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케터의 ‘환경’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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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할 때
저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마음을 따라,
교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과 다음 세대,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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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교회에 잘 다니지 않는 사람들,
특히 아내를 따라서 어쩌다 교회에 나오는
남자분들을 배려하고,
예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예배를 잘 드릴 수 있게 돕고자
20년 동안 많은 사역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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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어느 주일,
예배 전후로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교회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해하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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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것이
누군가에게는 참 불편할 수 있고,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부르신 이유와
많이 동떨어져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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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 전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복음을 어떻게 전할지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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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전하는 수단도 매우 중요한데
이것을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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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 교회를 방문하고 난 후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복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환경’일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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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씀 준비를 참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말씀을 들을 수 있고
예배에 참여하도록 하는 환경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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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교회에 나온 사람이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이 교회를
계속 다닐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설교가 아니라 ‘환경’일 때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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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설교는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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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교회에서 ‘주차장 불편’이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까지 주차장 때문에
불만을 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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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을 위해
내가 기꺼이 주차장을 포기할 용의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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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처음 오는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은
그에게 “우리는 준비하고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와도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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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less click’(한 클릭 덜 하기)을
핵심 주제어로 제시한 모 그룹의
2024년 신년사에서는
“온라인 유통에서 고객들이 경쟁사보다
클릭 한 번 덜 하도록 배려하고
전반적인 업무방식에서도 ‘one less click’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그렇게 할 때
필연적으로 ‘one more step’(한 걸음 더)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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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기업이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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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이 좋은 ‘복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말하자면
이 세상에 복음을 마케팅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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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복음을 전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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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복음 자체가 아니라
이 복음을 잘 전하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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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전하는 열정이 있다 해도
복음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수고가 없다면
방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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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백화점에서 어떤 매장을 찾다가
한 직원에게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며
키오스크에 가서 찍어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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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좀 언짢아진 제 표정을 읽었는지
“죄송합니다. 제가 매장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러니 가서 찍어보세요”라고 정중히 말했지만,
그 층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어떤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숙지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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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요구를 목회자들에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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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그냥 예배드리고 사역할 수도 있지만,
목회자라면 여기에 들어오는 교인들에게
무엇이 불편한지를 알고,
복음을 듣고자 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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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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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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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복음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나 공동체는
자신의 부르심과 사명에 대해 직무 유기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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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금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에만
만족한다면 교회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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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하나님의 사명에 붙들린 바 되어 쓰임 받는 것,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의 교회들을 그렇게
사라지게 하지 않으시는 건 너무나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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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를 옮긴다는 건 무서운 일입니다.
물론 교회가 사라져도 복음은 사라지지 않지만,
하나님은 쓰실 수 없는 사람을 쓰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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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없어도 하나님이 그분의 일을 하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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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나님 앞에 부름받은 사람이라면
그분을 위해 쓰임 받는 인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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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음 알기, 김병삼/ 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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