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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민속시장 소머리국밥. 사진=한국관광공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여행의 묘미는 단연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싱싱한 재료와 손맛이 어우러진 따끈따끈한 향토 음식은 겨울철에 잃었던 입맛을 찾는 데에 제격이다. 지역만의 독특한 정취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오일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월 테마 여행지는 '전국 오일장 먹거리'다.
◆동해 북평민속시장 소머리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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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국물 소머리국밥. 사진=한국관광공사
노점 400여 개가 한데 어우러진 북평민속시장은 끝자리가 3일과 8일인 날에 열린다. 시장 근처에 쇠전과 도살장이 있었던 덕에 소머리나 내장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활용한 국밥이 북평민속시장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국밥집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소머리국밥이다. 뽀얀 국물을 내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빨간 국물을 내는 식당이 있어 취향에 따라 식당을 고를 수 있다.
쇠전은 꼭두새벽부터 열렸다.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은 거래를 앞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묵호 사람들과 도계의 탄광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장날이면 육고기를 맛보기 위해 북평민속시장을 찾았다. 그래서 영동지역 사람들에게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다.
◆모란민속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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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민속5일장에서 파는 참기름. 사진=한국관광공사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9일인 날에 열린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채워줄 먹거리도 천지다. 특히 최고의 먹거리는 기다란 막대로 반죽을 밀어 숭덩숭덩 썰어 놓은 손칼국수다.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취향껏 넣어 먹으면 걸쭉한 멸칫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혀에 착착 감긴다.
모란역 5번 출구에서 내려 도보로 3분만 걸으면 백년기름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모란종합시장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로스팅랩'에서는 '고소함을 걸어요'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름 종류별 일반 교육과 기름 압착 과정 시연, 기름시장 골목투어, 깨강정 만들기까지 고소함이 가득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단양구경시장 마늘 요리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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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구경시장 마늘순대. 사진=한국관광공사
약 120개 매장이 모여 이뤄진 충북 단양구경시장은 단양 8경에 더한 1경이라 해 구경이다. 시장 구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요즘 들어서는 '먹방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행객이 북적댄다.
단양구경시장의 인기를 주도하는 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최현석 셰프가 봉골레 파스타에서 빼먹고 요리했다던 바로 그 마늘이다. 단양은 석회지역의 약산성 토양과 산지마을의 큰 일교차로 육쪽마늘이 유명하다. 알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특별한 한지형 토종 마늘이다.
단양구경시장은 마늘이 들어간 먹을거리로 시장 음식을 특화했다. 마늘의 향미가 매력인 흑마늘 닭강정을 비롯해 크림치즈 마늘빵, 마늘 크루아상, 바질 마늘빵 등 마늘로 만든 이색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직접 만든 마늘기름을 사용한 마늘만두, 단양의 선사시대 수양개 유적에 착안한 마늘떡갈비 등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구경시장의 간식이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마늘순대국이 방문객을 부른다. 순대 안에 마늘이 들어가 향이 좋고 잡내가 없는 게 장점이다.
◆창녕전통시장 수구레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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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전통시장 수구레국밥. 사진=한국관광공사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에 있는 창녕전통시장은 1900년대 보부상들이 집결하던 큰 시장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장을 모아 지금 자리에 개설한 것이 1926년이라고 한다. 오일장이 크게 서는 3일과 8일에는 새벽부터 북적인다.
창녕전통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수구레국밥이다. KBS '1박2일'에서 이수근이 수구레국밥을 먹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지역 명물로 떠올랐다. 수구레는 소 한 마리에 2kg 정도만 나오는 특수부위다. 쫀득쫀득한 수구레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뻘건 국물에 콩나물, 선지, 파 그리고 수구레가 가득 담긴 국밥은 칼칼하면서 구수한 국물 맛이 육개장이나 해장국과 닮았다.
시장 주변에는 수구레국밥 외에도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전통시장 꽈배기를 비롯해 쫀득한 찹쌀호떡, 갓 구워낸 국화빵, 따끈한 어묵 등도 이곳의 명물 주전부리다.
◆ 광주 말바우시장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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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우시장 팥죽. 사진=한국관광공사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은 무려 500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있는 전통시장이다. 1960년대 무렵, 북구 풍향동 서방시장의 노점상들이 점점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우산동으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말바우시장에서 첫손으로 꼽는 메뉴는 겨울철의 진미인 팥죽과 동지죽이다. 현재 3개의 팥죽 전문점이 있으며 모두 운영한 지 20년을 족히 넘을 만큼 내공을 자랑한다.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새알심이 들어 있다. 매일 새벽 팥을 씻어 불리고, 불린 팥을 솥에 넣어 팔팔 끓이고,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빚거나 칼국수면을 반죽해 뽑는다.
손맛이 다르기에 팥죽 맛도 가게마다 다르다. 맛집 순례하듯 가게들을 돌아보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팥죽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말바우시장은 매달 2, 4, 7, 9일로 끝나는 날이면 정기적으로 시장이 서는데 팥죽집은 장날이 아니어도 매일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