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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소인♤ 원문보기 글쓴이: 봄날의 청춘
2005년 2월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前) 레바논 총리, 베이루트에서 차량폭탄 공격 받아 사망
레바논의 전후(戰後) 재건 및 시리아군 철수를 통한 평화 정착에 핵심 역할을 해왔던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14일 차량폭탄 테러로 사망, 레바논 정국이 혼미해졌다. 하리리 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한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 정치인이었다. 그는 내전이 끝난 뒤 1992년 총리에 처음 취임했다가 1998년 에밀 라후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임했다. 2000년 9월 총선 압승으로 총리에 복귀했으나 전력 통신 등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를 추진하려다 라후드 대통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작년 10월 시리아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철군압력이 가중되던 시기에 라후드 대통령 임기 연장에 대한 불만으로 총리직을 전격 사임했다. 이후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야당 진영에 가세했고,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시리아와 우호관계에 있는 라후드 대통령을 압박해 왔었다. 하리리 전 총리는 이슬람 수니·시아파, 기독교 등 종파로 갈라진 레바논 세력들 간에 정치적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또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과 시리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1975년 기독교도 우파인 팔랑헤당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게릴라 기지를 습격한 것을 계기로 내전이 일어나자 레바논을 ‘형제국’으로 간주해 온 시리아는 1976년 4월 정규군을 투입, 수도 베이루트를 침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리리가 테러로 사망하면서 시리아군 철수문제의 중재 채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30여년간 레바논에 군을 주둔시키면서 레바논 정국(政局)을 사실상 장악했던 이웃국가 시리아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조사단은 하리리 전 총리 폭탄테러 사건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20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5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동생 마헤르 아사드와 매형 아세프 쇼카트 정보국장이 하리리 암살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2일 자기 사무실에서 권총 자살한 가지 카난 전 내무장관 등 다른 5명도 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다섯 차례나 총리를 지낸 하리리가 국내 반(反)시리아 여론을 등에 업고 재집권을 시도하자, 시리아 정부 관리들이 레바논의 친(親)시리아 세력과 결탁해 테러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하리리를 제거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그동안 “100% 무관하다”며 결백을 주장해 온 시리아는 보고서가 공개된 뒤 “보고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비전문적이고 정치적이다”고 비난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접국 내정(內政)에 개입하고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지원하는 시리아의 영향력을 차단, 중동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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