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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봄 날의 한 야구장입니다.
보아하니, 고교나 대학 선수들이 경기하는것 같지는 않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걸로 미루어 사회인야구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듯이 보입니다.
한 선수가 멋진 유니폼 차림으로 배트를 힘차게 휘두르며 타석에 들어섰고 상대팀 투수가 던진공을 정확히 받아쳐 (장타를뽑아내) 전력질주하여 마침내 그는 3루 베이스에 서서 자기편 덕아웃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몇사람 안되지만 덕아웃의 박수부대(?)중에 유난히 튀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그 여자분 곁에는 크게 소리지르는 소년도 보입니다.
" 여보! 당신 참 멋져!..." " 울 아빠가 최고다!"..............
그런데... 장타를 허용한 상대팀 투수는 아무런 내색없이 그저 덤덤한 표정입니다. 왜 일까요?... 그럴수도 있으니까?...
...사실은, 그의 부인이 벌써 몇년째 병상에 누워있답니다. 사랑하는 아들,딸의 얼굴에 그늘이 진 지도 그와 비례하고 있고요... 그는 경기장에 도착했을때 부터 3루타를 쳐낸 그 선수가 가족과 사진찍으며, 정성들여 마련해 온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았고 자신에게도 그런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음에 자책하며, 문득 주마등처럼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감을 지울수 없었답니다.
아!... 저 모습이 내게는 언제였던가...나도 예전엔 저와 같은 좋은 그림으로 운동하러 나왔었거늘...홀로 운동가방 메고 나온지가 벌써 몇 년이란 말인가?...
... 상대팀 선수로 하여금,아내와 아들에게 실망을 안기게 하지않도록, 아주 치기 좋는 구질로 던졌던 것이지요. 상대 선수가 행여 그 공을 못쳐내면 어쩌나?...하는 조바심까지 가지면서요(배트 휘두른다고 매 번 안타가 되진 않지요)
경기는 초반이고 장타하나쯤 맞았다고해서 승부가 나는것도 아니고요...( 참 괜찮은 친구지요?... 말도 안된다구요?...) 제대로 쳐 낸 선수도 잘했군요 (상대 투수의 뜻은 알지 못하겠지만...사실, 안다면 그처럼 썰렁함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아들로 하여금, "우리 아빠는 역시 나의 영웅" 임을 확인시켜준 한 방 이었습니다.
3루타를 뽑은 선수 가족의 환호성이, 장타를 허용한 투수의 가슴에 남 몰래 자리잡아, 마치 자신 가족의 기쁨인양.., 잔잔한 흐뭇함을 느낄수도 있겠지요.
감독님이나 동료들이 알면야, 물론 이적행위지만요.
여러분께서도 혹시 이런 기억이 있으셨는지....
1972년.
우리나라 공식(?) 최초의 직장야구팀인 동대문 전화국 야구단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숱한 직장야구팀과 동호인야구단이 사회인야구로 자리매김해 온 세월도 금년으로 만 30년입니다.
지금이야 리그들도 많고 젊은 선수들이 가입하기도 수월하지만 예전에는 무척 힘들었답니다. 동대문 전화국을 오랫동안 이끌어오셨던 "우 수창" 선생님은 사회인야구의 산 증인으로 직장야구의 중흥, 발전을 위해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입니다.
얼마전 스포츠 서울에 야구장 펜스 특허건으로 근황이 기사화된것을 보고 여전하신 그 분의 야구사랑을 새삼 느꼈습니다.
직장야구는 자신이 몸담고있는 직장에서 운동을 병행하는만큼 ,회사의 재정지원이 뒤따르는 잇점이 있지요? 물론, 야구팀 창단과 운영을 원활히 이끌려면 사장님이나 고급간부들께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으심을 전제로요.
야구장비가 어디 한,두푼입니까?
장비는 기본이고 팀 운영비다, 뭐다해서 들어가는 액수가 만만치않죠... 금전적인 후원이 뒷받침 되는만큼, 회사의 홍보차원과 생산성 향상,사기 진작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있으리라고 사료됩니다. 물론 성적이 좋으면야, 금상첨화이겠고요. 아울러 꽃을 못 피운 고교 선수출신들에게도 취업할 기회도 줄 수 있고...(선수 보강)
동호인 야구팀이야 사실 후원사(자) 없이 회원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금액으로는 어지간히 힘듭니다. 그나마 회비조차 잘 안걷히고...대회 참가비 겨우 마련하다보면 운영비가 바닥나고...총무는 이리저리 뛰고... 직장팀은 지휘, 통솔도 수월하지요? 동호인에 비하면... 회사 간부님이 감독이시라면 어느 선수가 감히 무단 불참을 하겠으며, 갖은 핑계를 대고 지각, 조퇴등을 생각하겠어요? 그런면에서는 약간의 강제성도 있다고 봅니다(좋은 의미의)
반면에 동호인팀은 심하게(?) 끌고 가려면 슬슬 뒤로 빠지기 시작해서 다른팀으로 가려고도 하지요.
세상에, 사회인야구처럼 이적하기 쉬운곳도 없지 뭡니까?
어느정도의 야구 기량만 되면 대충 가능하지요(팀도 많고) 팀 이름이 다른 유니폼을 여러벌 소지한 사람도 많습니다 ( 등 번호도 여러 숫자로 좋은 번호는 다 가지고 있죠)
사회인 야구선수님들... 특히 동호인팀 선수님들.
자신이 속해있는 현재의 야구팀이 어느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가망없는?( 여러가지 이러저런 문제가 산적해 있어) 팀이 아닌 이상은 불만과 삐침,끼리끼리의 따로 놀기, 또는 다른팀으로 옮겨 다니는등...남자답지 못하고 소아기의 소꿉장난같은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아니되겠지요?.
팀 창단 멤버라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으며,늦게 시작하신분이실지라도 사회인야구에 첫 발을 내 딛던 날,처음 찾아가신 그 팀, 선수들과의 설레이던 첫만남을 잊지 마시고, 웬만하시면 오래도록, 은퇴(?)하실 그날까지 그 팀에서 야구하심이 좋을듯 하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제 나이가 50 이 넘어서일까요?...
해체되지 않는한은 그 팀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시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고참도 되고 확실한 포지션 하나쯤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실테고요... 나그네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자, 매 번 낯설고 늘상 다시 시작해야하는 졸병(?)신세입니다. 생면부지의 팀에는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가 없을수도 있고...개중에는 신입회원을 배타시하는 선수도 있을수 있지요.
사랑에 있어서도 첫사랑이 가장 고귀하고 아름답다고들 동서고금 누구나 얘기하지 않습니까?...
여러분께서도 현재 몸 담고 계신 팀을위해 오로지 한껏 노력하시리라 믿습니다. 직장야구 선수들은 아무런 불만도 없겠습니까?... 사람인데... 가족과 가정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며...야구하며...
그것이 인생 ,아니겠어요?.......
사회인야구의 명문팀이었다가 실업으로 흡수되어 사회인야구의 위상을 격상시킨바 있는 현대해상화재보험팀이 선수수급의 어려움때문에 팀을 해체한다는 기사가 나왔었지요?...
제일유리도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요... 기존의 상무팀도 프로 2군리그로만 빠져 나가려하며, 전통의 한전과 포스틸마저도 해체의향을 보이고 있는등...
아!... 실업야구의 황량함이여...
오랜 전통의 실업야구가 이러다가 와해되는것은 아닌지요?
어느새, 야구시즌은 눈 앞에 와 있건만...
다른 야구판: 사회인야구는 팀 수가 매년 늘어만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