CEO이다.
두 사람은 애초에 결혼 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만나기만 하며 으르렁 대는 앙숙 관계였다.
백금의 BCD 루(Lu)의 이름은 영어의 루나(Luna;달의 여신)에서 따왔으며, 황금의 BCD 팡(Pain)은 프랑스어 팡(pain;빵)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루-팡은 비록 같은 에펠탑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서로 매우 다른 BCD세트였다.
물론, 그 제작 방법도 서로 비밀이었다.
“론, 이쪽이야~!”
크로와상과 바게트가 함께 난리통을 치는 가운데 앤이 인파를 뚫고 들어와 론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공중 로보컴인 크로와상과, 작지만 그 움직임이 재빠르고 매끄러운 바게트는 좀 상대하기에 쉬운 것들이 아니었다. 하얀 올빼미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위협했으며, 연갈색 바게트는 어찌나 재빠른지 사람의 눈으로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단발의 곱슬머리인 앤이 론의 팔을 잡아 당기며 론을 인파로부터 구해내 나왔고, 바게트도 어느새 인파로부터 빠져나와 그들의 앞을 달리며 길을 봐주었다. 그 사이 하얀 올빼미 크로와상은 그들을 뒤따르려는 사람들과 로보컴들을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 혼란을 틈 타 앤은 론과 함께 사람들로부터 달아났다.
“아, 그 닥터 D&J 커플의 고명딸 앙샬롯 공주와 그녀의 루-팡이란 말인가…”
그저 그들이 달아나는 것만 지켜보던 톰이 말했다.
“저 루팡과 앙샬롯이 그렇게 강해요?”
리사가 물었다.
“뭐, 그래봤자 사람은 공격할 수도 없는 인터미디엣 B-2등급의 A.I.인걸..
흠, 가소롭지만, 절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아이니까… 포기해야지..”, 톰이 말했다.
톰은 먼 발치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회색곰을 바라보며 두 손바닥을 하늘을 가르키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회색곰은 톰의 도킹 로보컴 발루(Baloo)였다. 발루와 같은 어드벤스트 등급의 로보컴들은 최대 에너지 출력에서부터 A.I 라이센스 등급에까지, 그 이하의 등급들과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아, 선배… 그럼 여기서 그냥 포기하는 거에요? 난 추격은 전혀 안되는데… 이거 참…” 리사가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작은 핸드백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할 수 없잖아, 상대가 닥터 D&J의 외동 딸이라구..
안보이냐? 앙샬롯이 나타나니까 외부 기자들도 더이상 추격하지 않잖아.
잘들어, 저애가 등장하면 그걸로 끝인거야.”
“닥터 데이빗이 그렇게나 무서워요?”, 리사가 안경을 바로 잡아세우며 톰에게 물었다.
“아니, 다들 닥터 쥬디가 두려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