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산은 옛 산이로되
황진이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어구풀이
-주야(晝夜) : 밤낮, 늘(여기서는 밤과 낮이라는 뜻이 아니라 ‘늘, 항상’의
의미로 쓰였다. 즉 융합 복합어임)
-인걸(人傑) : 특히 뛰어난 인재. 여기서는 ‘서경덕’을 뜻함.
-오노매라 : 오는구나. 오도다. ‘~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해설
-초장 : 산은 예전과 그 모습이 다름 없지만 물은 계속 흘러가니 지금 흐르는
물은 옛날에 흐르던 바로 그 물이 아니로구나.
-중장 : 밤낮없이 늘 흐르니 어제 물이 어찌 오늘에 머물러 있겠는가
-종장 : 뛰어난 인재도 역시 항상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구나.
♣감상
이 시조는 작가가 한때 유혹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일한 존경의 대상으로
사제(師弟)의 의(誼)를 맺었던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것
이라 한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에 비유하여 인생무상(人生無常)을 한탄한 노래로 평이한
소재(素材)를 통하여 주제를 심화라여 나타낸 솜씨가 한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생무상’이라는 주제에서 오는 애조(哀調)를 띤 애상적인 분위기가 이 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작가소개
황진이(黃眞伊, 생몰 연대 미상):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 출신으로 조선 중종 때의 명기(名妓), 어릴 때 사서 삼경을 읽고
시·서·음률에 모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자처했으며, 시조 6수가 전한다. 그의 시조 작품
은 뛰어난 기교와 우리말을 쉽고도 곱게 다룬 독특한 솜씨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